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편린

사람이 살고있다. - 명품 아파트

조강옹 2024. 11. 28. 04:25

엘레베이터에 붙은 광고

 

자전거는 인류가 개발한 이동 수단 중 가장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구입후 별도의 유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연 수명도 길고 남녀 노소 누구나 약간의 훈련(?)만 거치만 누구나 손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별도의 라이센스도 필요없다.

주차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자전차로 불리기도 했으며 어린시절 동네에 부잣집에 한 두 대 있을 정도로 소중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그런 자전거가 최저가 기준 십만 원 조금 넘는 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타다가 버려진, 팔로우를 비롯한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가 오뉴월 밭머리 잡초 자라듯  늘어난다.

 

관리사무소에는 궁여지책으로 일정기간 공고를 거쳐 폐 자전거를 처리한다.

버려진 자전거를 한데 모으면 집게차가 와서 압착하여 그야말로 폐기물로 처리한다.

요즘 티브이에 보면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에서는 60년내 우리가 그러했듯 자전거 하나도 가보급으로 대우받는데 

자원낭비도 이만 저만이다.

 

조금만 손 보면 탈 수 있는 자전거

정비해서 가난한 나라로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또다시 자전거 일제 정리한다는 방이 붙었다.

 

마침 목장을 하는 친구가 외국인 목부들이 탈 자전거가 필요하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언젠가 정리하게 되면 쓸만한 거 골라서 가져다 주겠노라 약속한 터였다.

 

관리사무소 전화해서 모아 둔 자전거 중 골라서 가져가면 안되겠냐했더니

아직은 주인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는 여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귀책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려니 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전에 전화가 왔다.

관리사무소 예의 그 여직원 목소리였는데 오후에 자전거 수거차량이 수거할 예정이니 

일전 이야기했던 자전거 골라가셔도 된다는 안내였다.

 

1600여 세대

이런저런 민원이 적지않을터

그냥 잊고 넘어가도 될 일을 잊지않고 안내해주는 직원이 고마웠다.

 

어느 늦은 봄이었던가?

엘레베이터에 붙은 방 하나가 생각났다.

가끔씩 아파트 청결을 유지해주시는 미화원들을 만난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하는데 누군가가 감자를 나눠 드린 모양이다.

언니들과 나누어 먹겠다며  조선시대 언문글자로  감사를 표하는 미화원 천사님들

 

관리사무소 직원의 친절과 배려로

저승 문턱까지 갔다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자전거가 새주인을 기다리고

작지만 큰 나눔이 조용히 생색내지 않게 이루어지는 아파트 -

사람이 살고 인정이 오가는 아파트- 명품이란 이를 두고 이르는 것 아니겠는가? 

 

15층에서 내려다 본 명품 아파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