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저 식탁위의 장떡은?

조강옹 2019. 12. 24. 09:31

 모처럼 내 휴일과 세상의 토요일이 개기일식 처럼 일치된 날

 

뒷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점심은  인근 "공주칼국수"집에가서 먹자 하였으나 안해는 만두넣고 떡국 끓여줄테니 집에서 먹자하였다.

 

그러기로 하고 내려오다 문득 생각했다.

지난 여름 천렵때 삼겹살과 먹었던 김치가 맛있다 부지불식간 내뱉은 한 마디가 제공한 사람의 귀를 흐뭇하게 하였던 모양이다.

 

일전 마실 다녀온 안해편에 그때 그 김치 한 통이 입하되었던 것이다.

안해는 떡국을 끓이고 난 그 김치를 넣어 장떡을 부치리라!

 

영감이란것은 늘 예고없이 문득 떠오르게 마련이고

그것을 놓치지 아니하였을때 비로소 "명품"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는 법이렷다.

 

 

예의 그 신김치를 두어번 물에 가볍게 헹궈낸 다음 도마위에 올려놓고 잘게 썰었다.

청양고추 하나 끄트머리 발갛게 변색하려 폼 잡는 놈 골라 씨 빼내고 부수다 시피 잘게 썰어넣었다.

고추장은 밥먹는 숟가락에  13/16 만큼 떠 넣었다.

 

밀가루 반죽할때 안해가 설탕 조금 넣었다.

나는 넣지 말라했는데 결과에 대한 공을 나누어 가지려는 심사를 어찌 탓하겠는가?

물을 고만 부어야 한다고 안해는 우겼으나 나는 1/4컵을 더 부었다.

반죽의 농도는  맛과 두께를 좌우하는 5대 요소중의 하나인데 어찌 아내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최선을 마다하고 차선을 선택하겠는가?

 

휘휘젓고나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장떡 부치기에 들어갔다.

 

 

 

첫장을 부쳐냈다.

배추김치를 잘게 썬 이유는 먹을때 식자의 마음따라 쉽게 찢어지도록 하기 위함이요

고추장 양을 까다롭게 가늠하여 13/16만큼이라 적시한것은 그림과 같이 고운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이 또한 맛을 좌우하는 5대 요소중의 하나임은 더 말해 무엇하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어디서 먹느냐, 무엇과 먹느냐 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 법

급한대로 저리 상 차려주니   혼자라도 꾸역 꾸역 먹게된다.  배터지는줄 모르고........

 

 

굳이 홍익인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이쯤에서 요리의 비법을 만천하에 공개하여 이 나라 온 백성들로 하여금 너나할것없이 뜨끈뜨끈한 장떡을 맛보며 겨울 추위를 잊고 살겠금 하려 하였으나 .......

 

낱낱히 설명 드리기 쉽지 않은 사유로 그 뜻을 펴지 못함을 한하며 다만 기름은 포도씨유를 사용하였다는 것과 팬위의 장떡은 약한불에 뒤집기 20초 전임을 밝히는 바이며 이 정도만으로도 대략 일천오백번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이만 붓을 놓는 바이올습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