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들을 위하여
연상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들이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불리할 때면 '누님 왜 이러세요 참으세요'
나이 많은 아내는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고 만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
어쩌나, 개그는 시대의 반영이기도 한 것을.....
험한 세상 '파시스트 같은 독재'보다는 또, 아내와 동등한 위치를 꿈꾸기보다는 '누님 같은' 아내 밑에 들어가 그런 아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상대적인 동등감에 만족하면서 맘편히 살아가는 것도 생존의 법칙일수도 있겠다?!
티뷔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는가?
일일연속극, 주말 연속극,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미니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 셀 수도 없이 많은 드라마에, 이 시대 '어미'들이 즐겨보는 그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부부들의 대화중에 존칭을 사용하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드라마 속의 '어미'들은 야무진 반말로 '아비'의 의사를 타진하거나 자기주장을 '아비'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아주 유효하게 사용한다.
그런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 시대 다수의 '어미'들에게 늦은 귀가에다 기침소리 하나로 온가족을 긴장시켰던 그 화려했던 시대의 마술 같은 '아비'의 힘, 그 역사를 기억하게 하고 전통을 이어가게 할 방법이 있겠나?
이 시대 어떤 '아비'도 옛날의 영화를 그리워하거나 권토중래를 꿈꾸지 않는다.
'아비'의 아비가 휘두르던 위엄 내지는 독재가 작금에 와서 갑작스레 강해진 '어미'들에게 그저 단순한 투정에 불과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찧다가 이리 되었는가?
과거 이 땅의 '어미'들이 밥짓고, 청소하고, 빨래하며, 아이 키우기에 전념해도 하루해가 짧았던 그 노동의 현장에서 그들을 해방시켜준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이 시대 갈곳 몰라하는 '아비'들이었다.
'공업입국'의 기치아래 논두렁에서 발씻고 나온 '아비'들은 전자렌치, 전기밥솥, 압력밥솥, 보온밥통, 진공청소기, 식기 세척기, 전자동 세탁기, 김치냉장고 등등 셀 수 없는 이 모든 '해방도구'들을 닥치는 대로 고안, 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사회의 다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어미'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다.
가장의 권위와 '고단한 노동'에서 '어미'들을 해방시킨 주역, 그리하여 이 시대 '어미'들로부터 무한 감사와 존경을 받아야 할 '아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없어진, 혹은 빼앗긴 '가장 높은 자리'를 포기하고 잠자리 이불을 개 얹어야 하고, 외출할 때는 운전수로, 거리에 서면 아이를 안아야 하며, 쇼핑할 때면 마트에서 쇼핑가트를 몰고 묵묵히 '어미'의 뒤를 따르는 이 시대의 '아비'들 ...
그들 앞에 길이 축복있으라!!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