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부산 두번째 이야기

조강옹 2019. 12. 25. 06:04

아마도 지지난 여름이었을겁니다.

안동 처가에서 모일적 마다 부산에 사는 두 동서 내외는 하나같이 "녀름에 꼭 한번 놀러오라!"

신신당부하듯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고 이것을 인사치레로 여기는것도 한두번이지 도리가 아니다 싶어 늦은 여름 안해와 함께 부산으로 나들이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만나서 저녁은 우리가 대접할터이니 잠자리나 봐달라 사정사정해서 찾아간 곳이 여긴데 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  이후 이번 부산 나들이 까지 너무 많은 크고 작은 항에 이런 시장을 돌아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십을 넘긴, 그리고  오래전 끊긴 했지만 장기간에 걸친 흡연과 시도 때도 없이 행해졌던 무절제한 폭음때문이기도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이러다가 사람잡겠다 싶어  정부에서 나서서 소주 돗수를 이십도로 낮췄을까요?

이참에 독한술 즐겨마시는 애주가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튼 작고 아담하면서도 깔끔해서 그냥 서있기만 해도 생기가 돋는 그런 시장입니다.     

 

이 집이 작은 동서네 단골집이라했습니다.

똑같은 생선에 똑같은 시장안에 같은 사람들이 회떠서 파는 곳인데 유독 이 집만이 붐비는 이유를 찾을 길이 없습니다.

 

 

 

왼쪽에 있는 분이 주인(사장님)인듯 보입니다.

몰래 찍기가 참 쉽지가 않은데 어렵게 한 컷 찍었습니다.

과거 이은관옹께서 부르시던 배뱅이굿 중 네가 요렇게 이쁠적에 너희 어머니는 얼마나 이쁘겄냐 하는 내용의 짖궂는 노랫말을 참조해서 이 분 따님은 또 얼마나 이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뛰어난 미인이셨습니다.  그렇다고  주인이 미인이라 단골이 많다는 단정은 시장을 대충 한바퀴 둘러 본 결과 이 분 못지않은 미모의 주인이 여럿 눈에 띄는걸로 봐서 옳은 생각이 아니라 결론지었습니다.   

 

워낙  많은 양의 회를 떠야하니 시간이 좀 걸리겠다 싶어 시장 밖으로 잠시나와봤습니다. 

따사로운 봄날 오후 잔챠 옆에 세워놓고 참을 드시는 선남선녀들

마냥 멋있어 보이고 젊어보이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잔챠 타 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저들이 배가 고파서, 목이 말라서 참을 먹는것이 아니라 장시간 라이딩(죄송합니다만 잔챠즐겨 타는  사람들은 잔챠 타는것을 꼭 이렇게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에 아픈 똥꼬 달래기 위함이란것을....

녹이 슨 고로 낡아보이는 어구 저편 멀리 금방 지은것 같아보이는 새 아파트먼트

가장 저렴한것이 한 채에 10억이 넘는다는 처형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10억 아파트가 빛이라면 너무 밝고,  대비되는 녹슨 어구가 어둠이라면 이 또한 너무 짙어보입니다. 

 

따라 나온 안해가 저것이 무어냐고 묻습니다.

충청도 촌부가 이를 어찌 알까?

보온병은 아닌것 같아 대뜸 해군에서 작전때 쓸 요량으로 쌓아놓은 포탄 아니겠나 했습니다.

 

그런 위험한걸 이렇게 방치해서 되겠나는 안해의 물음에

"그러니까 천안함이 가라앉고 연평도에 포탄이 날아오는것 아니겠소?"

했더니 맞다는듯 안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처형네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아파트는 왜 하나같이 구조가 같을까?

잠시 생각하다 덕분에 화장실 묻지않아도 어디 있는지 쉽게 찾아 급한 볼 일 해결하면서

"아하! 낯선곳에 손으로 와도 당황할 일 없도록 배려한것이로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비로소 아파트 설계하고 건축하는 분들에게 대한 무한 감사하는  마음이 변기 물내리는 소리 더불어 콸콸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송구스럽게도, 먹을거리 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푸짐하게 올려놓았던 고로 상다리가 부러져 난잡해진 그림을  올리는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모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른쪽

제 처제의 모습입니다.

우리 결혼할적 꽃다운 열 여덟이었는데

조강형부한테 묻지도 않고 세월이 이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세 딸 중에 효성이 가장 지극하고 성격도 제일 원만하다 침이 마르도록 늘 칭찬합니다.

 

가운데 처형의 유일한 아들입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데 이날 저녁 영어공부한다면서 나가더니 잠든 새 밤 늦게 돌아와 자고는 아침 일찍 축구하러 나갔다더니 오른쪽 발목을 삐었다면서 절뚝거리면서 들어옵니다.

 

왼쪽

조강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여인입니다.

행쪽인지 불행쪽인지.....  답은 참 쉬운데  선뜻 말하기가 참 곤란한 ........

 

제목에 두번째라 했으니 여기서 그친다고 해서 끝은 아닌듯 합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여름이 오는것을 우리가 믿듯이 다음 이야기 또한 계속되겠지요

기다리 안흐셔도 말입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