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전립선 치료제의 부작용과 지천명에 대한 단상

조강옹 2019. 12. 23. 18:59

지가 한 달에 한 번씩 박어놓구 만나는 사람덜이 있어유

몇해던가 기억도 가물한디 피가 더울적 얘기유

반년만 전디문 작대기 네 개에다가 덤으로 꺾이도 하나 얹어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강원도 같은 경기도 어디쯤에서 혹독한 훈련 전뎌내문서 그해 겨울을 나게 디었지유

그때 같이 고생했던 사람덜

어띠키덜 서루 줄이 닿아서 정기적으루다가 모여서 밥술 같이 먹은지두 족히 십여년 딘것 같네유

(젊은시절, 하사관학교에서 육개월 동안 같이 교육받은 동기생 몇몇이 매달 한번씩 만나서 밥 먹는단 말씀)


다같이 나이덜 오십줄에 접어들구 보니 자식키우는 얘기부텀 몸에 찾아든 병환얘기 이런 시상사는 얘기루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지유

근디 하루는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지 대갈을 자시보더니 그러는 거유

머지않아 찬바람 불것인디 그대루 냅두다간 대갈님 엄청시리겄다.

하문서 요는 지 친구가 의산디 거기 찾아가서 지 얘기하구 사정을 얘기하문 처방을 해줄것이라구 저두 그리키 했는디 이리키 좋아졌다구 지 대갈님을 바짝숙여서 디미는 거유


그날은 그런갑다하구 집이와서 내자더러 색경 줌 달라해서 이리 저리 자시 보니께 참말루 소갈머리 읎는것이 뵈기싫기두 하거니와 아닌게 아니라 찬바람 불문 딱히 대책두 읎을것 같어서 그 병원엘 찾어갔어유


사정얘기 다 하기두 전 그 의사선상님 댐박에 알어채구서는 씩 웃으문서 처방을 하더라구유


“시키는대루 하기만 하문 효험이 있나유?”

했더니 

“열에 여덟은 그리하고 둘은 그리하지 아니하니 엥간하믄 그리되리다”


처방을 받아들구 밑에 약국 내려가서 약을 처방을 해 주는디  한달치 서른개 팥알만한 약을 다시 네 조각을 쪼개 주문서 잠자기전 한 알씩 넉달동안 먹으문 딘다는 거지유


그날 이후루 비오는 밤이나 술마신 밤이나 저녁 거른날꺼정 요 약만큼은 거르지 않구 꼬박 꼬박 챙겨서 먹었어유


그리구 집에서나 나가서나 색경만 눈에 디문 대갈님 디밀어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지유

별반 나아진것두 읎는것 같어 서운하문서두 집에 애덜두 맨날 디려다 보문 크는 줄 모르드끼 내 머리두 그런갑다


어느날은 미장원 머리깎으러 가서 전 직원 불러모아놓구 사정얘기를 했어유

시방부터 눈여겨 봐놨다가 담에 머리깎으러 오문 개선전후 비교를 부탁하노라구......


그리키 두어달이 흐르고 엊그제 머리깎으러 갔었어유

전직원 다시 소집해서 살펴봐라 일렀더니 하나같이 하는 말이

“말씀 올리기 송구스러우나 별반 나아진게 읎는줄로 아뢰오”


오늘 아침 미련읎이 남은 약을 싱크대에 쏟아 버렸어유


“내 비록 남보덤 머리숱이 현저히 부족하야 소갈머리 읎다 흉으루 보일지라두 

 이는 천명이다.

시상 나올적 부족한 소갈머리 만큼 내 어딘가 남보다 과하게 받은 것이 있을 터인즉

이를 알문서두 소갈머리 채우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침이 읎다할 수 읎으므루

남은 여생 흔쾌히 요모냥대루 살다 가리라”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