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내 마음속으로 흐르는 강-미호천

조강옹 2019. 12. 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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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강이 하나 있다.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금 모래빛 반짝이며 내 마음속으로 흐르는 저 미호천.

 

 이른바 MB정부의 4대강 사업 이전에 청주시에서는 일찌감치 시내 무심천변에서 부터 옥산에서 청주로 향하는 옥산교  건너편까지 자전거 도로를 깔아 놓았다.

 

이 지역이 모두 청주시 관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려니 했는데....

 강 안쪽이니 청원군이다.

강감찬 장군의 묘가 있고 구석기 시대 볍씨가 출토되어 제법 이름이 알려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앞들이다.

  

이곳에서 부터 미호천의 흐름이 바다에 닿는 금강 하구둑까지 자전거 도로를 깔아 놓았단다.

그래서 길 따라 자전거 타고 이십여리 내려가다 보면 내 전에 살던 덕촌리  앞들이 나온다.

 "냇가"  이 말을 사투리로 버무려 "내께"라고 소리나는 대로 불렀다.

미호천 고수부지-  제방너머에 다는 아니지만 누구나 한 뙤기씩 "우리 땅" 이 있었다.

보리를 갈거나 무우를 심거나 제방 너머 이 "우리 땅"을 사람들은  "내께"라 불렀던 것이다.

 

 

어느날 4대강이 모두 죽었다했다.

강을 죽음에 이르게하는 직접적인 원인중의 하나가 이 "내께"에 농사를 지으면서 배출하는 농약이며 거름 등의 오염원 때문이라 하면서농사를 금하고 이렇게 자전거 도로를 깔아놓았다.

 

 중간 중간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

 

우리 모두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것이다.

재작년만 해도 이곳에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던 곳인데

자전거 즐기는 몇몇을 위하여 이렇게 만든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내 이 땅의 가난했던  농부의 아들이고 젊어 한 때 땅 갈아 엎어가면서 손수 농사도 지어본 탓인지 몰라도 미호천 들녘을 가로지는 경부고속도로를 바라보면서도  저기 저 도로 걷어내고 모 심으면 쌀이 얼마나 나올까?  그렇게 까지 셈을 해보는 촌부인지라!

 

여기 이 "내께"서 나는 쌀이며, 수박이며, 오이며, 배추며, 무우가 얼만데...

 

..............

 

이제 그만 궁상떨고 자전거나 타고 다니면서 건강을 돌보는것이 현명한것 아니겠나? 

 

 가끔 이런 그림도 나온다.

사진이란것이 묘해서 저기에 사람 손때 묻은 자전거 하나 세워놓고 찍으면 어딘지 모르게 사람냄새나고 그림이 문화예술적으로 바뀐다.

 어릴적 공병대에 의해 놓여진 경부고속도로 미호천 다리

이젠 둑방길따라 오창에서 저 고속도로  위로 오송거쳐 세종시로 연결되는 도로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강따라 내려갈적 추운 줄 알고 끼고 왔던 장갑을 벗었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나갔던 모양인데 올라오는 길에서 찾았다.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참 오래 요긴하게 쓰던것이라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가다보니 저 만치 한 무리 자전거 타고 몰려온다.

 고맙기도 해라.

모델을 자처하여 이렇게 여럿이서 몰려들다니............

 가끔은 서로에게 감사한 경우가 있다.

난 참 고마운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대는데 바람처럼 지나가면서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이쁘게 찍어주세요"

 

"아무렴요. 요번에 제대로 찍혔습니다."

 무리중에 나 보다 정도가 심한 찍사 하나 있었던 모양이다.

아예 도로 한 복판에 엎드려 소총쏘듯 엎드려 찍는 찍사 하나 , 존경스럽다.

 

 왁자지껄

무리들이 떠나가고 나면 이곳은 다시금 고요적막.

 

 나무옆에 서 있으려니 저렇게 사람들은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사람도 물도 서두를 일은 아니래도 갈곳이 있어  저렇게 유유히 떠나가는데  나무만 홀로 서 있다.

 

자전거가 벗해주는듯 보이지만 그것도 잠시다.

그도 주인 태우고 갈곳이 있음을 알기에 나무는 그냥 저렇게 말없이 지켜보기만 할뿐이다. 

 어깨에 얹히는 따사로운 햇살

신의 은총이라 하는것은 바로 이런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엉켜 살아가면서 쌓이는 시름을 눈처럼 녹여주는 햇살과 그것을 받아 어디론가 흘러가는 강물. 

그래서 사람은 강가에 나오면 은혜받은 신자처럼 비로소 감사할줄 알게 되는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앞 들을 달리는 미호의 흐름 

아주 오래전부터 내리쬐던 햇살 

다만,  밭살 고운 "내께"에  씨뿌리던 농부들만 어디론가 떠나가서 오지 않는다.

 

이젠 자전거 타고 같이 흘러가는, 혹은 물고기 처럼 거슬러 오르는 자전거와 사람들만 있을 뿐.

 

 참 춥고 길었던  지난 겨울

그토록 기다렸던 봄은 이미 곁에 왔는데 우린 지난 겨울과 작별인사도 없었던것 아닌가?

하기사 말없이 떠나가는것이 어디 겨울뿐이겠나만..........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