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김태호 내정자에게
어이 아우!
내 댓바람부터 아우하고 부르니 가뜩이나 속상한 판에 어떤 분위기 파악 못하는 형님인가 짜증날 일일지도 모르겠나만 그리고 아우가 관리하고 모신다는 그 800명의 형님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할지 몰라 미리 일러주네만 난 그 800형님 무리와는 다른 또 하나의 형님일세.
내가 이른바 58년 개띠이고 아우가 1962년생이라 들었으니 당연 내가 형님이라 자처해도 지나침이 없겠다는 생각이네. 자네 또한 형님 모시기 좋아하니 이참에 801번째 형님으로 대접해줘도 굳이 사양하지는 않겠네.
아우!
가만 생각해보니 지난 몇 며칠 우여곡절도 이만한 우여곡절도 없고 우리 흔히 해가 바뀔 때 광어나 도다리도 인사말로 갖다 붙이는 “다사다난했던” 며칠이라 아니할 수 없겠네 그려
오늘
여기 천안
생각 없이 굵은 비 퍼 부었다 그쳤다 하는 휴일 오후
이 형님은 먹고 살기 위해 새벽밥 일찌감치 챙겨먹고 출근했다네.
하는 일이 뭐고 왜 출근했는지는 800명 형님 근황 챙기기도 바쁜 판에 알려 해도 일러주지도 않을 참이지만 굳이 알려하지도 말게
점심 전에 인터넷 포털에 떴데그랴
기자들이 원래 저 초등학교 시절 한 문단 줄줄이 읽어보고 “전체의 대강” “전체의 줄거리” 이 요약을 잘 하는 사람들인지라 제목을 “김태호 총리후보자 사퇴”라고 달고 부제로 “억울한 면도 있지만 부덕의 소치” 이리 올라왔네.
이 형님이 좀 쪼잔 한 편이라
안됐다 생각하려다가 “억울한 면도 있지만”의 “만”자가
우산으로 비 가린다지만 신발 젖어 가면서 찾아간 단골식당
점심상에 오른 고등어자반 한 저범 떠먹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턱 하니 걸리더란 말이지
아우가 걸어놓은 문제의 “만”자가 의존형 명사로서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로 사전에 적혀있더란 말이지
뭔 말이냐 하면 아우에겐 억울한 부분이 있음에도 본인이 양보하거나 희생하거나 다른 이유로 물러나겠다. 이런 얘기로 들린단 말이지
대단히 미안하고 야박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아우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조선 천지에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네
“자고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고 부엉이는 산에서 울어야 하는 벱이여” 하고 얘기할라 그러다 가만 생각하니 아우와 난 “노는 물”이 좀 다르긴 하이
언뜻, 이 땅의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삼시 세끼 끼니 걱정 아니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큰 홍복이 아니겠나 이리 생각하다 “노는 물” 생각이 든 연유는 자넨 와중에 일찌감치 군수 거쳐 도지사까지 거친 “인물”이니 이 못난 형님하고 견줄 건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지
게다가 같은 시대 살아오면서 삼백삽십만이라 했나? 도민을 대표하는 도백까지 지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음에도 세상인심이, 이 나라 백성의 민심이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끗발 없는 총리자리라 할지라도 명색이 일국의 재상인데 오늘같이 비오는 날 털어도 먼지 나는 사람은 용납을 아니하겠다는 것으로 읽었네.
자네가 억울한지 억울하지 않은지는 이 지겨운 여름 더위 마다않고 청문회 지켜보던 백성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고 설령 백성들이 용납지 못한 “먼지”로 인해 “재상”자리를 허하지 않을지라도 뒤돌아서는 아우의 모습에 한 가닥 동정하는 마음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마음 따땃한 백성들의 연민의 정을 표할 시간도 주지 아니하고 또 한편, “그래도 다시 한 번” 일말의 미련을 갖고 있던 인정 많은 백성들도 요 대목에서 그 “미련”의 끈을 스스로 놓게 하는 대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일세.
역시 자네가 넘볼 자리가 아니었고 세 번 권한다 할지라도 끝까지 사양할 자리가 아니었나 싶네.
섣불리 오해하진 말게
아우가 못났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라 그만큼 그 자리는 높고 백성들이 귀히 여기는 자리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진 말게
그동안 자네 스스로 말했듯 이 시대 이 땅에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총리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아우가 살아온 생은 아버지의 아들로서 한 아낙의 지아비로서 슬하의 자녀들로부터 존경받는 대견한 “인물”임에는 전혀 손색이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
다만, 다만 말이지 거듭 말하거니와 그 자리는 세 번 권해도 끝까지 양보했어야 했단 말이지
그 자리는 말일세, 백성들이 원하는 그 자리는 아우같이 열심히 살아왔으면서도 청문회장의 그 야박하고 독살스럽기까지 한 국회의원들 - 따지고 보면 아우나 내나 저들이나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시시콜콜한 것 까지 들춰내면서 트집 잡다시피 하는 그 모든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만이 앉아야 하는 그런 자리라는 것 우리 다 같이 인정하고 수긍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네
요즘 시대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볼멘소리 할 것은 없다고 보네
우리 소싯적 소풍가서 보물찾기 해본 적 있잖은가?
소나무 밑에, 시내 자갈 밑에 혹은 우리 생각지 못했던 그 어딘가에 분명 선생님 도장 찍힌 그 보물딱지는 있었지 않은가?
우리가 앉히고 싶은 그 자리는 아우가 앉고 싶어 하던 그 자리는
바로 그 “보물딱지”가 앉아야 하는 자리이고 요는 그 보물찾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적당히 자기네 편사람 찾아 아우 같은 사람 앉히려 하고 앉으라. 권했던 저 파란기와집에 사는 친구들이나 그 쥔장의 잘못이라는 얘기지.
오늘 내려가시는가?
차 조심 하고 천천히 내려가시게
나도 그만 일 봐야 되겄네.
어찌됐던 그간 욕봤네 그랴.
801번째 형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