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주왕산 가는 길

조강옹 2019. 12. 26. 13:56

 

10월 26일 아침

새벽밥 지어먹고 세 시간 여 자동차타고 달려온 곳

경상북도 청송에 위치한 주왕산 입구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한꺼번에 몰려든 버스들로 주차장까지 곧바로 올수가 없어 부득이 차에서 내려

십릿길 걸어서 가까스로 예까지 왔습니다.

아직은 내려오는 사람보다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 탓에 가던 길 멈추는 사람이 드물고

"하루 이틀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닌고로 못본척 아니본척 딴청입니다.

 

어느해던가?

안동 어머니 생신때  꼭두새벽에 일어나 작심하고 이곳으로 온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비쌌지만 정상에서 참 맛있게 먹었던 깁밥 생각이 나고  옛모습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길과 길가의 상점들이 참 반가웠습니다.

입구에 있는 사찰 하나

만남의 광장이기도 합니다.

 

주차장에 차가 많았던 고로  당연 그 차에서 내린 사람들 또한 많았고 

길에게, 산에게 미안할 정도로 인산을 이루었습니다.

사람과 산이 하나가 되었다고 그냥 좋게 생각해봅니다. 

 

계곡따라 올라가면서 곱게 물들었던걸로 기억되는 주왕산의 단풍

다시금 찾아 올라가면서 길은 옛길이로되 단풍은 옛 단풍이 아닌듯 하였습니다. 

 

자연이 연출한 단풍과

사람이 연출한 단풍이 어우러져  색깔만큼은 산과 사람이 하나된 그림

잎지고 찬바람 불면 차라리 그때 와서 저 바위나 천천히 둘어봐야겠다.

사람에 채이다 보니 자연 그런생각이 들고

 

물 마른곳에 생겨난 웅덩이 물고기 바글대듯

좀 볼만하다 싶은 곳이면 영락없이 바글거리는 사람들

 

내외가 같이 오기로 한 모임에 마나님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같이 오지 못하여 

여비 넣은 봉투에 동봉한 사연 하나 이렇습니다.

 

술 좋아하는 친구 경계하라 하면서  여비는 왜 거금 십만원씩이나 건네주었는지.....  

점심 먹는 자리

풀어놓은 것이 어디 도시락 뿐이겠는가?

왁자지껄 ...까르르 . 이야기 보따리

 

자고로 명산 오르는 길목에 사찰없는 곳 없고

나그네 보따리 터는 산적인양 문화재 관람료란 명목으로 돈 내놓으라 손내밀지 않는 곳 없습니다.

안해따라 법당에 들어 부처님전 삼배나 올리고저

마음 가다듬고 들어가려는데 입구에 돈통하나 세워놓고 "단청불사 일만원입니다."

보살님 그냥 가면 재미없을끼다는듯  위엄있는 목소리로 한말씀 하십니다.

 

아까 들어올적 입구에 2천8백냥 내었으니 그것 받아 하옵소서!

 

이미 법당에 들어선 안해도 웃고 공갈치던 보살님도 웃고

삼배 올리다 보니 부처님도 미소를 지으십니다.

 

 

초록도 때가 되어 빛 바래 든 단풍도 나름 아름답고

곱기로야 처음같지 않더라도  빛 바랜 단청도  나름 세월의 흔적 아니겠는가?

 

 

그냥 그자리 가만 놓아두면 될것을 왜 나름 건드리고 강요하고 설치려하는지요?

 

 

 

떠나올적 뒤돌아 본 주왕산

"억년비정의 함묵"  -저 바위만이 "후제 시간되문 다시 한번 댕겨가라" 부탁하듯 속삭이듯 암말두 않구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