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흐르듯 걷는 비내길

조강옹 2020. 4. 13. 11:10

앙성 온천광장

2020년 4월 11일 아침 10시 30분

여섯해째 먼길 갈라 치면 차분한 음성으로 안내하는 여인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다.

집에서 한 시간 삽십분 소요

 

명품 비내길이라고 버젓이 표지석 세워놓았건만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였다.

광장이라고 도착한 곳도 그렇고 아침 식사후 인터넷 검색해서 집에서 그리 머지 않은 가볼만한 곳을 찾다가

비내길이란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정겹게 다가와 찾아온 곳인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막연하게나마 그리던 그림과 너무 낯선 풍경을 접하고 보니 일순 당황하기까지 하였다.

 

표지석 옆에 충주시인 신경림 선생의 길이란 시를 읽어는다.

......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강길을 가다가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

이 길 걸으면서 떠 오른 시상을 저리 썼으리라

아내를 앞세우면서 걷는 둑방길은 지난 계절 얼어죽은 잔디사이로 새싹이 돋는 길이다.

바닥이 두꺼운 등산화 신고 걸음에도 폭신하고 포근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은 순전히 눈에서 전해지는 정보가 뇌에 먼저

도달한 연유라고 생각했다.

오른쪽은 오리가 노니는 개천이다.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투망 던지면 물고기 한 대접 쯤 쉬 잡을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고기 있는곳에 모여있는 것은 오리와 어부뿐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왼쪽은 여차하면 씨 뿌릴 요량으로 이미 농기계들여 갈아놓은 밭

고랑따라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근원을 찾아보지만 어디서 오는지 가늠할 길이없다.

꽃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열매의 달콤함

인간에게 가장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나무

농원 하나 눈에 띄는데 고구마를 심는다.

조석으로 쌀쌀한 날씨 냉해입으면 어쩌려고 하는 쓸데없는 걱정하나 하고 왜 비닐 씌운 고랑 제쳐두고 맨고랑에 저리 심까 의구심이 들었으나 묻지는 않았다.  언뜻 보아도 고와 보이는 밭살이 부러웠고 좀 포근한 날씨이면 맨발로 걸으면 어쩔가 싶은 생각만 했는데도 발바닥이 간지러워온다.

바야흐로 봄은 봄이다.

서울서 내려오는 자전거 길인가하였다.

원하는 곳으로 몸띵이를 이동시킬때 걷거나 뛰는것 말고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가장 친환경적인 것에 누가 이의를 달랴!

 

오가는 사람도 없고 앞질러간 자전거 한대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집 앞을 나서면 이런 시골길 지척인데 시간반씩이나 자동차 몰고와서 이런길 걷자 예까지 왔나 하는 안해의 질책이 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 걸었다.

비로소 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번듯한 쉼터 하나 눈에 들어온다.

딱 한 시간 걸어 예까지 왔다.

현시각 열 한시 삼십 분

 

철새 조망대

좌우로 펼쳐지는 강풍경 눈앞의 캠핑족

그러면 그렇지

이제 본격적으로 볼만한, 걸을만한, 새 길이 열릴것이라는 예감이 안도케했다.

설치된 망원경 무심코 들여다 보니 성능이 뛰어나 멀리있는것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옴에 놀란데다가

강 기슭 오리들이 노니는 모습이 들어온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새들이 망원경으로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에 흡족해했다.

  

 

나물을 캐러 나온 동네 아낙들이려니 했다.

오손도손 정겨워보이는데 지팡이가 셋이 다 다르다.

 

그림을 화가만이 그리는 것은 아닌듯 작년 여름부터 공들인 작품이라는 생각에 가던길 멈추고 들여다 보고 찍었다.

솟대

오리일까?

기러기일까?

생각하다 지나치는 길

 

 

강건너 마을 풍경

옛날엔 저동네 불이 나도 강건너 불보듯했을 것이다.

왼쪽에 놓은지 얼마 안되는 다리 하나 눈에 들어온다.

기왕 놓을바에야 좀너 높이 놓아 큰물 지더라도 걱정없이 해 놓지 하는 아쉬움 하나 남는다.

강속에 잠긴 돌

오리일까?

거북이 일까?

둥지삼아 나무 한 그루 더불어 자라는

스스로 그러한 모습이 아름답다.

강변따라 불어오는 바람 맞으면서 어지간히 왔다싶은 곳에 다리하나 놓여있다.

강속의 섬

비내섬에 들어왔다.

두 시간 걸었다.

현시각 열 두시 삼십 분

 

 

모두다 그런건 아니지만 사람 손길, 사람발길 닿지 않은곳은 아름답다.

지난 계절 무성했던 덩굴이 겨울에 동사한 흔적 조차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비내섬이 그래서 아름답다.

 

일전 이북의 장교와 이남의 아리따운 처자의 사랑을 그린 사랑의 불시착 촬영장소라 써있다.

그래서 그런지 큼지막한 다리 자동차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제 왔던곳으로 돌아가는 길

가까스로 안내표지 찾았다.

이곳이 비내마을이고 오던곳으로 되돌아 가는 길을 찾은것이다.

 

여기까지 두 시간 반 소요

현시각 오후 한 시

 

이곳 자그맣고 아담한 동네 속을 지난다.

집집마다 울안에 가꾸어 놓은 꽃밭이 참 아름답다.

도회지 돈 많은 부자가 별장삼아 다녀가는 집 같기도 하고

눌러앉아 살고 싶은 정갈하게 가꾸어 놓은 집도 눈에 들어온다.

이후 목적지로 가는 길은

좋게 말하면 오손도손 지나온 얘기하면서 걸으면 딱 좋을 길이고

당시 형편을 고려해서 말하자면 이미 때를 놓쳐 허기진 배에 풀린 다리로

높지도 않으면서 오르만 내리막 굽이 굽이 앞을 내주지도 않는 길을 지루하게 걸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전망대

우리 차를 세워놓은 광장도 보이고 이제는 온전히 내리막 길이라는 생각에 안도하지만 허기진 배에  풀린다리로 쉽지 않게 도착했다.

생전 처음 와 본 이곳

시작과 끝은 힘들었지만 남한강변 따라 걸은 길은 이 모두를 상쇄할 만큼 좋았다.

사람 손길 닿지 않은 비내섬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여기까지 소요시간 세 시간 오십 분

현시각 오후 두시 이십 분

 

 

인근 식당에서 먹은 칼국수 맛도 좋았고  오는 길 잠시 들른 목계나루

산책 삼아 걸은 꽃길도  좋았다.

 

 "이때까지 나랑 살면서 언제 꽃다발 한번 선물해준적 있나요?"

 

앞서가던 아내가 뒤돌아 보며 뜬금 없이 묻는다.

 

"내 당신과 더불어 삼십하고도 칠년을  살아오면서 임자보다 아름다운 꽃을 본적이 없거늘 어찌 꽃을 선물할 생각을 할수 있겠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