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쇠똥 밟구서......

조강옹 2019. 12. 23. 17:26

지가 한 쪽다리는 미호천변 아홉마지기 논바닥에 걸쳐놓구 또 한 쪽 다리는 경부선 기찻길에 걸쳐놓구 이리키 양다리 걸치구 살어오다 멫해전에 논바닥에서 걸쳤던 발은 뺐다는 말씀 디린적이 있지유.

근디 지가 사는디서 시오리쯤 떨어진 마을에 양다리 모아서 아예 논바닥에다 걸쳐놓구 살아오시는 고모님이 한 분 기세유.

일전에 그 고모님한티서 기별이 왔어유.


“못자리줌 할라구 그라는디 시간디문 댕겨갔으문 좋겄다”


다른일두 마찬가지겄지만 특히나 농삿일이라는게 바쁠 때는 오줌눟구 바짓춤 추시릴 시간두 읎이 바쁘다가두 한가할 적에는 파리채 들구 방구석 기어댕기문서 파리나 잡아 죽일 일배끼 읎을때두 있거등유

지가 농사지을적 못자리에 관한 한 단 한번두 실패를 본적이 읎는지라 별명이 오죽하문 못자리강이라 불렀을까유.


우리 475세대중에 지금 도회지 사시는 분덜

흐릿한 기억이나마 과거 어린시절 봐오신 부모님덜의 엄청난 노동강도.... 생각덜 나실거유.

그때문인지는 몰러두 어쩌다 고향찾어 댕겨가시문서 잠시잠깐 일거드실라다가두 옛날 생각에 지레 질려서 선뜻 다가스질 못하시잖어유.

그래서 고향 찾는 것은 좋은디 ... 찾구는 싶은디 농삿일 거드는거 겁나서 농번기 피해서 댕기시는분덜두 읎잖아 기시다는 얘기두 들었지만 말이 그리타는 얘기지 증말루 그리키까지야 하겄어유.

얘기가 잠시 옆도랑으로 샜네비네유


못자리 하는일이란게 단계적으루다가 멫가지 공정이 있어유.

영농교육두 아닌디 일일이 말씀디릴 필요꺼정 있겄어유 그냥 거두절미 늑자루 대신하기루 하지유

좌당간 기별 받구서 첫날 한 일이 촉 틔운 씻나락 모판에 앏게 피구 그 위에 흙을 살짝 덮어 쌓는 일인디 농삿일 치구는 그리키 쉽지두 심들지두 않은 그런일이지유.


심들만하문 한 잔씩덜 하자문서 홍어무친거 끄내놓고 막걸리 한 잔씩 마셔가문서 하다 보니께 재미두있지유

어디선가 바람 솔솔 불어오니께 여자분덜 얘기루는 친청엄니가 보내주는 바람이라 그러기두 하구 또 친정엄니가 안기신 분덜은 당숙모가 보내주는 바람이라구 하기두 하구 그냥 저냥 남정네덜은 담배덜 한 대씩 피구있다보문 말유 꼭 누군가가 우스갯소리 한 마디 하더등유 그라문 다같이덜 까르르 껄걸 웃다가 궁딩이 털구 일어나 또 일덜시작하구 그리키 저러키 하다보니께 즘심 새참 다 먹어치우구 어느새 해가 저무는거유.


지가 농사져봐서 대충은 아는디유.

시상에서 질루 기분 좋을 때 중의 하나가 일 끝내구 집으로 갈때유.

수고덜 했다구 서루 인사덜 하문서 연장덜 챙켜서 경운기에 싣구 남은 사람덜 논 가운데루 가로질러 돌아덜가는디 저는 손 씻을 요량으루다가 물꼬루 갔어유.


손씻기 아까울 정도루 맑은 물이 소리읎이 내려가구 그 옆댕이루다가 노란꽃 하양꽃 들꽃덜 무리지어 피어난 들녘

팔랑 팔랑 흰 나비새끼 한 마리 날러가는거 봐가문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나게 씻구 있는디 저만치 가던이덜중에 누가 또 우스갯소리 했는지 까르르 껄껄 웃음소리 바람타구 들려오는지라 무슨 얘긴가 싶어서 따라 들을려구 젖은 손 궁딩이에 문질러가문서 서둘러 쫒아가다가 뭔가 물컹하는지라 봤더니 쇠똥을 밟은거유.

그거 둑싱이 풀에다가 문질르문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유.


이담에 죽어 우리 간다는 디가 여기보덤 더 좋은딜까?

좋아서 나쁠건 읎지만 이 정도만 딘다문 더 무엇을 바라겄나?.

암만!





일락 서산에 해 떨어져도

산명수려 이 강산은.....

...농부덜 차지로세...


해는 늬엿늬엿 바람은 살랑살랑 술 취한 조강은 흥얼 흥얼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