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미호천 "4짜"에게

조강옹 2019. 12. 23. 18:47

 

일전에 한번 말씀 디린거 같은디유
작년 슫달 초아흐렛날
삶의 근간을 동북쪽으로 대략 이십여리 옮겼어유.
미호천을 기준으로 상류쪽으루다가 그만침 욂겨갔다는 말씀이지유
 
어제 뭣덜 하셨는지 몰러두
참,  날씨 한번 만큼은 드럽게 좋았지유
그 좋은날  아침 한나절을 미호천에서 보냈어유.
 
이따금씩 누군가가 물어올때가 있어유
뭔 재미루 왼종일 물가시서 정신나간 사람 처럼 앉아있냐구유
 
그럴 때는 그냥 웃어유
잠시 생각을하다가 "때"를 기다리느라구 그런다구 해유.
그라문 물어온 사람덜은 또 묻지유 
우리가 살문서 기다릴께 뭐가 있냐구 말유
 
답이 궁색해서가 아니라 답답해서 이르는 말씀인디유
우리 가만 생각을 해보문 말유
산다는것이 별수읎이  노상 뭔가를 기다리다 죽는거 아니냐구유
 
 
얘기가 쓸띠두 읎이 질어졌네유
어찌됐건 이쯤에서 각을 한번 설하구유.
 
 
어제
"때"를 츰에 알린게 아래 뵈는 이른바 "4짜"였어유
물가에서 기다리는 사람덜은 이를 "떡"이라고 부르지유.
 
누가 일러주는디 본적이 일본이라구 하더라구유.
그래서 미끼두 일본서 맹글었다는 향이 아주 좋은 "글루텐"이란 미끼를 좋아한다구 그러대유.
 
그렇다 치더래두 그러치유
4짜한티 말인디유
아무리 물밖 시상과 물속 시상이 다르기루서니
인간으로 치문 내 나이를 이미 넘어섰을 그 세월을 살아오문서
 
어띠키 물밖으로 연결된 그 바늘이며 줄을 못봤느냐 그거유
슬금슬금 올라오는 찌를  보구서 이 "때"다 싶어 냅다 채구보니께
미리 포기한드끼 아주 매칼읎이  끌려 올라오더라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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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 그런건 아니지만
올 "때" 는 내가 결정해서 와두
갈 "때"는 누가 불러서 갈때가 많어유
바람는 불구 부르는 사람이 있어 낚시를 접었어유.
 
주섬주섬 챙기구 있는디 
저편 물가시서 젊은이가 구경왔길래 한 장 박아달라했어유.
 
 
어찌됐거나 물가시서 기다리다 만난 가장 긴(큰) "떡"인디
내게나 그대에게나 아주 특별한 "날"이구  특별한 "때"였으니께
 
그대 말여  "떡"!
나하구 입장은 다르겄지만 말여
뜻이 아주 깊은 날여 오늘은..
내나이 쉰되던 해 봄날, 그대 만나 잠시 잠깐  행복하구 반가웠네 그랴
 
해서 말인디...오늘 우리 이리키 만나구 헤어지는게 악연은 아니라구 보네
담에 우리 만날땐 말여, 너나 할거 읎이 비우고, 버리고 해서 말여
아주 게벼워진 채루 만나잔 말여
 
맘내키는대루 이리 저리 날러 댕기는 저 바람같이 말여!
그리키 게벼워져서 만나자 이말이지  내얘기는..... 
  
 
2007. 4.23.
조강.
 
4짜 =  길이 40cm 이상
떡 = 떡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