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9

늦은 안부

근계시하 초동지절에 조강 삼가 아뢰옵니다. 거지반 다 왔을 터인데 동장군은 선뜻 문턱을 넘지 않고 밖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요즘 날씨가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자다 깨 정신이 맑아 오는 새벽이면 수양버들 늘어진 병영사 입구부터 수렴동 연화봉 석굴까지 열흘간의 장정이 완행열차 차창 밖 풍경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퇴직 이후 코로나 팬덤 거치면서 스스로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저하된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기쁘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벼르시던 누이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내 잘못인 양 송구한 마음입니다.  내 생애 소중한 기억이 화석처럼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바닥난 기억력 속의 잔해 박박 긁다시피 해서 사진 붙여 몇 줄씩 얹어보지만, 필치가 예전같지 아니함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월을 비켜가지..

삶의 편린 2024.12.15

주유천하1-난주로 가는 길

꿈이였던가?티벳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 주위를 둘러봐도 손 드는 사람 하나 없다.수학시간 어려운 시험문제 칠판에 적어놓고 풀어 볼 사람 손들라는 선생님 말씀이나 다름없었다. 망설임 끝에 용기내어 "저요!"손들고 보니 나 혼자였다.티뷔에서 보았던 라싸에 가는가보다 하였다. 결국은 같이 갈 사람을 구하던 이는 불의의 사고로 발을 다쳐 포기했고 여행지는 티벳이 아니라 티벳 가까이 여기저기 알아 본 즉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는 여정이란다.이리저리 꼬이고 엉켜 나를 포함해서 세 노인이 이렇게 일행이 되었다. 그중 한 분은 중국에 오래 거주했기에 중국어에 능통했고 중국무술과 역사와 무술의 고수라 들었다.또 한 분은 파륜궁인가 하는 나중에 여행중에 들었지만 도교의 일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쪽에 오랜기..

주유천하5-낭목사 그리고 짜가나

낭목사 안이다.계곡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백룡강 발원지라했다.궁금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나 뒤돌아 보는 내가 걸어 온 길 모두가 아름답다.중간에서 말을 타라 권유하는 아낙의 표정이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먹고 입고 자는 형편이 우리보다 우리 기준으로 좋지는 않을터행복이란 얼만큼 욕심을 채우느냐에 달리기도 했지만 얼만큼 욕심을 덜어내느냐에도 달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저 표정은 후자의 경우이려니 했다. 낭목사.마을 하나가 그냥 사찰이고 백룡강 발원지가 있다는 말에 여유를 가지고 한 바퀴 둘러봤다.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 혹은 앉아서 쉬는 폼세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이이들에겐 생활 자체가 곧 신앙이란 생각이 들었다.지나가는 스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드리자 흔쾌히 허 해주셨다.티벳 승려들의 승복은 ..

주유천하10-수렴동석굴

대상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가만 생각했다.나날이 보고 듣는 것이 다르니 날짜 가는 줄 몰랐다.집으로 가는 날이 아직은 좀 남았지 않았겠나 싶었는데 온 만큼 되돌아 가는 것이 집으로 가는 길이고 시일이었다.열차타고 꼬박 열 입곱시간 기찻길에 깔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오늘 오후 일정이 "관광"의 마지막이다.  택시를 타고 한 참을 달려 도착한 곳수렴동 석굴이라했다.어딜가나 땅덩어리가 큰 탓에 그리고 그것을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입구에서 매표하고 셔틀버스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비로소 입구가 나온다.정문을 지나며 오른쪽은 규모가 상당한  산에 사찰을 지어놓았고  오른쪽은 마이산을 뻥튀겨 놓은듯한 산벽에  엄청난 크기의 불상을 새겨놓았다.  대충 왼쪽은 도교의 영역이고 오른쪽은 불교의 영역이다.입구에서오..

