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무주기행 - 덕유산 설국을 가다.

조강옹 2022. 2. 19. 15:17

 

 

 

2022217일 목요일 오전 11

 

무주 곤돌라 매표소 앞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깐 타고 올라가는 것인데...."

 

왕복 요금이 결코 적지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에 다소 불만에 찬 표정으로 표를 구입합니다.

 

곤돌라 탑승장으로 가는 길은 스키장 입구이기도 합니다.

 

낯선 풍경이 다소 이국적으로 느껴질 만큼 생소했고 그만큼 멀리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일순 유럽 어디쯤 왔다고 착각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승강장으로 이동합니다.

 

 

 

생각보다 긴 거리

 

생각보다 많은 시간

 

내려다 보면 멀어져 가고 올려다 보면 다가오는 풍경을 번갈아 감상하면서 오는 즐거움은

 

매표장에서 적잖은 요금 결재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풍경이었고 시간이었습니다.

 

따라서 "오길 잘했다."

 

"요렇게 가볍게 높은 곳에 사쁜히 올려다 주는 것만으로 이미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다소 얄팍하고

 

경박한 셈까지 암산하면서 뭔가 시작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곤돌라에서 내려 몇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깜짝쇼 처럼 눈앞에 펼쳐진 설경에 감탄하면서도

 

특별히 추울것이라는 생각에 충분히 입고 왔음에도 찬바람 찬기운에 당황해야했습니다.

 

그만큼 추웠습니다.

잠깐 뒤돌아 본 풍경

 

궁궐처럼 웅장하기 그지없는 왕궁처럼 보이는 건물을 배경으로 설국 그 자체였습니다.

눈으로 덮은 풍경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고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 간절했음에도

 

겨울산행 어떤 추위도 끄떡없다는 겨울 등산복 속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에

 

내려올적에 담자 스스로 타협하듯, 핑계대듯 눈에나 우선 담으면서 올라가자 쉽게 타협합니다.

 

그만큼 혹독하고 매몰찼습니다.

향적봉

 

잠깐의 수고로 오른 정상

 

정복했다기엔 다소 쑥스런 짧은 산행

 

사방을 둘러 보는데 어서 내려가라는 듯 찬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내려가는 길

 

와중에 잠시 바람이 멈추었고 올라갈적 보지 못했던 설경을 감상하면서 개선장군 처럼 내려오는 길

 

잠시 잠깐 사진을 찍을라치면 올라오는 사람들은 이를 배려해 걸음을 멈춰졌습니다.

올려다 본 풍경은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더했고

 

저 손가락 같은 나뭇가지들은 얼마나 시릴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저절로 손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휴게소, 매점, 대피소 등의 이름으로 산에 건축된 시설물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어쩔수없이 자연 경관을 훼손하고 거스른다는 쓴소리 가끔 듣고 하지만

 

오늘의 저 시설물은 눈 덮인 산을 배경삼아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진 예술품이자 자연의 한 부분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오른 사람이 많았으므로 길게 주지어선 내려가는 사람들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그 추위와 추위속에 펼쳐진 설국의 장관

 

그 잔상이 "다녀 온 사람들"의 뇌리에 깊고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것입니다.

 

높은 곳과 낮은 곳

 

어디에고 사람들이 있었고 각자의 놀이가 다르긴 했지만 다 같이 보기좋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바람없는 낮은 곳의 영하 기온이 이리 따스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체험도 소중했고

 

돌아가는 채비는 또 어디론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는 생각으로 가는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냉혈동물로 설산에 눌러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아름다웠던 높은 곳의 설경

 

세상이 잠시나마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하이얀 마음으로 자라고 싶었던 무주로의 기행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