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옹 2019. 12. 26. 14:22

 

 

 

매주 토요일 아침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미호천으로 나간다.

 

이른 아침

내 따라 내려가는 길은 대략 이러하다.

 

그러면서 내 사는 가까이 또 다른 "내"가 있음에 감사하면서

다녀오는 거리가 대략 일백여리이다.

 

 

같은 날 오후

 

강원도 홍천 가는 길

목적지가 초행이었던터라   내비 안내따라  횡성나들목으로 나왔다.

 

점심때가 되었던 고로 식당을 찾는데

오르막 내리막과 꼬부랑길의 반복에다 오가는 차량마저 뜸한 강원도길

 

가까스로 면소재지 하나 나와 얼마나 반가웠던지

 물오  물어 찾아간 느티나무 옆 막국수집

 

시장이 반찬인 탓만이 아니다.

한 저범 말아 입안에 넣으니 그대로 녹는다.

 

이번 나들이 시작이 이러하니 절반의 성공이다.

 

 

 

그리하여 찾아간곳이 강원도 홍천읍 내촌면 물걸리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울 독특한 동네 이름

 

 

세워둔 자동차 마저 파랗게 물들것 같이 사위가 온통 파랑 일색이었다.

 

 

조금만 비닐 하우스 속에 토마토가 자라는데

 

 

방울토마토 보다 한 수 위인 대추토마토

 

 

완숙 토마토

 

일찌기 선친께옵서는 토마토에 소금을 찍어 드셨다.

그 맛이 설탕 찍은것 보다 더 깊고 오묘한 맛이  있다는 것을 오래전 깨달은 터,

깨물다 바짓가랑이에 멀국 튕기기도 하면서 두어개 먹으니 포만감에 졸음까지 밀려온다.

 

 

심심풀이라고 하기엔 좀 벅찰 일천평 텃밭엔 옥수수를 비롯해 고구마, 땅콩,야콘 등등 다양한 농사가 지어지고 있었다.

 

 

이름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근무하시다 은퇴하시고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에서   주 이틀 일하시고 나머지는 여기서 지내신다는 매형

고향이 울진인테 이곳을 어찌 아시고 거하시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여쭈오니

고향 친구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터에 좋은 집이 났으니 와서 한번 보라는 전갈받고 찾아와

단숨에 계약하고 눌러 앉으시게 되었다하신다.

 

 

 

옛날 시골집에 흔히 볼수 있었던 꽃들

 

 

 이름 불러가며 마치 네가 여기 웬일이냐는 듯 반갑다.

 

 

아직 시골 아낙티가 나지 않는 돌팔이 농삿꾼  누나 

 

 

뭣이라고 강원도 꼴짜기 찾아 들었냐면서 회갑지난 딸을 걱정하시던 팔순노모께옵서는

생각보다 괜찮은듯 안심하는 눈치로 둘러보신다.

 

 

 

 

 

 

아마도 강원도여서일게다.

선선한 바람에 예초기 둘러메고 못 깎은 풀이나 베어드린다고 나섰는데

여기 저기 늦여름의 조각들이 펼쳐져있다.

 

와중에

기념이라도 하라는 듯 벌 한마리 날아와 왼손 식지 두번째 마디 침 한방 놓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갸륵한지고........... 

 

 

충북을 대표해서 강원도로 가져갈것이니 모쪼록 맛난 부위 골라 달라는 요청을

오창의 한 고깃집 사장님은 허투로 듣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저녁 메뉴는 오창표 소금구이

도공이 상감청자 제대로 구워내곤 그 빛에 스스로 감탄하듯

숯불지펴 때맞워 제대로 구워낸 저 빛깔에 나 스스로 감탄하였고

보기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을뿐 아니라 보기좋은 고기는 더욱 먹기에 좋더라는

속담 대입에  일행 모두 공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후식은 강원도 텃밭표 참외

당도가 높은것도 아니고 뛰어난 맛은 없지만 마지막 조각 먹을때 깊은 맛이 왔다.

 

 

이튿날 아침

인근 내려다 보기 좋은 높은 곳이 있다하며 안내받고 따라간 곳

 

 

 

다음에 낚싯대 챙겨와 저 물속에 있을 꺾지 몇마리 건져봐야겠다.

 

강원도 냇물은 충청도의 그것보다 서둘러 흐르는데

내 아는 강원도 사람들은 냇물처럼 서두르는 사람 일찌기 본적이 없다.

 

 

아침은 강원도표 채식으로 끝내고

 

 

뜨랑에 내려섰는데 이 꽃 한 송이 눈에들어온다.

오래전

우리집 뒷곁에도 피어나던 꽃

 

남녀가 같이 다니던 중학교 시절

콧등에 주근깨 촘촘히 박혔던 첫사랑 소녀

핸드볼 잘하던 그 소녀, 지금쯤 얼만큼 늙어가고 있나?

 

꽃잎에 점점히 박힌 점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녀의 콧등에 박혔던 주근깨가 생각나고

그 선명한 기억에 놀라고  애틋함에 절로 한숨 짓는다.

 

 

 

인근에 맛있는 막국수 집이 있다면서 찾아간 곳

어제 점심 횡성의 그것과는 또다는 맛이 있었다.

 

면발이 혀에 닿을 때 까칠한 감촉

이것이 진국인데 어제의 그것만은 못하다는 생각으로 한 번 두 번

젓가락질이 늘어날적 마다 빈속에 양 채워지듯 또 다른 맛이 채워진다.

 

늘 이런 국수

자주, 즐겨먹는 강원도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포만감에 풍족한 얼굴을 하고

다시금 편 갈라 각자  오던 길로 되돌아 간다.

 

집나와서 더욱 그리워진 집으로 가는 길이기에

여행은- 나들이는,  시작과 끝이 한결같이 들뜨고 즐겁기까지 한것인가보다하였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