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9

회룡포에서 부치는 편지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도 알며 사는 어리석음이여 기막힌 평안함이여 가을 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 유안진의 작정 전문 - 일에서 손 뗀 지 다섯 해 언제부턴가 무작정 살기로 했으면서도 시인의 노래처럼 기막힌 평안함은 없는 듯하였습니다. 작년 내내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다 연말쯤 되어서야 뒤늦은 판단과 결정끝에 허리뼈 어디쯤 드릴로 구멍을 뚫고  튀어나온 디스크를 태워 없애고 나서 소걸음으로 십 리 길 가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졌습니다. 한 해를 그렇게 보내고 맞이한 올여름은 지독시리 더웠기에 도리없이  병든 개처럼 혓바닥 길게 내밀고 헐떡거리..

해질녘 안동에서

"지금으로부터 팔년전 내가 식도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오를 때 너그 어마이는 더도 말고 칠십까지만 살아주면 원이 없겠다고 했었다." 안마당에 멧방석 깔아놓은 자리 칠순 맞으신 장인께서는 다섯 남매와 그 배우자들, 그리고 그들의 2세를 죄다 불러 앉히고 뜨랑에 걸터 앉으셔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 팔년이 지난 오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찾아준 자식들에게 미안하구 고맙다. 칠십을 살아낸 내가 얼마를 더 살지는 나도 모른다. 허나 내가 세상 하직하고 난 이후에라도 너희 어마이 저버리지 말고 ...... 동기간에 서로 위해가며......." 상위엔 갖은 음식과 과일, 술병이 텃밭에 선 옥수수나무처럼 즐비하게 서있다. 결혼당시 중학생이던 막내처남 내게 술 따라주며 담배 하나 달라 하고....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