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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의 마흔시살적 일기(2)- 엥간하믄 지구살자구

조강옹 2019. 12. 26. 14:00

지금쯤 멫 푼 버느라 고생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오네

엊그제 엄니하구 말다툼하는 거 방에서 다 들었어

물론 당신 말이 구구절절이 옳아

 

우리가 시오리길 걸어서 댕겼다고 너희두 그래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인데 태우러 오라구 전화하는 자식이나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서 태워오는 에미나 굳이 나쁘달 수는 없지만

너무 지나치다 보문 애들이 그런 면에서 나약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엄니는 그러신 거 같아

 

그리구 엄니 그전엔 안그러셨는데 늙어 가시니까 잔소리가 좀 느시는 것 같어

그렇다고 당신 꼬박 꼬박 엄니한테 말대꾸 하는 거

옆에서 보면서 기분 안 좋을 때가 있어

 

생각을 해보자구

우리가 이담에 늙어 내가 먼저가구

당신 혼자 아들메느리하구 살 때를 생각해봐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구 우리도 엄니처럼 쫒아가기 힘에 부쳐

뒤쳐져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그러니 웬만하문 지구 살자구

시어머니 이길라구 하는 메느리덜 치구 편히 사는 사람 읎잖어

옆집 아줌마두 그렇구 윗집도 그렇구 웃동네 다들 봐봐

 

당신은 나한테 하소연 하문 되지만

엄니는 누구한티구 호소하냐구?

 

나두 발 좀 뻗구 자자

사는 거 힘들어지면 너나할거 없이 불행한 거여

 

애들 믿지 마

누가 그러데

우리 세대가 부모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한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라구

 

마지막 세대로서 엄니한티 잘 해줘 봐

그럼 나두 당신헌티 더 잘 할께

 

혹시 이 글 읽구 나 혼내키지마

여기다 이런 소리두 못하면 난 지레죽지 못살것 같어

끝으루 전에 전업주부 할 때는 이부자리 잘 개더니 요즘 왜 은근슬쩍 나한테 띠밀어?

 

나 당신하구 끝까지 함께 가고픈 사람이야

그러니 낼부터 이불도 개 얹어

알았지?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