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듕귁문화탐방(6)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과 젊었을때 더 이뻤을 미시 이야기

조강옹 2019. 12. 24. 06:43

우리 사는 지구가 잔뜩 뿔이 난 모냥입니다.

듕귁 현지사정이 참담할 정도로 좋지 않아 여섯 번째 말씀을 가려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지진과 수해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듕귁 인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디리는 바입니다.


패키지 여행이란 게 값이 싸고 사전지식 없이도  가이드 따라 다니면서

맘 편히 관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종종 내키지 않는 장소에 끌려가(?)  눈치껏 물건을 팔아줘야 한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눈요기한 거는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서 다음으로 미루고 황룡동굴  댕겨와서  들렀던 “약장사” 얘기 먼저 올리겠습니다.


점심먹구 가이드가 디리구 간곳이 바로 이곳인디  동인당이라구 했습니다.

입구에서 청심환 두어 갑 사구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끌려들어간 디가 강의실 같이 책걸상이 마련된 교실 같은 곳이었습니다.

조경이며 규모며 마치 시골 초등학교 못지않게 적지 않은 규모라 놀랬습니다.


교장선생님 같은 냥반이 들어와 반시간 넘게 진행된 특강은 식후라서 그랬던지 때마침  졸음이 쓰나미 처럼 몰려와 염치불구하고 푹 잤습니다.

이어서 강사진 소개같이 가운 입은 늙은 의사와 통역 겸 간호사 겸 가운 입은 젊은 여인들이 2인 1조로 조를 이루어 인사를 끝낸 담에  여기 저기 조를 이루어 우리 일행들 내외를 같은 의자에 앉혀 놓고 맥을 짚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같이 간 후배 내외가 우리보다 먼저 차출되어 의자에 앉게 되었습니다.

우린 순서를 기다리면서 가이드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새로이 증파(?)된  또 다른 1개조의 의료진이 들어와 자리하더니 우리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아내에게 두 팔을 책상위에 얹게 한 다음 맥을 짚은 의사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반백에 돗수높은 안경을 끼고 돌팔이 냄새 전혀 없는 즉 깊은 의학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있어 보이는 의사가 지금도 아름답지만 이전에는 더 이뻤을것 같은 미시족 간호사의 통역으로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목에 힘을 주어 나오는 낮은 목소리로 한 소절 읊으면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가 통역을 합니다.


이런 호사가 있을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주 깊은 의학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국의 노의사 선생의 진료를 통역까지 붙여 받다니…….


- 진맥에 의하면 심장에 부담이 증가하여 협심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하심다.  또한 수시로 두통이 동반되며 무릎 등의 관절에도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현상이지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 하심다.  진맥에 의하면 이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말씀하심다.-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가 이북 억양으로 해주는 통역을 들으면서 우리 내외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쇠로 맹근 뱡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을 타보고도 믿지 못하는 나이지만 저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관광 온 아낙 양쪽 맥을 짚고서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저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께서 족집게 같이 짚어내신것입니다.


그리구 그 현상이란 것이 안해가 늘 고통을 호소하는 증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안해는 비로소 자신이 이십여 년 간 한결같이 사구체 신염환자로 지내왔음을  고백하고 어떠한 사전 설명 없이 자기의 병을 짚어낸데 대해 무한 존경과 감사의 눈길로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 선생과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를 번갈아 보며 사의를 표하는 한편 내려주신 처방에 한 점 의심이 없으나 이를 받아들이기 전에 지금 고국에 계신 주치의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역시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의 통역에 의하면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님 말씀이 그 말 틀리지 않은 것이 신장은 탕약으로 먹으면 신체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여기서 권하는 것은 생약으로 동방의 소국에서 주치의가 진행하는 치료 프로그램과 전혀 엉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타  부작용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얘기였습니다.


얘기가 길어지자 양국 간사의 합의하에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 안해에 대한 진료와 처방은 일차 접어두고 이 조강에 대한 진료를 먼저 하기로 하였습니다.

안해가 그러했듯이 시키는 대로 책상위에 두 팔을 올려놓았습니다.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께서 맥을 짚으십니다.


돗수 높은 안경낀 돌팔선생께옵서 말씀이 있으셨고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의 통역이 이어집니다.


- 맥에 의하면 선생께서는 특별히 건강에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심다.

 여건이 되시면 결명자차를  끓여 상시로 복용하시면 도움이 된다 말씀하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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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염이 극에 달하는 순간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아픈 사람을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도 돌팔이지만 아프지 않은 사람을 아프다고 하는 것도 돌팔중의 상돌팔입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앉아계신 이 듕귁의 돗수 높은 안경낀 돌팔 선생께옵서는 아픈 사람의 병을 짚어내는것을 넘어서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 병이 없다 결론지음으로서 우리 내외로 하여금 자신들에 대한 의료적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데 크게 이바지 한 것입니다.

  

하여, 우리 내외가 내린 결론은

“-이번 귀국의 의료진에 의해 행하여진 우리 내외에 대한 건강검진에 대한 결과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무한 신뢰와 더불어 가이없는 존경의 염을 표하는 바입니다.


