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괴산 산막이길

조강옹 2019. 12. 26. 15:09

2016년 11월

사람사는 세상은  가마솥에 물끓듯 시끄럽습니다.


회사는 장기파업으로 집 나간(?) 직원들은 돌아올 줄 모르고

나라는  여인네 둘이서 휘저어 놓은 소용돌이에 온 백성들이 어지러워 제몸 가누기 조차 힘이드는 모양샙니다.



15층 아파트먼트에서 가을을 헤아리기 가장 쉬운 모니터는 앞동 사이에 주자창

저 나뭇잎이 떨어지고 쌓이는 정도로 쉬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것은  등허리 나뭇잎 털어내는 핑계삼는 저 자동차나

앞서 말씀드린 회사나 나랏일 핑계삼은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정하고 가는 길은 괴산 산막이 길

괴산 지나서 어지간히 왔다 싶은 고갯마루에서 보이는 맞은편 동네

차를 세우고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유지이라는 이유로 입구 주차장에서 이천냥의 주차료를 받습니다.

초창기 찾았을땐 그저 조용하고 인적드문 곳이었는데  널리 알려지고 나서 이렇게 주차요금도 받고 주변엔 식당과 매점등 꽤 많은 시설물들이 들어섰습니다.

행여 이 작은 소란이 오래전부터 저렇게 영면에 드신 넋까지 깨우는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자세히 바라보니

늦은 가을햇살만 소리없이 쏟아져 내릴뿐..

다행이다싶으면서 나도 모르게 뒷꿈치 올려 까치발로 걸어갑니다.


왼쪽으로 선착장이 보입니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물가로 난 길을 걸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배타고 온다하였습니다.


다리 성한 사람은 오던길 되돌아 걸어오면 될터이고  노약자를 비롯한 성치 못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 그리 나쁠것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초입인데  몸이 덜 풀린데다가 짧지만 곡한 오르막 걸어 올라가면 이런 그림 하나 나옵니다.

발판과 발판 사이 공간이 헛디된 다리 빠지면 어쩌나 걱정이 될 만큼인데가가 적당히 흔들거림에  은근히 공포감 마저 들게 하여  다 건너가서  안도의 한숨이 나올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물가로 난 길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그림 그려내기도 합니다.


물위에 물 있다는 듯 저수지 하나 나오는데  전속 모델은 물속을 들여다 봅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 꼭 올려봐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 나이 새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찰나적으로 모델이 먼저 깨달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있었습니다만.


바람 한 점 없는 고요가 도와주어야

물은 하늘을 제 안에 담을수 있구나 하다가 우리의 마음 또한 저 물처럼 잔잔을 유지해야

우리가 담고자 하는것을 담을수 있다는 생각 또한 문득 들었습니다.

괴산댐이라 적혔던데 우린 칠성댐이라 부릅니다.

행정구역상 칠성면의 그 지명을 딴 연유이기도 하고 맞은편 산길따라 한참 올라가다 보면 폐교하나 나오고 거기서 부터 왼쪽으로 달 밝은 밤이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간다는 우리의 흔한 전설이 사실처럼 믿겨질 만한 아름다운 계곡과 계곡에 어울리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곳이 나옵니다.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모르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찾아오다 보니 스스로 그러하던곳이 스스로 그러하지 못하도록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호랑이가 살만한 굴이 나오고

놀라지 않을 만큼 착하게 호랑이 만들어 세워놓았습니다.

따라서 굳이 정신차리지 않아도 물려갈 일이 없겠거니 하고 가던길 갑니다.



치어들어 바라보는 모델의 목 각도에 비추어 나무의 끝이 하늘에 걸린듯 합니다.

길은 저렇게 방부목으로 끊임없이 이어졌고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됩니다.

게다가 노인네들 다리 아프겠다 싶은 곳엔 어김없이 약수터니 쉼터니 만들어 놓았습니다.


땀 날 정도는 아닌데 목은 마른 정도

날씨도 그렇고 물가로 이어지는 이 잔도의 높낮이가 발길을 약수터 앞에 멈추게 만듭니다.



전에 왔을때는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산에 올라 산 등성이 타고 가서 오는 길은 이 길로 왔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기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가는 길입니다.

 .

 


적잖이 쌓인 낙엽 밟다 보면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습니다.


 

가을엔 입구에 보이던 과수원의 사과만 익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서있는 간격이 아직 때는 아니라는 증거인것 같긴 한데

부디 알찬 결실 맺어 행복한 삶이 이 길 처럼 오르막 내리막 쭈욱 이어지길 바랍니다.




사람이 없어야 할곳에 있어도 탈이지만  사람이 있어야 할곳에 사람이 없을때의 을씨년


전망대

열 댓 걸음  물가로 나아가서 바라보는 그림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아주 고마운 장소


혼자 보고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던지 

먼 곳에 있는 친정 식구들에게 생방으로 중계까지 합니다.

목적지가 선뜻 눈앞으로 다가온 즈음


보무가 당당해지는 것은  꼭 싸움터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장수의 전유물만은 아닌듯 합니다.

여자들에게 있어 친정은  언제나 기대고  의지할수 있는 바람벽 같은 곳 아닌가 싶습니다.

친정식구와 통화후 이렇게 힘을 냅니다.

목적지 전 마지막 쉼터


결코 사진촬영에 협조하기 위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 모델의 메질이 도움이 된것은 사실입니다.  


늦가을의 햇살에 얼비쳐 빚어낸 고운 빛

산막이길의 가을 빛은 이리도 고와보였습니다.


물길따라 오는 사람들 싣고 한 걸음 늦게 따라오는 배


이쯤되면 중국의 여느 관광지 잔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듯 합니다.


오후 세시

해시계 삼아도 무방할 듯

가을도 깊었지만 시간도 꽤 되었음을 알리는 햇살


선차장 그림은 생략입니다.

매점과 콘도

전 안주삼아 막걸리 먹을 수 있는 상점들

세상사 어지러워 찾은 곳이었을 터인데  두고온 곳의 소식은 늘 궁금하고  과학의 발달은 그 궁금증마저  잠시 잠깐이라도 마음속에 간직하지 말라 부추기는듯 합니다.


차마고도 처럼  험한 길 걸어 예까지 왔다 싶었는데 자그마한 마을에 트럭도 보이고 자동차도 보입니다.


찻길이 어디 있나 싶어 상점 주인에게 물었더니 임도 따라 외지로 난 길이 있다 일러주었던 그 임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처럼 고즈녘해 보였습니다.


길엔 역시 걷는 사람이 있어야 아름다워 보이는구나하였습니다. 


왔던 길 고대로 뒤 돌아 가는 길


여기 저기 짙게 남겨진 가을의 흔적


힘들게 왔으니 쉬 물길로 가라 유혹하던 선착장의 모습

모델료 대신 독 사진 하나 찍어달라는 간청에 한 컷


떡메 내려치며 깔깔대던 여인들은 물길로 간듯하고  우리 뒤 따라왔던 일행 서넛

갈길 걱정 마다하고 막걸리 마시고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보아 저들은 올때부터 아예 물길로 돌아가길 작정한듯 보였습니다.


명년 봄엔 꼭 한번 다시오리라!

오늘 오길 참 잘했다는 말과 섞어가며 몇번이고  다짐하던 모델

 


소풍나온 듯 살다가

일찌기 천상병 시인이 노래했듯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수 있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꿈꿔야 하는 2016년 11월의  우리나라 대한민국.


개학을 앞두고 밀린 숙제 걱정해야 하는 어린 아해처럼


털어냈다 싶었던 삶의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누르는  2016년 11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주저앉은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