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옹 2019. 12. 23. 18:46

햇살 따스한 오후, 청주 본정통 거리를 아들과 아버지가 걸어간다.

하많은 사람들 비집고 들어선 곳

20%세일이라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의 신발가게였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 아들이 점을 찍었다.

'신어 봐' 아버지가 진열대에서 끌어 내리고

아들은 조심스레 헌신 벗고 새 신을 신는다.

콩쥐의 유리구두 처럼 잘 맞아 보이는데 아들은 도로 헌신을 신는다.

 

'맘에 들문 신어, 아버지 돈 많으니께'

'아니, 이담에 친구랑 같이와서 살랴'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내일이나 모레쯤, 그 이후라도

아들은 저 혼자, 아니면 아주 친한 친구 하나 데리고

지하도 입구 어디쯤 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제 발에 맞는 문수 찾아 길거리표 신발을 고를것이다.

 

산다는 것이 늘 이렇다.

금 간 담장에 칠 벗겨진 대문 열고 들어서

낮잠이나 자야겠다 자리깔고 누우니 천장에 파리똥 까맣게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도배는 하고 살아야겠다. 베게 고쳐 베면서 아버지는 스르르 잠이들었다.

 

2003년 봄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