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아파트먼트의 가을

조강옹 2019. 12. 24. 09:15

 

 

아침에 일어나 뒷 문을 열면 관리사무소 위쪽으로 이 풍경이 눈 아래 들어온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단풍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가을은 더 선연히 다가온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다.

 

 

태실공원 옆 곧게 뻗은 길  산책로의 시작이다.

눈 덮인 길은 아니라도 올곧게 걷는 훈련을 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

이른 봄이면 이팝나무 하얗게 피어나 참 좋았는데  어느덧 지나간 봄보다는 다가올 봄이 더 가까이 와 있는듯 하다.  가을은 이렇게 중늙은이를 초조하게 만든다.

오창의 명물이 된 호수공원

아침은 호숫가의 아침은 늘 이렇게 조용하다.

 

 

내 저 나이땐 이 아침의 일 분이 잠자리에서 참 소중했는데 ........

아파트 옆 태실공원 가는 길

누군가가 부석사의 은행나무 진입로가 최고의  사색로라 했지만 이곳에 와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달라지면 자연 말도 바뀌지 않을까?

 

 

정상(?)엔 그럴듯한 정자 하나 지어놓고  옆 공터엔 운동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안해는 운동기구에 매달려 운동을 하고

 

난 아래 풍경을 내려다 보며 숨쉬기 운동을 한다.

소리없이 가동되는 공장과 미호평야

저 멀리 보이는 세 개의 빌딩이 청주 부잣집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주상복합단지

쉬 다가가고 다가올수 없게시리 그 사이 다행스럽게 미호천이 흐른다.

 

하낳두 보태지 않고 "엎드리면 코 닿는 곳"이 아파트이다.

안해가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우린 배트민턴을 친다.

콕이 어떻게 날아오든 난 안해 앞으로 치기 좋게 보내준다. 

자연 랠리가 길어지는데 아마도 안해는 자기가 제법 배드민턴을 잘 친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일부러 그게 아니라고 일러줄 필요는 없다

내겐 세계평화만큼이나 가정의 평화도 중요하기때문이다.

 

잠이 덜깬 얼굴로 학교가는 학생들과 마주쳐 지나갔다.

늙음을 탓하다가 저런 학생들을 보면 그래도 이 중늙은이짓 하면서사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일을 끝내고 편히 쉬고 있는 잎새 하나

그냥 놔두면 좋겠는데 누군가 또 어디로 데려가겠지

바람이거나 혹은 부지런한 경비 아저씨이거나......

 

단풍이란것이 제 할 일 끝낸 나뭇잎이 서서히 죽어가는것인데 이렇게 올라가면서 보아도

다 올라가서 되 돌아보아도 아름답다.

 

조금있으면 저 햇살보다 게으른 사람들이  자기들 세계에서는 부지런한 축에 끼인다며

줄줄이 자동차 몰고 일터로 나갈것이다.

 

추우면 춥지않게 더우면 덥지않게 스물 몇 평 혹은 서른 마흔 몇 평

땅따먹기 하듯 제것이라 끌어안고 요것은 내것이다 박박 우기면서 문 꼭꼭 걸어잠그고 내다보지도 않는다. 

나는지 잎이 떨어지는지 아랑곳 아니하고.....

가끔은 이렇게 철 모르고 피어나는 꽃도 있다.

그러면 나는 아주 오래전 저 도봉산 유격장

빨간모자 쓴 조교의 " 쪼그려 뛰기 12번 실시한다.

마지막 구호는 붙이지 않는다.  실시" 하면

 

하나둘셋 하나 ,하나둘셋 둘  하나둘셋 셋...하나둘셋 열하나 하나둘셋.........

요렇게 끝나야 하는데 꼭 한 사람이 붙인다.   "열둘" 하고 

그 멍청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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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 어느 때 어떤 빛깔로 바래가다가 어디에 어떻게 떨어질까?

그 "때"가 와서 어디선가 누군가   "참 곱다" 이런 소리 들으며 떨어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