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삼십년전 오늘 1212

조강옹 2019. 12. 24. 08:27

오늘이었다.

 

중앙청 정문앞  106mm무반동총을 적재한 지프차를 세워놓고 우린 거기에 있었다.

 

어제밤 자정 

 

뒤숭숭한 분위기가 한참 이어지더니 비상이 걸렸다.

 

이럴 때 내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연대본부에 올라가 지도를 수령하는것이었는데  작전 서기병은 지도

 

를 내 줄수 없다했다.

 

어디로 출동하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내려와 탄약고로 향했고 누군가에 의해 이미 문이 열려있었다.

 

고폭탄을 싣고 실탄도 한 상자, 수류탄도 한 상자

 

연병장에 도열하니 어디선가 헌병대 지프가 왔다.

 

위병소를 나서서 좌회전했다.

 

우회전 해야 철책으로 가는 길인데 좌회전 하는걸로 보아 우리가 밀리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이미 지난 초처녁부터 들려오기를

 

서부전선 어디선가 미군과 북한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우리가 만약 출동하게되어

 

위병소를 나설때 전방쪽으로 가면 우리가 밀고 올라가는 것이요

 

서울쪽으로 가면 우리가 밀려 수도권 방어를 보강하기 위함이라는 그럴듯한 근거없는 소문이었다.

 

웬지 모르는 채로 검문소를 앞두고 한참이나 지체했었다.

 

그사이

 

전차부대가 우리를 앞서가는데 전차가 우리 지프보다 빠르다는걸 처음 알았다.

 

스물 몇댄가 세다가 숫자를 놓쳐버렸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우린 서울 한폭판 중앙청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수많은 전차와 얼룩무늬 전차병들이 왔다갔다 붐볐고  우린 D홀인가 하는 곳에 탁자를 치

 

우고 매트리스를 깔고 자리를 마련했다. 

 

운전병과 나란히 화단에 오줌을 갈기며 중앙청에다 오줌 눠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그랴

 

마무리 작업으로 진저리를 치면서  우스갯소리도 했다.

 

날이 밝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홀낏 홀낏 쳐다 보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띠고 서부전선을 지키던 육군하사 정하사는

 

당시 노태우 사단장의 명을 건너 건너 건너 받아 잠시 국민의 안위를 저버리고 신군부의 사병이 됐던

 

연유이다. 

 

삼심년 세월은 우국충정에서 나온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당시 사단장과 그 무리들  내세운 명분과는

 

달리 구데타로 규명되었으며 당시 이맛박에 별 두개의 멋들어진 사단장은  원했던 자리에 까지 올라

 

잠시 영화를 누렸으나 지금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신세라는 것과  스물 둘 피끓던 육군하사는 

 

지천명에 접어들어 금강줄기에서 낚싯대 드리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입질 한산한 틈틈 가끔 들릴듯 말듯 부르는 콧노래를 누가 용케 옮겨왔기에

 

아래와 같이 적는다.

 

 

금강(金剛)에 살으리랏다 금강에 살으리랏다

운무 데리고 금강에 살으리랏다

홍진에 썩은 명리(名利)야 아는 체나 하리요

 

이 몸이 스러진 뒤에 혼(魂)이 정녕 있을진댄

혼이나마 길이길이 금강에 살으리랏다

생전에 더럽힌 마음 명경(明鏡)같이 하고져

 

삼심년전 계엄군 육군하사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