주유천하9-대상석굴

우리나라에서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수없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불상그리고 산을 병풍삼아 수백개의 불상을 그리듯 새겨 놓은 그들의 불심 진정 고맙고 감사할 때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담아"진정 고맙습니다."  고개숙여 한 마디면 족할 일이지연신 허리굽혀가며 수십 번 인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수백 개의 불상을 바라보면서 문득 동쪽 먼 반도 남쪽  우리 불국사의 석굴암을 생각했다. 산 하나 오르는데 오롯이 건물에서 건물로 이어진 길따라, 계단따라 오르는 길감곡현 대상산 석굴이라 했다.초가집계절따라 볏짚으로 엮어낸 이엉이 노랑에서 잿빛으로 변해가면 이엉이 "썩은새"라 이름이 바뀌고마당질 끝나면 새 볏짚으로 이엉 엮어 단장을 한다. 모양새도 다르게 특별히 공들여 엮어 마지막 마무리 삼아 지붕을 덮는 작업용마루라는..

주유천하8-맥적산

가야 할 길이 멀다기에 일찍 숙소를 나섰다.아침부터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새벽시장거쳐 가다 아침으로 저 장떡 비슷한 것을 먹었다.거부감 제로에 맛도 장떡과 흡사해서 먹기에 좋았고 그만큼 속도 편했다.버스 터미널에서 시험 삼아 저 아재들에게 전화기 번역기를 들이밀며 화장실 위치를 물었다.단 한 마디 말도 없이 화장실 있는 쪽을 손가락질로 가르쳐 주었다.자기들끼리는 언성 높여 대화하며 이리 다소곳한 이유를 모르겠다.다만 번역기가 유효하다는 사실 하나 확인했을 뿐이다. 버스로 한나절 끝에 도착한 곳신장 쪽이 가깝다고 했던가?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의 아낙 모습이 저러했다.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훤칠한 키, 사위가 하얗게 아우라가 일 정도로 뛰어난 미모인지라잠시 음흉한 마음으로 몰카로 찍었다. 한쪽이 열리면..

주유천하7-문현천지

내 생애 언제 이런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오는 첫날부터 메모를 했다.천장 낮은 열차안에서도 숙소에서 룸매이트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휴대전화기로 불 밝혀 가며 오늘 아침부터 이동 중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대한 느낌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다음 사진 바라보며 정리하고 편집하고 해서 두고두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모든 일정을 마치고 북경으로 오는 열차 안에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열차에서 내릴 적 배낭을 올려놓은 3층 침대칸 발밑에 있는 소지품 빠짐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내렸건만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깨달았다. 머리맡에 마지막 순간까지 메모하고 그냥 베갯머리에 그대로 놓고 내렸음을.이렇게 허무하고 이렇게 맹랑한 일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주저앉..

주유천하4-련보엽칙

거듭 느끼거니와 이곳의 야크나 염소는 우리의 상전이다.가는 길 곳곳에 무리지어 길을 건너면 하릴없이 기다리거나 뒤를 쫒아 길을 내야만 했다.오늘의 일상도 내일의 근심도 일도없는 불교 가르침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아의 지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신심 돈독한 불자가 아니라 이곳의 야크며 염소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전기차 운전자와 협의하여 운전자는 돌아가고 새로이 택시 하나 전세를 냈다고했다.창밖의 풍경은  "산곳곳 물겹겹 아름다운 내 나라여!"자화자찬의 우리 국토예찬이 머슥할 정도로 보기 좋았다.그래도 척박해서 겨우 염소 풀이나 뜯어먹고 사는 땅인걸 자위해 보지만 내내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서릿발 칼날진 ..

주유천하3-감가비경 그리고 샤하석림

어제는 난주에서 4시간을 달려 병영사 그리고 다시금 한참을 달려 라브랑스 사원북경에서 17시간 열차를 달려 서쪽으로 왔는 거리가 1800킬로미터그러다 보니 200킬로 미터 거리는 지척이라 마실 다닌다는 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감가비경- 풀어서 감가라는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 한다.이동중에 찍은 사진 두 컷  전망대로 오르는데 약간의 고산증 증세로 여겨지는 어지럼증이 스쳐 지나갔다.평지에선 볼 수 없는 그러나 조금만 높이 오르면 내어주는 풍경이다 보니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통째로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결과물을 볼수록 더해간다. 그리고 나서 이동중에 병풍처럼 정말 병풍처럼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산이 점점 다가온다.그쪽으로 다가간다는 이야긴데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