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기행
새벽밥 먹고 줄창 달려 온 세 시간 남짓
통영 여객선 터미널이라 했다.
"열 한싯 배"란 소리가 냉큼 나오질 않고" 열 한시 비행기" 열 한시 차" .....
입안에서 혀가 엉키기는 같이 간 일행들 모두 매 일반이었다.
간혹 "송곳 꽂을 자리" 하나 없단 소릴 종종 한다.
이건 아무래도 "입추의 여지"란 한자 말에서 유래한것이니 듕귁넘들 호들갑이려니 하고
우린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일 때 "발 디딜 틈"조차 없다고 말을 한다.
승객의 대략 72.5%가 여성이다.
먹는데고 놀러다니는데고 마찬가지이다.
저들과 같은 방 쓰는 남정네들은 지금 이시간 무엇을 할까?
바다 바다 바다...
쳐다만 봐도 저절로 양팔이 벌어지면서 국민보건체조 맨 끄트머리 하는 숨쉬기 운동이 절로 나온다.
상쾌한 바람과 바다....
바라만봐도 시원하기만 한데 왜 생각만해도 욕지기 나는 욕지도라 했을까?
진달래... 먹기엔 아까워 그냥 다가가봤다.
여자와 꽃은 다가갈수록 아름답고 향도 찐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새싹은 늙은 고목에서도 나온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 한 해 바지런히 성장해서 훌륭한 재목이 되어라.
집들이 참 착해 보이는 고로 평생을 두고 살아도 윗집과 아랫집 싸울 일 없을것 같은 이웃들
"사라"니 "매미"니 이름 붙여 오는 태풍이 와도 잔잔할 것 같은 포구,
높은곳에서 내려다 보는 낮은곳은 언제나 평화로워 보인다.
산과 바다와 사람이 사는 집과 배와 꽃
하나같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기에 사람이 더해지면 비로소 시끄러워진다.
봄 언덕에서 내려다 본 동네,
문득 닭이 울고 개 짖는 소리 들릴것같은데 적막하기 그지없으니 내려가는 발걸음도 조심 사쁜이다.
일찌감치 밭 갈아 놓고 모두들 어디갔을까?
저 빨간 기와집에서 남은 여생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뒤에 이마 벗겨진 밭뙈기 하나 끼워주면 더 말해 무엇하리....
돌아 오는 길에 배 꽁무니 따라오는 갈매기 보고서는 금방 새가 되었으면 하고 소원이 바뀐다.
무리가 어지럽지 않게 문화예술적으로 날개짓 하는걸 찬바람에 재채기 나올때 꺼정 쳐다봤다.
이른 저녁 무렵의 통영
우리 인생을 한낮으로 비유하면 저 때쯤이면 몇 살이나 될까?
아직은 아니지만 저녁 끼니 걱정에 보릿쌀 챙기는 나이는 되었겠다
생각하니 자주 좀 댕겨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복 받으실게다.
세상에 길 가르쳐 주는 사람만큼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
여객선 터미널에 아주 친절한 사람이 하나 있어 우리 갈곳을 일러주었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저 외계에서 온것 같은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이 풍성한 시장통 전체가 그냥 커다란 뷔폐였으면 좋겠다.
소줏병 차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눈 마주치는것 골라 안주하면서 한나절만 돌아다니면 고대 죽어도 여한이 없으련만....
좌판에 누운 가자미가 "가자미눈" 뜨고 한마디 하지않을까?
"사는 사람이고 파는 사람이고 워째그리 하나같이 바지런할까?"
귀걸이가 이쁜 녀인이 있어 한 방 찍었다.
아주 자상한 남편이 결혼 25주년 되던 해 적지않은 돈 주고 사 준것이란 얘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
돌아오는 내내
부른 배 두드려 가며 이 여인을 생각했다.
바람 찬 바닷가 중앙시장통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그리스도의 오병이어 중 "이어"의 기적을 증거하던 내 누이같은 아낙
그대로 인해 내 오십세살되던 이른 봄날 저녁이 참 행복하였으므로
내년 이른 봄까지 내게오는 복의 27.5%를 그대와 나누려 하니
그대 이미 비운 접시 받쳐들고 사양말고 받으시오소서!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