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제주- 그 그리움에 대하여

조강옹 2021. 11. 1. 04:46

안녕 제주!
나는 내일 뭍으로 간다, 가서는


바람 따라 파도가 하얗게 거품 물며
아무리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불현듯 아직도 거기 바람부는지
감자꽃 하얗게 핀 밭고랑 따라 김 매던 할망들
옷 걸린 밭둑에 혼자 서 있던 나무 더불어 그대로 강녕하신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다 올라선 영실 오르막
고사목 되어 장승처럼 서 있던 구상나무
아직 거기 그대로 벗은 채로 서 있는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월령삼거리 버스 세워 오르던 저지오름
묘지 돌담에 노랗게 피어나던 키 작은
그 꽃,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지

 


바람 따라 파도가 하얗게 거품 물며
아무리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침대에 누운 채 손 뻗어 창문 열면
까만 하늘에 박혀있던
초롱한 별 몇 개, 아직도 그 하늘에 초롱한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송악산 전망대 내려오면서 울컥 토해내듯
까닭모를 서글픔에 제주가 그리워오면
이른 새벽 미호천 하늘위를 날던 새가되어 날아서 오면되지


지난 한달 제주가 내어준 길
바람 따라 걸으면서 노상에서 행복했던 걸.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어찌 살겠냐고.


2021/10/25 색달 글로리 303호에서 조강

 

빌어 온 내역

1.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중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2. “임처럼 꿈쩍도 않던” : 유치환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중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