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쉰 둘의 구원, 사흘간의 기록

조강옹 2019. 12. 24. 07:06

나의 살던 동네 하동증가 집성촌.

연세 고만 고만한 몇몇이서 두어 달에 한 번씩 저녁 먹는 모임

그냥 하정회라구 하지 뭐. 연말 망년회 놓치구 신년회로 이름 바꿔 모인 엊그제.

으레 그러하듯 온 순서대로 자리해서 앞옆으로 안부 전해 듣고 주고

점잖게 먹고 마시다 누가 먼저랄거 읎이 베란간 헤쳐 모여. 말하자문 조직 재편성.

요럴 때 내 무르팍에 손 얹거나 귓구녕에 더운바람 집어늫며 찰싹 달라붙은 몇몇있어

금새 의기투합해 위하여를 연발하며 목격자덜 진술대로 물마시듯 했다는 얘긴디

이튿날 새벽이문 그 효험이  6.5:3.5의 비율로 복통과 두통으로 나눠서 오거든

침대위에 뭉기적거리며 내가 왜 그랬나. 엄청나게 반성도 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 수없이 다짐하다

경우 참 지랄같네 어지간이했으니 이쯤에서 고만 살려주면 안 되겄나 원망까지 하다보면 

천둥번개 그치고 비 개이는 여름날 오후처럼 그짓말같이 속이 가라앉고 말짱하게 정신까지 맑아 온다니께

저만치 어리대던 식욕이 성큼 다가와 누룽지 끓여내라 그보다는 칼국수가 낫것다.

아니 그걸 어느 천년에, 그냥 김치짠지에 맨밥이라도 좋으니 상이나 얼른 채려

찬밥에 물 말어  숟가락으로 뚝뚝 꺼 가며 먹다보문 삘이 오능겨

이제 살었다.

구원받었다는 확신과 구원받음에 대한 감사와 이를 증명하듯 입에 달라붙는 밥맛

목에 걸렸거나 가슴패기 어디쯤 숨어있던 스트레스까지 꼭꼭 씹어 목구녕으로 넹기구서

뒤늦은 세수에 거울보며 머리 말리다 보문 이맛박에 파란불이 깜박거려.  됐다.

다시금 살게 해주심에 감사하오이다. 

다시는 술 마시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는  술 마시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는 술 마시지 않고......

.

.

.


가만, 

곰곰 생각느니

사람이 살다가 마다할 수 읎는 경우가 다시 읎다 아니할수 있겄나

닥치면 그래도  거들어야 되지 않겄나.  정녕 그리해야 되지 않겄나

그때를 위해서라두 급한대루 마른 오징어에 쐬주 한 잔...... 목구녕 적셔 봐?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