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리 은행나무
"구경 한번 잘했다."
소금산 울렁다리 건너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와 주차장 쪽으로 오다가
호떡집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 반계리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때는 반계리 이장님도 가늠하지 못 한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문득 보았던 그 연세 높으신 은행나무가 지척에 있다 하니 들러감이 어떠하오?
"달리 이를 말씀이 있겠소? 그리하옵시다."
얼추 다와 가는갑다.
초상난 것 같지도 않은데 길거리 세워놓은 자동차로 길이 반으로 좁아들었다.
내심 "이쯤이로 구나!"
자리찾아 서행하는데 저만치 후진 등 밝힌 차 하나 눈에 들어온다.
"복 받으실겁니다."
흔쾌히 자리 내주는 앞 차주에게 속으로 인사하고
"내가 우리 엄니 삼십년 넘게 모시고 산 은덕을 이렇게 받는다니까!"
아내는 늘 이렇게 감격해 혼자 중얼거리는데 이와 같은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지라
"그럴수도 있겠다." 혼자 생각한다.
한가로운 시골 마을
떼 지어 점령군처럼 몰려드는 외지인에 아랑곳 아니하고
밭머리에서 이삭줍듯,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간 보내는 듯한 모습이 평화롭다.
수령 대략 800년
찾아보니 고려 23대 고종 재위 때 아니겠는가?
어느 봄날
연원을 알 수 없는 씨앗 하나 움텄을 터이다.
수없이 많은 계절이 피었다 지고
무수히 많은 사람이 치어다보고 다녀가기를 팔백여 년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신령스러움에 두려움 반 존경의 염 반
젯상 차려놓고 절하며 그 기운 나누어 달라며 예우를 시작했을 터이기도 하다.
무르팍 아래 소북히 잎 떨구었음에도
아직도 붙잡고 있는 잎새 반도 넘어보인다.
금세 자리 뜰 사람들이
같이 사진찍자 호들갑에 먼 발치에서 눈 감고 고개숙여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바람없는 따땃한 날씨
내려다 보시는 건지 무심하신 건지
연세 높으신 은행나무 말 없이 그 자리 그냥 서 계셨다.
2024년 11월 12일 대략 오후 세 시쯤 여기는 은행잎 노란 반계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