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미호천의 아침

조강옹 2019. 12. 25. 07:02

 까치내라 불렀다.

거기에 오래된고로 허름한 보가 하나 있었다.

까치내에 보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까치내보라 불렀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단지가 대략 6년전 겨울

미호천따라 시오리 올라와 새로이 둥지를 튼 오창 과학단지내에 자리하고 있다.

 

 미호천은 금강의 대표적 지류이고 이 까치내보에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청주시민들의 마음속을 흐른다고 멋들어지게 표현되는 무심천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미호천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다만, 조치원에서 청주를 가로지르는 국도

청주쪽에서 강안쪽에 있기에 강내면이라 이름한 그곳에 미호라는 지명이 있다.

아마도 미호천이 금강에 합류하기까지 강변에 형성된 마을중에 가장 크고 융성했던곳이 미호이기 때문에 미호천이라 하지 않았겠나 추정해 볼뿐이다.  

 허두에 잠시 언급한 까치내보를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이 보를 건설했다.

그리고 유난스레 국격을 들먹이고 강조했던 현 정부가  이름도 새로이 작천보라 명명했다.

전해내려 온다며 적은 얘기는 엉성하고 두리뭉실하다.

얘긴즉슨 조선 헌종때 상주서생 이원조가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이곳 합수머리 어디 주막에 묵었던 모양이다.    앞뒤 설명없이 이 서생이 갑자기 쓰러졌고  주모는 흰 까치가 효험이 있다는 소릴듣고 덫을 놓아 잡았는데 느닷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까치를 잡아먹고 덫을 부쉈다한다.   그날밤 악몽을 꾸던 서생이 총소리에 놀라 깼고  꿈속에서 자기를 구해준 포수 발밑에 호랑이가 죽어있었다???!  게다가 그 포수도 서생을 구하라는  꿈을 꾸고 주막으로 달려왔다는 앞뒤도 맞지 아니하고 대충 두리뭉실 전설의 모양새를 갖춘 얘기의 결론은 그 서생은이 나중에 장원급제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긴 한데 약주가 몹시 과한 냥반들끼리 횡설하고 수설한 얘기들이 구전되어 결과물이 이리 되지 않았을까?

 

건너편 까치내보가 자전거도로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어제 이른 아침 내 따라 자전거 타고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몇장 올리면서 늘어 놓을 넋두리의 시작이 이리 길었다.

 

앞  두장의 사진은 전에 찍은것을 참고로 한 것임을 밝히면서.........

 토요일 통트기전 자리에서 일어나 강물따라 내려오다 보니 저렇게 해가 떠 오른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있는 곳이 미호이다.

충청북도 소속이기에 청주를 기준으로 강 안쪽에 있으므로 강내면이라 하고

자전거 도로가 난 이곳은 강 건너편인고로 강외면이라 부른다  고로 강외에서 강내의 일출을 찍은것인데 출발하여 대략 15킬로미터 하류쪽이다.

 해뜨는 장면과 해 지는 장면 중 어느것이 더 보기 좋으냐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둘다 아름답다.

 

사람은 물론이고 금수에 이르기 까지 대를 잇기 위해 고귀한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것도 감동이지만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살다 마지막 날 숨 마저 길게 내 뱉음으로 모든것 돌려주고 가는 죽음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알흠답기 때문 아니겠는가?

 세상에 사람이 없어도 해는 떠오르고 내는 흐르고 풀들도 자랄것이다.

다만 사람이 있어 저렇게 가로질러 무수히 다리를 놓는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도 많았고 거슬렸다.

 

 경부선 철교가 보인다.

조치원 뒤를 돌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 따라 쌓은 제방엔 저렇게 무수한 꽃이 피어나는 꽃밭이기도 하다. 

 조치원을 뒤로하고 돌아보니 저 멀리 세종시로 연결되는 공사중인 다리와 경부선 철교가 겹쳐보인다.  예까지가 대략 20여킬로 미터이다.

 

 월하리

이름만큼이다. 산천경개가 알흠답다.

아마도 충청도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풍경이 아닌가 싶다.

 

 서 있는 자리 마냥 서 있어야 하는 나무에게 마실온 양 강물도 잠시 흐름을 멈추었고   스쳐지나가는 자전거가도 구름을 멈추어  한 자리에 모였다.

 

새벽, 특히나 강가의 새벽은 아름답다.

