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삼보하옵고
귀의삼보하옵고
깊어가는 가을
법당 앞에 쏟아지는 가을햇살 어깨에 등지고 새소리 한가로운 산사, 쓱쓱 밤새 떨어진 낙엽 쓸어내는 동자의 빗자루질 소리......
중생의 삶이 늘 고달프다 보니 어설프게나마 머릿속에 그려보는 절간의 풍경이 곧 극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가 더울적 한때 삭발하고 토굴 찾아들어가 면벽좌선에 용맹정진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세속의 오욕칠정을 마다하지 못하고 살아온 중생의 삶 그 세월이 어느덧 오십년입니다.
지천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세상 돌아가는 이치 어슴프레 아는 안목도 있으련만 사사로운 일에 일희 일비하는 어쩌지 못하는 중생이옵기도 하지요
엊그제 산에 다녀왔습니다.
들으셨는지요?
일주문 밖 단풍놀이 나온 선남선녀들의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로 혹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런지 저어 하다가 중생과 더불어 중생을 위해서 하시는것이 수행인데 그리까지 되겠나싶어 어리석은 중생의 기우라 자위도 해봅니다.
.......
각설하옵고
명산엔 반드시 대찰이 있다는걸
두 아이 대학에 보낼적 남들이 다 시키는 과외마다하고 명산대찰 찾아다니며 기도로 일과를 삼으면서 깨달았습니다.
불전함엔 늘 천원권 지폐 한 장 정성스레 넣었지요
내자는 그랬습니다. 그래도 만원 한 장은 넣어야 하지 않겠냐고요
“모름지기 기도란것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만큼 효험으로 이어지는것이지 돈의 액수로 나타나는것은 아니요, 게다가 삼시세끼 산채 비빔밥만 드시는 스님들께 큰돈 드리는것 또한 예의는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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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간절했던고로 두 아이 모두 저희들이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 당시 우리 내외가 법당에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입구에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이 두 가지를 뭉뚱거려 한 장의 표를 구입하여야 하였지요
알고 계신지요
우리 내외가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두 아이를 대학에 보냈다는것이 입소문으로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고 급기야 전국 각 사찰마다 입시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기도를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민원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요는 기도하기 위해 사찰을 찾는 학부모들에게 왜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얹어서 받느냐 이런 원성이 이어지니까 나라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아예 폐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게재에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산을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합리하게 입장료를 강요하는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그리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중생들이 모여사는 세상에도 이런 기특한 질서를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가 끝이라면 참 좋겠는데 늘 시끄러운것이 또한 중생들 모여사는 세속일런지요
인연이 없는 중생은 제도하지 못한다 여래께서 이르셨다지요?
이번엔 역으로 단풍놀이 나온 중생들의 원성이 자꾸만 높아가고 있습니다.
내, 절구경 하러 온것이 아니요 따라서 일주문에 발 한 짝 들여놓은 일이 없거늘 또 들여놓을 일도 없을 것이어늘 어찌 산에 오르려는 사람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 하느냐 주로 이런 말씀입니다.
산에 오르기 위해 난 길 일부가 사찰소유 즉 문화재에 포함이 되어 있기때문이라고 문지기는 이야기 합니다.
스님!
그렇습니다.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 법당을 찾기보다는 산에 올라 육신의 건강챙겨 명을 늘리려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안타깝기야 하겠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결코 지나가지 못하리라! 으름장 놓는 그런 형국입니다.
중생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라 하시고 버린 만큼 얻으리라 가르치시면서 어찌하여 산에 오르는 중생들을 상대로 어설픈 산적 흉내를 내는 저 수하들을 그대로 놓아 두고 계신지요.
“사자좌에 오르사 법을 설하옵기” 이전에 이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사 매표소를 일주문 앞으로 옮겨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그다음에 이루어지오리다
그렇게 그렇게 산에 오르내리다 인연이 닿으면 법당으로 찾아들 저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그 자비로써 산을 찾는 중생들이 감읍하여 그 마음, 그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법당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이 시방세계 고루 이 가을 햇살같이 비추오리다. 그리되게 하옵소서
동짓달 초 엿새 점심 공양 전 조강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