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선인장-부활의 추억

조강옹 2019. 12. 24. 07:18

뜨랑은 물론 안마당까지 시멘트 콘크리트로 범벅을 해놓은 내 살던 시골집에서의 생활 중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하나 있으니

중학교 때 쯤으로  기억이 되긴 하지만 학년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Many years  ago
누구에게 얻었는지 또한 기억이 가물한 Many many  years  ago

엄지손가락만한 선인장 여러 몇 송이가 내게로왔다.

화분도 없었고 구멍난 타리박(두레박)에  뒷곁에서 퍼 온 황토흙을 담아 심어 놓고 지극정성으로 돌본 답시고 물을  자주 주었었다.

 

이윽고, 급기야, 마침내, 드디어, 종당 
선인장은 뿌리가 물러 뇌사상태에 빠지기에 이르렀다.
그제사 누군가가 일러 가로되 선인장은 발가락에 콧구멍이 있어 물을 주면 숨을 쉬지 못해 바로 익사한단다.

일백오십만(충북 도민)  선사모(선인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들의 오열속에
삼일장으로 후히 장사지내 시멘트 콘크리드 마당가에  팽개쳐 두었는데
하늘도 무심치 않았던지 이후  한달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파하고 대문 열고 들어선 그 엄청 뜨겁던 여름날
이렇게 무더운 여름 한 낮이면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콘크리트 시멘트의 복사열이 열린 창을 통해 방안에까지 드라이기 출구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처럼 들어오는 날이면 마당가 수도꼭지 열어 달아오른
시멘트 콘크리트 안마당을 식히는 것이 유일한 피서책의 하나였던 그 시절
내가 맡은 주요 일과중의 하나였던 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뜨랑으로 나섰던 그날

수도꼭지 비틀어 열고 호스 끝을 손으로 죄여 물 줄기를 멀리서 부터 점차로 가까이 때론 가까이에서 부터 멀리, 골고루 물을 뿌려 가던 중,  마당가 옆으로 뉘여진 그 타리박에 까지 물줄기가 가게되었는데
이미 영면하신지 오래되었으리라 여겼던 그 선인장의 낯빛에 생기가 넘쳐나고 있음을 발견하였던 것이었다.

물뿌리기 작업을 중지하고 달려가 살펴본 즉

경이로워라! 
어쩌면 이럴수가 있을까?
촛농도 녹여 낼  그 엄청난 시멘트  콘크리트 열기 속에 오래전 저 세상 물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라 염원했던 그 선인장이 이미 말라 안마당 시멘트 콘크리트 못지않게 딱딱하게 굳어진 황토에 굳건히 뿌리내림으로서  찬란하게 부활했던 것이다.

생명의 끈질김에 대한 경이로 인해 부르르 진저리 쳤던 소년은 가까스로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를

 

"다시 되돌려주심에 감사하나이다.
앞으론 죽었다하여도 죽지 않았음을 믿사오며 죽은것중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것도 있음을 믿겠나이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