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편린

사모곡

조강옹 2023. 4. 6. 04:10

마더링 3

병상에 홀로 누워

산소마스크 통해 나오는 들숨조차 받아들이시기 어려우셨던가요?

 

일요일 아침 일곱 시

세상 나오실 적 처음 마셨던 들숨

날숨으로 길게 내뱉으시고

깨어나지 않는 잠에 드셨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호수공원 맞은편 이른 목욕을 마치고 나온 시각이었습니다.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고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어머니!

모시면서 살았던 세월, 모시지 못하고 보낸 세월

자식으로 지은 죄가 이렇게 눈물 되어 흐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꺼이꺼이

짐승같이 울부짖으면서

이런 괴성이 어디서 이렇게 나오는 것일까?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눈물이

이것이 참회라 해도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어머니!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 찡그리신 얼굴

어머니께서 느끼시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

이 못난 아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 받고 계셨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

 

많은 사람이 찾아와

향을 꽂고, 꽃을 바치고

기도하고 위로하고 그렇게 이틀 밤을 보냈습니다.

 

긴 나들이 끝에

무겁고 차가운 돌 그릇에 흔적 되어

봉영당으로 돌아오심에 아들은 또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사랑하셨던

어머니를 사랑하시는 많은 동네 사람들,

문중의 종현들 도열해서 슬픔으로 어머니를 맞았습니다.

편히 쉬시기에는 찬 기운 도는 어두운 석실

아버지 옆에 어머니를 모시고 돌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를 여의고

집으로 돌아오는 미호강변

도로 옆에 줄지어 선 벚꽃 눈부신 길

소로리 앞에 신호를 기다리면서

문득 어머니의 기도를 들었습니다.

 

주여!

내 탓으로 아옵니다.

내 자식들이 지은 모든 죄를 내게 물으시고

내게 주실 사랑 남아있다면

아직, 이 땅에 머물고 있는 내 새끼들에게 나누어 주소서!

 

그렇게 얻어 주시는 사랑이

밤에도 환하게 빛날 것 같은 저 벚꽃들이라는 것을

못난 아들에게 남아있는 분노와 미움을 녹여낼 용서라는 것을

그래서 아들은 또 울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행복할 수 있었음을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

 

간밤 비가 내렸습니다.

밭을 갈고 고랑 따라 고구마를 심고

작년에 벼 베어난 논에 또다시 물을 대면서

꽃처럼, 새처럼 아름답고 홀가분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로 태어나 행복하다는 사실이 더욱 행복합니다.

 

당신께서 오래도록 머무시던

태실공원이 내려다보이는 15층 어머니의 방에서

새벽을 맞으셨을, 그 새벽을 맞으면서

지금은 계시지 않는 어머니를 두려운 마음으로 그리며

인사드립니다. 어머니!

편히,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같이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을 추억하며

202345일 아침.

 

조강 정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