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나도 봤다.|
“화려한 휴가”
나도 봤다.
청주시내 모처에 위치한 극장,
실로 오랜만에 이 땅의 영화예술 진흥을 위해 일금 일만 이천원을 기꺼이 기탁하고
아내와 더불어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서 내 가까이 이렇게 큰 극장이 있다는 것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당시 서부 전선을 지키던 더운피의 육군하사가 어느덧 미적지근한 지천명이 되었으니 세월의 강따라 참 많이도 떠내려왔다. 다시금 되돌아 보니 감회가 새로울밖에
광주의 오월, 시작부터 간단치가 않다.
그때쯤 이면 갓 모를 심었거나 논에 물대놓고 써레질이 한창이어야 할터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삭이 다 팬 논에서 농부가 허리펴고 하늘에 떠가는 수송기를 바라본다.
사실에 근거한것이지만 사실과는 이 정도 쯤은 다른점이 있다는것을 염두에 두고 관람하라는 감독의 복선이려니 했다.
특전사 얘기부터 잠깐 하자.
요즘 대통령되겠다는 누군가가 강원도 어디쯤에서 농민을 만나 멧돼지 극성에 못살겠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들었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특전사를 시켜서라도 농사망치는 그 멧돼지를 잡아주겠다는 얘길 가지고 특전사 출신 노병들이 많이 서운해했다고 들었다.
제대한지 오래되면 군기는 빠지고 그릇된 자존심만 남는가?
내 군생활 삼년 중 상당부분이 철따라 모내기에다 벼베기, 대민봉사를 밥얻어 먹어가며 밥먹듯이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그리고 그것이 가슴 뿌듯한 보람으로 오늘날까지 남아있건만 ...
국민의 군대가 국민을 위한 일에 마다할 일이 무엇이 있을것이며 멧돼지 사냥은 대민 봉사 이전에 군인으로서 이보다 더한 호사가 어디있다고 날더운데 혀를 차게 만드나 이말이다 쯧..
각설하고 영화속의 그 특전사 사병들이 왜 그리 포악해졌는지 설명이 좀 필요할거 같다.
대학생들의 시위 진압에 있어 종전까지 해산에 목적을 두었다가 영화에서 그렸듯이 왜 그날 이후로는 맘먹고 쫒아가서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 말도 참 숭하지만 개 패듯이 패댔느냐하는것이다.
(신부님이 개까지 들먹이며 배경설명 해주긴 하더만 안해는 이 말을 몬알아 들은기라!)
당시 우리 사단장이었던 노 모씨부터 시작해서 몇몇 이맛막에 별단 군인들이 경복궁에 모일적부터 얘기가 시작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그런 배경설명을 한 오분이고 십분이고 자상하게 교육을 한 다음에 영화를 보게 했으면 우리 아들이고 안해고 중간에 씰데없는 질문이 없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또 안성기인가 하는 군인
아들 얘기대로 하면 가족사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전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더만 영화에서처럼 멜로는 어떠랴 싶다.
다만 퇴역군인 사장의 외동딸과 모범 사원 설정이 좀 그렇다.
사장에게 무남독녀 딸이 있다는것을 사원들이 모르고 있었다는것 그리고 나중에 알게됐다는것이 영 자연스럽지가 않다.
차라리 안성기를 독신의 올곧은 군인으로 설정해 놓고 정치군인(상관)이 싫어 퇴역해서 택시회사 사장으로 그려놓은 다음 얼굴 참 참하게 생긴 그 외동딸(안해가 이름을 가르쳐 줬는데 그 새 잊어먹었다.)을 차라리 조카딸쯤으로 설정했으면 더 매끄러웠지 않았을까?
...............
영화 나온지 이미 한참이 지났고 보고 온 사람들끼리 할 얘기 안할얘기 다들 오갔는데 뒤늦게 보고와서 자량인 양 뒷북치는것 또한 지천명의 남정네가 할 얘기는 아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이 눈치는 빤해서 요렇게만 얘기해도 저만치 알아들으니 다 군더더기이지 싶다.
다만 이쯤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되짚고 넘어가야할것은 사반세기 이전의 그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있는것은 무슨 연유인지 아시는가 이 말씀이다.
아주 일찌감치 누군가가 용서를, 화해를 말하기도 했다.
용서라?
사람은 누구나 본디 착한 성품으로 세상에 나왔으므로 쉽게 할수 있는것 중의 하나가 용서 아니겠나만 흔하디 흔한 공짜폰도 약정기간이라던가 하다못해 번호이동 같은 최소한의 조건 하나씩 걸려있듯이 용서니 화해니 하는것에도 조건이 하나 전제해 있다 이말씀이다.
그것은 가해자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그 참회를 바탕으로해서 피해자에게 고개숙여 “잘못했습니다” 요 한마디, 둘도 필요없는 딱 하나의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잘못했다의 “잘”자 한 자 꺼내지 않고 버티면서 세월과 더불어 늙어가는 군인아닌 군인- 백담사 잠깐의 수도 끝에 깨친 바 있어 일금 29만원에 남은 여생 허덕이며 사는 그리고 이제사 세상의 명리 다 헛되고 또 헛된것을 깨달아 잘못했다의 그 "잘"자 꺼낼때가 되었나 싶었는데
엊그제 야당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이 대통령 된듯이 그 늙은 군인 찾아가 알현을 하는것이 티뷔 뉴스에 나온다.
참으로 세상은, 아니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요지경이다.
어느 시인은 “소풍”이라 했지만
모르겠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화려한 휴가”가 아닐런지......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