 - 아울러 귀국의 의료진이 제시한 처방에 대하여는 본국의 주치의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할 사항이나 귀국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의 징표로 우선적으로  한 달 치 약만 수급 조치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며


 - 향후 귀국하여 본국의 주치의와 협의,복용 한 후 과학적으로나 의료학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충분히 효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로 귀국 의료진이 권장하는 두 달간의 약을 수급조치 받아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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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각을 설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사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동쪽 끝- 우리가 두고 온 땅,  경상도 같은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역 앞에 전세방 얻어 신혼살림 차렸던 시절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들었습니다.

두 정거장 지나 어디쯤에 아주 용한 한의원이 있어 문전성시라는 얘기를 말입니다.

위장병으로 늘 고생하시는 아부지 생각에 우체국으로 가서 시외전화 신청을 하고 기다렸던 것입니다.


“아부지  전디유.  여기서 그리키 멀잖은딘디 용한 의원이 있대유.

 댕기러 오실 겸해서 오시문 지가 한 번 모시구 갔으문 해서유“


그렇게 해서 모시고 갈 적  버스간에서 여쭈었더랬습니다.


“아부지 속이 어띠키 편찮으신대유?”


“응 밥먹구 한참있으문 요기가 이리키 아퍼”

하시면서 도 손끝을 맞대고 당신의 명치끝을 가르키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렵사리 찾아간 시골 동네. 너른 앞다망에 엄청나게 큰 장독대

여기 저기 널린 약재에서 풍겨나는 냄새에다  한편에선 연신 작두대고 약재 썰어대고

의원 앞에 줄지어선 선남선녀들 장년의 그 용하다는 의원은 엿장수처럼 가위를 쩔렁거리며 찾아온 사람 맥을 짚고 이 사람은 어디가 아프니 무슨 탕을 잘 지어라  이르면 뒤에서 서넛이 서랍 열어 가면 약재를 꺼내 약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듣던 대로 나무 판때기에 인두로 지져 맹근 식권을 받아들고 뒤로 돌아가니 부엌에서 공양주보살같은 아주머니들 연신 밥상 들어 나르고 차려 온 밥상에는 소박하지만 요즘의 “어머니 밥상”같은 나물반찬에 밥 한 사발씩 채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순서를 기다리며 자세히 보니 찾아온 환자들 하나같이 의원이 맥을 짚고 있으면 미리부터 어디가 아파서 왔다고 자수를 하는데  아부지께서는 “ 용하다 했으니 어디 한 번 맞혀봐라. 내 암말두 안할티니께” 벼르고 계셨더랬습니다.


이윽고 차례가 되어 아부지께서 손을 맡기시고 묵묵히 앉아계셨습니다.

의원은 연신 가위질 하면서 좀 낯이 익어 뵈는 아낙의 수다에 허허 웃기도 하고 대꾸도 하면서 시간은 흘러갑니다.


지켜보는 조강은 호기심 반 걱정 반 - 묘한 기분에 가슴마저 콩닥거려왔습니다.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아무런 말이 없자 의원은 잠시 당황스런 표정이 스쳐 지나가고 아주 짧지만 그렇게 시간이 몇 초간 더 흘러갔습니다.


이윽고 의원은 가위를 내려놓고

“요기가 편찮으셔서 왔지요?” 하는 것이다.


어어!!?? 

아!....


놀랍고 또 놀랍도다였습니다.

버스 간에서 아부지가 하신 그대로 두 손 끝을 모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치끝에 대고 그렇게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부지도 뒤에서 지켜보던 나도 그 가위의원에 대한 무한 존경의 염이 하염없이 넘쳐나고 처방받아 약을 받으면서 그랬습니다.


“집이 멀어서 그런디유.  이 약 먹구서 다 안나문 본인읎이 지가 약을 타가두 디나유?”


그 가위의원이 그랬습니다.

“나으라구 약 먹는 거지 약 먹구 안 날 것 같으면 약 먹을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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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에 버금가는 그 가위의원이 일찍이 우리나라에도 계셨던 것입니다.

단, 처방은 진료 만큼 따라가지를 못했던지 아부지께서는 그 이듬해 가을 산으로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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듕귁에서 돌아온 지 한 달여.. 안해는 꾸준히 그 약을 먹었습니다.

젊었을 때 더욱 이뻤을 미시의 통역에 의하면 복용을 시작하여 한 달 안에 분명코 효험을 느낄것이며 택배비 3만원만 추가하면 나머지 두 달치 약을 보내줄 수 있다했으니까말입니다.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결국 돗수높은 안경낀 돌팔선생이나 강원도같은 경상도 어디쯤 가위의원이나 진료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처방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명의라는 이름으로 허락한 의술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에 대한 저작권은 신에게 있고 그것을 무단으로 조작하여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저하시키는것은  지적재산권의 침해이니까요.


얘기는 다음에 또 이어집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