 

낚싯대 하나 드리워놓고

밤새 물고기들 상대로 사기치다 보면 초병들이 보초 교대하듯 

어둠과 새벽이 교차하면 저 위로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잉어 한 마리 "날 잡아잡수" 하고 뛰어오르다 곤두박질 치며" 첨벙" 하고 소리내면  참선중에 졸다 어깻죽지에 내리치는 죽비소리 보다 더 크고 아프게  화들짝 놀라고 비로소 밝아진 사위처럼 환하게 깨달음 하나 얻는다.

 

비로소 채비를 거두고 돌아오는 길

강물은 저렇게 흐르다 멈춘듯, 멈추어었다 다시 흐르는듯  물안개만 모락 모락 피워냈었다.   

 

들여다 보니

 줄창 서있어야하는 운명과 줄창 내달려야 하는 운명이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 나름 정다워보인다.

 강은 내려가면서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목적하는 곳이 같은 이유로 쉽게 동행한다.

까치내 위에 무심천과 만나 흐르다 병천쪽에서 내려오는 병천천과 만나고 다시 대청댐에서 부강을 거쳐 내려오는 물과  합류한다.

 

합수, 두물머리 ...

여긴 합강이라 이름하고 합강공원이라 명명하였다.

국격을 높이기 위한 눈물겨운 이름짓기 이려니....

저렇게 정자하나 지어놓고  잔챠족들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집에서 대략 삼십여 킬로미터 지점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세종시 첫마을

지금도 이해할수 없는 논리로 대통령이 딴지를 걸어 한참 뜸들이다 다시 건설을 시작하는 세종시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여유로워 보일뿐

뜸을 너무 들이다 보니 밥이 제대로 지어질리 있겠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선 보기엔 좋긴 하다만 땡볕에

저 불록에서 올라 올 복사열은 어찌 감당할것이며 볕은 무엇으로 가리자고...

 

걱정거리 하나 기념으로 남기고 반환점 삼아  오던길 다시금 거슬러 올라간다.

 

 모내기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중간쯤 가서 스르륵 시동 꺼지면서 파업을 일삼던 고물 이앙기

 

반쯤 심어내고 찾아온 점심시간

지금까지 심어낸것에 스스로 족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다시 진논으로 들어갈때 고무장화 속으로 전해오던 질쭉한 흙의 감촉

 

힘들었지만 젊었기에 나름 재미도 있던 시절 

돌이켜 보니 농삿일에서 손 뗀지도 어느덧 십개성상이다. 

 

어즈버.............

 

 모내기 끝날즈음

일을 쇠죽먹듯 하던 소들도 잠시 쉬는 때가 오면 저 제방둑에 소를 매놓고 학교에 갔다.

방과후 책보 풀어 마루에 던져놓기 바쁘게 소 뜯기러 찾던 제방이다.

연하고 맛있는 풀 찾아 소 몰고 다녀야 하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뒤어 놀기 바쁘던 곳

이제는 저렇게 꽃들 어우러진 대형 화원으로 바뀌었다.

 색이 고와 가히 꽃중의 꽃이고

 모두 비웠으므로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날아갈것 같은 꽃씨

 

 나름 열심히 피면 아름답지 않은것이 없어보인다.

꽃이고 사람이고 간에...........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런것이다.

반칙하지 아니하고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재를 인정하면서 어우러진 꽃밭보다 더 아름다운것이 또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 있긴 하지만 그리 되려면 꽃들에게 배워야 할것이 있다는 생각 ......

 

아프게 든다.

 두어차례 보았다.

저렇게 크게 장난감 만들어 노는 어른들

비행기는 생각보다 멀리 날아 올랐으며 어른들은 이 장난감 놀이에 어린 아해들 보다 더 진지했다.

 

 경부고속도로 다리가 보이는곳

처음 자전거 탔을 땐 이곳까지 온것이 스스로 참 대견하다 생각했는데 이젠 이쯤 오면 집에 다온듯 포근하고 안도감이 든다.

마중나온 안해에게 카메라 건네 주며 한컷 찍었다.

 

내 생애 첫 60km 자전거 탄 날

내 생애 내 따라 가장 멀리 내려갔던 날

내 생애 나름  괜찮게 행복했던 날 

하여, 남은 생애 하루 하루가 오늘 같은 날로만 채워졌으면 하고 욕심내던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