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산- 그 높이에 대한 단상
2010년 4월 3일 세상은 주말이자 곧 휴식의 시작이지만
교대근무하는 내겐 휴일이자 곧 휴식의 끝날이다.
세상에 갇힌듯 답답함으로 숨이 막힐 때 문득 산이 그리워진다.
안해는 도명산에 가자 하였다.
가는 길은 사람보다 자동차가 더 잘 알고 있으므로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다.
도착해서 가다 보니 적막강산이다.
굽이진 길 돌아가면 뭔가 나오려나 기대감으로 안해를 앞세우고 간다.
"우로 봣!"하는 기분으로 고개 돌려보니
바짝 엎드린 잔디가 나무를 추켜세운 모습이 보기좋다.
우암선생께서 은퇴후에 지으셨다는 암서
오늘같이 따땃한 봄날 오후래도 좋고 아니면 "꽃됴고 녀름한" 달 밝은 밤이면 더 좋겠다.
편한 사람과 마주앉아 부친 전 안주에 담근 술 마셔가며 사는 얘기하노라면
지켜보던 신선도 우리 인간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잠시 했다.
다리건너 오른쪽 샛길이 바로 등산로의 시작이다.
보폭을 강제하는 계단이 참 싫은데 저리 곡한 오르막엔 그저 감사할밖에..
저 그악스런 뿌리내림으로 인해
가지들과 그 가지에 붙은 잎새들은 하늘향해 맘껏 두팔벌리는것 아니겠는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어쩔수 없이 밟고는 지나가는데 참 미안ㅎ다.
산에 왜 오르냐는 질문에 산에 많이 오른 누가 답했다던가?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누가 내게 똑같이 묻는다면 내게도 이제 준비된 답이있다.
"내려다 보기 위해 서..."
높은 산에 오르면 내려다 보는 풍경이 저리 아름다운데
왜 관직에 높이 오르면 내려다 보이는 것들에 대해 오만해질까?
"하나님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 요 대목도 떠 올랐다.
저리 아름다운 세상에서
오손 도손 살아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이쁘셨을까?
힘들게 올랐으니 한장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
때 맞춰 여기에 오른 누가 있어 잠시 부탁했다.
산에 올라 점심 먹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산에서 먹는 음식치고 맛없는 음식이 어디 있으랴!
새로 맛들인 막걸리 마셨다는 자랑이 하고파서 한짱 찍었다.
내리막은 온통 계단과 돌 뿐이다.
게다가 사방에서 굵기 자랑하느라 서 있는 나무들....
"너희들 정 그러면 줄 맞춰 옮겨심을란다" 으름장 놓아가며 한참 내려오다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학소대라 하는곳이 나온다.
아마도 학수고대의 오자이려니 싶을 정도로 기다렸던 터이니 반갑기 그지없다.
올라갈적 왼쪽만 바라보고 놓친 풍경이 내려올적에도 왼쪽만 바라보고 오다보니
자연스레 잡히는 풍경이 화양서원이다.
서원 옆에 있는 집이 참 착해 보인다.
나무들이 모여 사는 산
거기에 사람이 집을 들이려면 저 정도까지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라갈적 왼쪽에 있던 계곡물이 내려갈적엔 오른쪽에 있었다.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면서 굽이쳐 내려가던 물이 잠시 소나무 그늘아래 쉬어간다.
곡한 오르막 숨차게 오르다가 잠시 쉬어가자 할적 안해가 그랬었다.
"단 오분을 쉬더라도 자리를 잘 잡아서 쉬어야 한다........."
안해는 그 생각을 저 물에서 건진것일까?
오래 같이 살다보니 안해를 존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다 있다.
딴은 높은데 올랐다 내려다 본 아름다웠던 낮은곳에 이르러
나도 스스로 낮아지다 보니 떠오른 기특한 생각일런지도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