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추억이 없는 이야기(4)

조강옹 2019. 12. 24. 07:36

한 오십년 살다보문 예기치 않게 벨이 울리구 바깥냥반이 낚시 댕겨왔다문서 물괴기 한 냄비 꺼리 아래층에서 상납 받거나 위층에서 하사받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난 그런 일 읎는디....” 하구 초장버텀 까칠하게 나오시는 분덜두 기시구 “난 단독주택에 사는디..”하구 위아래 몰르구 산다는 분덜 기십니다.

이웃에게 문제 있다 생각디시문 얼릉 이사가시구 본인한티 문제 있다 싶으문 낼부터라도 낚시 배워 물괴기 잡으러 댕기시길 권합니다.


좌당간 이리키 무단외출 나왔다가 귀대하지 못한 물괴기의  주검을 앞에 두고 대략 난감한 것이 이걸 어띠키 요릴 하느냐 이 문제에 봉착하게 딥니다.

공부하는 애덜 불러내서 슈퍼에 가서 무우 사오라 하시는 분덜두 기시구 애꿎은 친정엄니한티 전화해서 어띠키해야 옳으냐구 발을 동동 구르는 분덜두 기십니다.


불초 조강 이를 어여삐 녀겨 세상의 모든 아낙들로 하여금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아주 쉽고 간단한 요리 방법을 설명디리고자 하오니 이는  공부하는 애덜은 계속 공부하게 하구 늙으신 친정엄니 더 이상 시집간 딸 걱정으로 잠못 이루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니 필기도구 지참하구 중간 중간 메모해 가시문서 따라하시문 디겄습니다.


먼저 사진 참조하여 냄비에 물을 반가량 채웁니다.

양은 냄비는 대,중,소 세 가지 크기루 이미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중간 정도의 냄비 대략 4천 원 정도 판매되니 참고하시고 그 이상 비싸게 파는 집은 다음부터 거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먼저 김치를 넣습니다.

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종합 영양제라 생각하시문 디겄습니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 고루 들어 있는 만큼 적당량 고루 펴서 넣으시기 바랍니다. 무우니 쑥갓이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식재료 김치 하나가 만사 해결해 줍니다.  


다음엔 물 밖으로 나온 물괴기 물 만나게 해줘야 합니다.

흙에서 나온 우리 이담에 흙으로 돌아가드끼 물에서 온 물괴기 물로 보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고 우리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곧바루 까스 불 댕기시문 디겄습니다.


명색이 매운탕인디 맹맹하문 안디겄습니다.

냉장고 열어 보겄습니다.

신선실에 청량고추 서너더댓개 꺼내서 어슷어슷 크게 썰어 넣으십시오.

눈에 띠는 깻잎 댓장 물 끓을 때 넣으시문 디겄습니다.


마늘 찧는 법. 전에 설명디린 바 있습니다.

애끼지 마시구 듬뿍 넣어 주시기 부탁디립니다.

고춧가루 국물이 뻘게지도록 넣어 주시문 디겄습니다.


냉장고 암만 뒤져봐두 고추구 마늘이구 읎다는 분덜 기십니다.

산속 외딴집 사시는 거 아니문 옆집 윗집 아랫집 애덜 보내지 마시구 직접 찾아 가서 읃어오시문 디겄습니다.


그도 한두 번이지 자꾸  빌려달라문 이웃들이 딴디루 이사 가는 수두 있습니다.

앵간하믄 그 정도는 챙겨놓구 사시기 바랍니다.

살림 그리키 하시문서 가족덜 건강 어찌 챙기실 것이며 짜짱면에 탕수육두 한두 번이지 애덜 비만에다 바깥냥반 당뇨, 남의 얘기만 아니로구나 땅을 친들 때는 늦습니다.


고추장 한 술, 된장 반 술 살살 흔들어 대충 떠 놓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에 물 끓기 시작하문 자연스레 골고루 풀어져 어우러질 것입니다.

늘상 디리는 말씀이지만 다시다니 미원이니 하는 인공조미료 넣지 마십시오.

싱겁다 싶으문 조선간장 조금 넣어주시되 끓어 가문서 짜지는 것  염두에 두시구 잘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일전에두 말씀디렸다시피 요리는 간이 생명이며 그거 터득하는 지름길 없습니다.

오로지 1%의 영감과 99%의 경험에 기인한다 말씀디린적 있습니다.


부녀회 야유회 때, 동네잔치 때, 명절날 시댁에서 요리할 적,  남의 일 하드끼 하지말구 앞치마 먼저 챙겨 몸띵이 착 붙여서 내일하드끼 하라 하시던 친정엄니 말씀 기억덜 나시는지 모르겄습니다.  저 99%의 경험에 의하지 않구는 간맞춤에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읎다는 그 경험에 의한 친정엄니의 간곡한 가르침이다 가슴에 새기시길 부탁디립니다.

  

냄새 풍기기 시작하문 그새를 참지 못하구 신문 뒤적이다 다가와 킁킁거리시는 분덜 기십니다.  자랑삼아 수저로 뜨거운 국물 퍼내어 간 봐 달라 내미시는 분하구 천생연분인 것 까지는 좋지만 혓바닥 데이구서 서루가 잘했다구 쌈빡질 하시는 분덜 여럿 봤습니다.


자고이래로 서서 거시기 하시는 분덜 부엌출입 삼가도록 갈쳐주신 선조의 뜻을 이참에 헤아리시길 권해디립니다.


간이 맞았다 싶으문 둘러앉아 다 같이 드시문 디겄습니다.

이때 엥간하믄 찬밥하구 드시기를 강추합니다.

그 이유 세세히 여기서 말씀디리기 곤란한 점 있습니다.


그렇게 한 냄비 배부르게 드시구 나서 몇몇일 지나 가족들 간의 대화 대게 이렇습니다.


식사할적 마다 송골송골 이맛박 땀 맺히던 바깥냥반  말끔한 얼굴루다

“오늘 기온이 삼십 오도라 하던디 그리키 더운 줄 몰르겄네 그랴”


학교 마치고 들어오는 아들내미.

“엄마 엄마 오늘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애덜하구 뜀박질 했는디 내가 일등 했다.”


설거지 끝내구 화장 지우던 마나님

자꾸만 얼굴을 문지르문서 혼잣말 하는 소리두 들립니다.

“온천 댕겨온지 한참됐는디 요즘 왠일루다가 얼굴이 이리키 맨드름하지?”


세상사 빛이 있으문 그늘두 있는 것이 다만 가슴 아플 뿐입니다.

그날 이후루다가 어떤 집은 바깥냥반 여자관계가 시나브로 복잡해졌다는 얘기도 들리구

허구한 날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근처 유리가게만 번성했다는 소문까지…….


그렇게 입추가 지나고 낼 모리가 말복입니다.

꼭 찬밥하구 같이 드셔서 가정의 건강과 행복- 두 가지 모두 건지시기를 기원디립니다.


끝으루 이거 츰듣는 얘긴디 워째서 괄호하구 (4)루 적었느냐 의아해 하시는 분덜 기실 줄 압니다. 구판에 세 편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시간되시는대루 찾아 읽으셔서 가족건강 - 그 디딤돌 삼아 무병장수 하시길 기원디립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