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조강의 제주도 이야기(4)|

조강옹 2019. 12. 25. 05:53

"옛날엔 소 한 마리 팔아야 제주도 구경한다고 했단다"

2만원이 채 안되는 저가뱅기타고 제주도 댕겨 오겠다는 "비지떡과" 아들에게  잘 댕겨오라는 팔순노모의 말씀으로 새겨 들으면서 차에 오른다.  이 때가 2011년 3월 10일 오후 다섯시이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늘 사람은 모두 청주로 오고 가는 사람은 모두 청주에서 간다.

여기가 청주인터내셔녈에어포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트랩에 첫발을 내 딛는 여인이 목격되었다.

목격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안동 "어드메쯤" 사는 사람들이 이르기를 "영근(야무지고 똑똑하다는 뜻) 충청도 신랑 만나서 잘 산다" 는 그 집 둘째 딸이라 했다.

 

 

인터넷 예약은 야구장 예약처럼 내가 앉고 싶은 자리까지 "콕" 찍어서 할 수 있다.

말은 느려도 동작은 좀 빠른 덕에 날개 앞 창가로 찍었다.

 

비로소  보았다.

우리는 마냥 부푼 가슴에 생각없이 제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는 사이 연료를 주입하고 수백,수천가지 부품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점검하고 짐까지 꼼꼼히 챙겨 실었는지 확인하고  이제는 날아도 좋겠습니다.

 

잘 가시라고, 잘 다녀오시라고  아직도 바람 찬 너른 마당에 줄 지어 서서 우리를 환송하고 있는 저 알흠다운 사람들!

 

조용히 일어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주하게 인사하고 싶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결코 잊지않으오리다......." 

 

뱅기는 최첨단 항법 장치에 의해 수 만리 먼길, 한 치 오차도 없이 날아가지만 출발선까지는 저렇게 "알흠다운 사람"의 안내를 받는다.

 

 

출발선에 도착한 뱅기는 마치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온 힘을 다해 달음박질한다.

그러면 난 속으로 하나, 둘, 셋,넷,,,, 카운트를 하고 어느 순간에 "이쯤이다" 하고  몸을 뒤로 하여 의자 등받침에 기대지만 뱅기는 아직도 달리고만 있다.

초조한 마음에 "날아야 하는데, 이쯤에서 날아 올라야 하는데...."

잠시 애태우는 사이 비로소 몸이 뒤로 쏠린다.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왜 꼭 한박자 늦게 날아오르는지 다음부턴 셈을 한박자 늦춰해야지 하면서 자주 타는것이 아니다보니 늘 번번히다.

 

이 항공사는 승무원들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준다한다.

뭘 그렇게 번거롭게 할거있나  카메라 건네주고 한 컷 부탁했더니 요렇게 찍었다.

고운손으로 찍은 사진은 뭔가 좀 다르지 않겠나 싶었는데 보시다 시피 매 일반이다.

 

"천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 하늘위를 구름되어 날더라도..."

널리 알려진 미당의 "춘향유문"의 한 귀절이다.

미당(춘향)이 한정한 "도련님 곁"을 벗어난 구름위의 풍경은 하늘 밑 세상보다 고요하고 때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일찌기  팔순 노모께옵서  "뱅기문을 열고 나가 거닐어 보고 싶었다." 하실 정도였으니.....

 

 

한 시간을 날아 제주에 도착했다.

내일 우도를 둘러보기로 작정한터라 렌트카를 찾아 짐을 싣고  인터넷에서 눈여겨 보았던 민박집을 찍었다. 시내를 벗어나니 뜻밖으로 사위가 어둡다.

문득 제주도에 발전소가 있었던가?  궁금하여 안해에게 물으니 "당신이 모르는걸 내 어찌 알겠오"한다.   가만 생각하니 틀린말도 아닐뿐더러 참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첫날 성산에 묵을 요량으로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민박집 전화번호 하나 가져왔었다. 

어지간히 왔으므로 번호 일러주면서 안해에게 전화 좀 넣어보라했더니 방이 없다한다.

아무리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집이기로서니 때가 비수기이고 평일인데 예약까지야 필요하겠나 싶어  무작정 찾아가다보니 형편이 이 지경이다.

 

대략 사오년전

세 집이서 이곳 성산에서 묵고 아침 일찍 일출봉에 오른적이 있었다.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우리 전에 와봤잖나?

널린게 민박집이고 모텔아니었었나?"

 

다그치듯 안해에게 이르건만 자기가 무슨 청문회에 나온 줄 아는 모양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다.

일이 그르쳐질 경우 책임을 나누어 지지 않으려는 속셈이려니 했다.

늘 그리하였으므로.....

 

 

여덟시가 조금 넘었는데 제주는 한밤중이다.

이정표도 그러했고 성산 일출봉 코밑인것이 분명한데 민박집 간판도 여럿 눈에 띄긴하는데 불이 꺼져있다.  젠장! 을 몇번 뇌이다가  가까스로 찾아든 곳 

 

짐을 풀고

늦은 저녁 나가 먹기엔 엄두가 나지 않아 이른 아침을 대비해서 가져 온 비상 식량을 헐었다.

아주 다행스럽게 전자레인지가 있어 난생 처음 햇반이란것을 뜯었다.

올해 특히 맛이 잘 든 김장 김치에 안해가 비닐 봉지에 담아 온 냉이국 과 김 

 

"맛있다. 맛있다. 정말 맜있다! 그치?"

오랜만의 나들이에 첫 만찬이 너무 부실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에 떤 허풍이 한 술 두 술,  술을 더해가다 소주까지 반주로 술 마시다 보니 정말 맛이 있었다.

 

이불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날이 밝는대로 아침 챙겨먹고 우도로 가리라!

생각을 그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보

 

2011년 3월 10일

 

출발  17:00

청주공항역 도착 17:10

공항이동 17:20

청주공항 출발 18:00 이스타항공 ZE 703

제주 도착 18:00

렌트카 접수 18:20

성산 도착  20:00

 

소요 경비

 

왕복 항공료   13만 5천 2백원

렌트비  3만 8천원

숙박비  3만원

 

누계

 19만 5천 2백원

 

3월 11일  계획

 8시 배편으로 우도 이동

    - 이후는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내 맘대로....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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