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조강옹 2019. 12. 24. 09:18

큰 아해의 임용고시 3차시기 도전의 날이 밝았다.

 

엊저녁 부터 안해는 아버지를 뵙고 싶어 하였다.

아침 식전

그래서 이곳에 왔다.

 

사 년 전

우리가 누대로 살아오던 농가주택에서 나와 동북쪽으로 이십여리 십오층 아파트먼트로 이사오기 전  선산에 잠들어 계시는 조상님들 이곳 아파트먼트로 먼저 모셨다.

 

 

조/율/이/시/를 한접시에 담고

탁주는 아니쓴다했는데  소주보다는 그래도 나을것 같아 가라앉은고로 탁주가 아닐것이라 하면서

가져왔다.

선산에 계실때 보다 애틋함이 덜하긴 하지만 가끔씩 찾아뵈며 선친을 기린다.

내 나이 오십을 넘었고 내 아해 또한 아해라 할수 없을만큼 성장했는데도 "아버지"에 대한 "부정"을  너무 늦게 깨우쳤기 때문이다.  

 

 

청주 우암산에 자리한 한 산사

이른 시간이래선지  고요적막하다.

 

법당에 들어서면 난 정성껏 삼배를 올리고 나오는데  안해는 그 자리에 꿇어앉아 긴 기도를 한다.

그럴때 마다  늘 이야기한다.

일심으로 삼배를 올리면 그걸로 족하지  기도가 길어지면 들어주시려는 부처님께서도 지루해 하시지 않겠는가?  

 

안해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경내를 배회하다 문득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불가에서의 가르침은 늘 이렇다.

알듯 모를듯 

잡힐듯 말듯

잡았다 해도 꽉 쥐고 있어야 한다하고 이미 잡았으므로 놓아도 된다하고  

어느게 맞느냐하면 둘 다 맞다하고 아니 둘 다 틀리다하고...

 

그렇지,  모든것이 다 마음속에 있느니라...

 

아해가 치르는 시험장 이웃학교를 주자장으로 빌린 모양이다.

바람이 불지 아니해도 잎이 지고 있었다.

 

스물 일곱명을 뽑는 시험에 일천백여명이 응시를 했다고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저 부모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조이고 있으며

멀리서 기도하는 친지들까지 합하면 그 수가 부지기수일것이라 생각하니 숨이 막혀온다.

 

종이 울리고 아해가 무리속에서 나왔다.

같이 응시한 아해의 여친까지 넷이서 서문시장 입구 버섯찌개 전문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안동에 가자 하였으나 아해는 집에서 쉬고싶다하여 우리 내외만 안동으로 향했다.

 

인근 하회마을로 널리 알려진 풍산이란 곳에 있는  쇠고기 전문 식당에 모두 모였다.

고기를 굽고 축배를 들고 이런 저런 얘기 순서없이 하다고 늦은 시간에 처가에 들었다.

도중에  아해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힘들것 같아요"

 

..................

 

인터넷에 오른 정답을 확인한다 하였으니 그리했던 모양이다.

 

"누구에요? 뭐라 그래요?"

 

"응 아무것도 아냐"

 

옆에서 묻는 안해에게 둘러대고 밖으로 나오니 허탈이 더해간다.

아들에게 문자 하나 보냈다.

 

"마음쓰지 마라!  아직은 모두가 과정일 뿐이다."

 

 

이튿날 아침

날이 밝아 사랑에서 나오는데 안해가 안방에서 나온다.

 

아침 공기가 참 포근하다.

같이 대문을 나섰다.

다리를 건너  강가를 거닐면서

안해의 손을 잡고 어제 아해로부터 온 전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바람 한 점 없고 조심 조심 걸어도 발자국 소리 크게 들리는 아침 강가

아내가 잡은 손에 힘을 주어온다.

 

그려 ..

아직꺼정 소는 커녕 소의 자취도 보지 못한겨  우리는....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