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0

사모곡 3 - 가을에 듣는 어머니의 기도

어머니! 두고 가신 땅에 두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꽃이 지는 계절은 가뭄이 극심했고 여름은 잔인했습니다. 엄청난 비에 여기저기 논 밭이 상했고 곳곳에 따라 농사를 망친 곳도 적잖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께옵서 두고 가신 이땅은 무사히 두 계절을 지났습니다. 일만 오천 년 전 구석기인들이 벼를 재배했다는 미호강변 소로리에서 제방을 따라 팔결교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세 컷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른 봄 마을 어귀마다 불 밝히듯 노랗게 피어나던 개나리꽃들이 하늘에 별이 되어 머물다 소나기 되어 밤새 퍼붓듯 들판을 저렇게 물들였습니다. 비록 내 논이 아니어도. 내가 심은 벼가 아니어도 눈에 들어오는 저 풍요는 누구에게나 자연의 선물이요. 신의 축복인 듯합니다. 줌을 당기고 밀기를 반복하면서 저 들판 어디..

미호천의 가을 - 논으로 가는 길

물경 일만 오천년 전이라 했다. 구석기인들이 강변에 무리지어 살면서 벼농사를 지었다한다. 그들이 추수하다 흘린 볍씨 몇 톨이 학자들에 의해 출토되어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 놓은 결과이다. 그 "벼농사"는 이후 흐르는 강물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고 나도 바통 이어받은 주자처럼 강변 따라 자전거 타고 오가면서 농사를 이어갔다. 공룡 같은 트랙터가 "로터리"라 부르는 부수기계 뒤에 붙여 갈아엎은 흙을 휘젓고 간다. 사나흘 기다려 물꼬를 열어 물을 뺀다. 5월 하순경의 일이다. 미호천의 이른 아침은 적막고요다. 새들도 조심스레 날개짓하며 소리없이 머리 위를 날고 자전거 폐달을 밟아가노라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작은 소음조차 조심스럽다. 아직은 잠에서 깨지 않은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속리산의 가을

. 충청북도 "쪽수"로 따지자면 일개 광역시만도 못한 일백육십만 도민 한반도 남쪽, 반도의 가운데 어미뱃속에서 자라나는 태아 모양으로 잔뜩 웅크린 형상의 좁은 땅에서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속리산은 그 발목 부분에 자리한 명산으로 충북인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명산대찰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이름난 산엔 큰 절이 있습니다. 속리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법주사란 대찰 하나 있습니다. 산이 좋아 산에 온 사람들일지라도 이곳이 모두 절 땅이니 구경하는 값을 치러야한다는 안내판 하나 구석에 세워놓고 입구에서 턱하니 저렇게 돈을 거둡니다. 얼마 전 이곳 승려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큰 판돈 규모로 노름을 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제보한 사람이 같이 노름을 했던 승려이고 발고하고 나서 자취를 감췄다는 내용에 비추어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