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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오천피트 상공에서(추석 전전날)

조강옹 2019. 12. 26. 14:23

 

 

 

 

 

 

여긴

일만오천피트 상공

땅바닥 보다 하늘이 더 가깝다.

 

밧줄 한 가닥에 목숨 걸고

뱀 대가리 움켜쥐듯 분무기 붓삼아

하늘보다 짙은 색 벽화를 그려낸다.

 

누군

춘향이 그네타듯

우주인 유영하듯

얼매냐 재밌고 폼 나겄냐!

짐짓 부러워도 하더라만

 

여기 올라서

밑을 한 번 내려다 봐라.

찔금하니 아랫도리 금방 젖어올걸

 

그런데

이쯤 올라 보니 비로소 알것같다.

 

나무도 하늘 보고 자란다하고

새들도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짓하지만

그렇게 우리 같이 꿈꿔왔던 세상이

이처럼 높이 올라와도 뵈이지가 않더라!

하늘에 닿을 수가 없더라

닿을 하늘이 아예 없더란 말이다.

 

지금이라도 저 낮은 곳으로

밧줄 내려 땅에 닿는것이

그리고 날 기다리는 내 가족이며 이웃이며

그들 더불어

송편에 붙은 솔잎 떼어가며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다.

여기보다 더 편히 쉴곳이 저 높은 곳엔 하나 없더란것을!

 

내일이나 모레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