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그 그리움에 대하여
안녕 제주!
나는 내일 뭍으로 간다, 가서는
바람 따라 파도가 하얗게 거품 물며
아무리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불현듯 아직도 거기 바람부는지
감자꽃 하얗게 핀 밭고랑 따라 김 매던 할망들
옷 걸린 밭둑에 혼자 서 있던 나무 더불어 그대로 강녕하신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다 올라선 영실 오르막
고사목 되어 장승처럼 서 있던 구상나무
아직 거기 그대로 벗은 채로 서 있는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월령삼거리 버스 세워 오르던 저지오름
묘지 돌담에 노랗게 피어나던 키 작은
그 꽃,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지
바람 따라 파도가 하얗게 거품 물며
아무리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침대에 누운 채 손 뻗어 창문 열면
까만 하늘에 박혀있던
초롱한 별 몇 개, 아직도 그 하늘에 초롱한지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송악산 전망대 내려오면서 울컥 토해내듯
까닭모를 서글픔에 제주가 그리워오면
이른 새벽 미호천 하늘위를 날던 새가되어 날아서 오면되지
지난 한달 제주가 내어준 길
바람 따라 걸으면서 노상에서 행복했던 걸.
“임처럼 꿈쩍도 않던” 현무암처럼 까맣게 잊고 어찌 살겠냐고.
2021/10/25 색달 글로리 303호에서 조강
빌어 온 내역
1. “때리고 부수고 무너뜨려도” :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중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2. “임처럼 꿈쩍도 않던” : 유치환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중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