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무창포- 이틀간의 기록

조강옹 2019. 12. 24. 08:38

날씨도 개과천선하면 이리될까?

엄동설한의 그 무정함과 쌀쌀함은 어디다 버렸는지

안개로 장막 드리워 분위기 잡고 봄비같은 겨울비 촉촉히 내리는 지난 수요일

이웃에 사시는 큰누님 내외분과 우리 다섯 식구

한 차에 촘촘히 올라앉아 서해안 무창포 가는 길

 

오창에서 올라가 대전에서 호남으로 호남에서 당진으로 당진에서 서해로

고속도로 돌고 돌아 가까스로 이정표 보고 빠져나와 목적지 도착해서 짐 풀어 내린다.

안개 잔뜩 낀 바닷가 숨쉬기 운동 크게 한번 하고 네비없으면 경칠뻔 했고나? 

 

바로 앞이 출렁이는 서해 바다인데 그냥 안개 뿐

두어 시간 쉬었다가 회뜨러가자!

절절 끓는 방바닥에 등뼈 눕히고 잠시 눈 붙인덕에

엊저녁 야근의 피로가 그대로 녹아내렸다.

 

비오는 날 공치는 날

가게 문 닫았으면 큰일이다.

부랴부랴 찾아간 대천어항

생기있게 퍼덕이는건 생선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

 

팔뚝만한 농어 한 마리에 빨래판만한 광어 한 마리

점지하듯 찍어내자 고무장갑 낀 손이 날름 집어내 도마위에 올린다.

느그덜 오늘 임자 지대루 만났다. 

내 오늘  너희 육신을 거둠으로 해서

짜고 찬 물속에서 갑갑한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세상

밝은 삶을 펼치노니 이제 고마 물속과 작별하거라!

 

왜 같은 물고기의 주검인데도 불구하고

바닷가에서의 그것과 뭍에서의 그것이

인간의 혓바닥에 달라붙은 정도가 이리 다른지 

초장에 버무려 입에넣고 소줏잔 목구녕에 털어넣어가며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죽은 물고기 이야기로 한참을 보냈다.

 

이제는 자유시간

경노당에서  한판에 140원을 떼인 할머니와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6만원을 잃은 손자의 고스톱판

각각 사위와 어머니의 개인교습으로 자정을 넘기고 일어난 아침

저녁에 먹다남은 매운탕에 더운밥 말아먹으며  간밤의 열공으로

아들은 팔에 알이 배었다고 했다.

 

다시 대천찍어 멸치에다 쥐포 챙겨넣고 집으로 가는 길

거짓말 같이 걷힌 안개에다 다시 차가워진 바람

유성에다 청주에다 아들 하나씩 떨궈놓고

동행에 대한 감사의 말씀으로 마무리하면서 

누님내외마저  이웃 아파트먼트에서 작별하고 15층 내집으로 들어섰다.

 

소풍은 이렇게 끝났다.

보초서듯 각자의 위치에서 안그런 척 또 주어진 날들을 살아내야지

어머니는 이제 고스톱판에서 십원짜리 동전 한개 쉬 잃지는 않을것이고

아들은 본전을 셈하며 내년 여름을 벼르는지도 모르겠으나

이맛박에 파랗게 만충전된 안해 다음주 까지는 부드럽지 않겠나

 

아침 찬바람에 밀려오던 무창포 해변의  파도처럼

밀려드는 잠. 그려, 만사제쳐두고 죽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아함!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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