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178

보발재 너머 구인사 가는 길

앞서가던 차가 밍기적 거려 크락숀을 누를까 하다 왼쪽 편에 난 임시 주차장에  차 대는 것을 보고  따라가노라니이렇게 전망대 나오고  저런 아리랑 스리랑길 나오면 문득 미당선생의 국화 옆에서 중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마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국화 옆에서 중 끄트머리 꽃으르 길로 바꾸어 부르면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순환버스가 수시로 운행되는데 문앞에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쯤 내려준다.세상에 아무리 좋은 구경이라도  속세를 벗어나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깨달음 하나 얻어들고  보따리처럼 들고 가야한다.  공양간"밥값 못하는 노인네니 쬐끔만 주옵소서!"밥 퍼주는 공양보살이 고개를 삐곰 내밀고 나를 보더니 씩 웃는다.정말 요만큼 ..

반계리 은행나무

"구경 한번 잘했다." 소금산 울렁다리 건너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와 주차장 쪽으로 오다가호떡집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 반계리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때는 반계리 이장님도 가늠하지 못 한다."어느 날 티브이에서 문득 보았던 그 연세 높으신 은행나무가 지척에 있다 하니 들러감이 어떠하오? "달리 이를 말씀이 있겠소? 그리하옵시다." 얼추 다와 가는갑다. 초상난 것 같지도 않은데 길거리 세워놓은 자동차로 길이 반으로 좁아들었다. 내심 "이쯤이로 구나!"자리찾아 서행하는데  저만치 후진 등 밝힌 차 하나 눈에 들어온다. "복 받으실겁니다."흔쾌히 자리 내주는 앞 차주에게 속으로 인사하고 "내가 우리 엄니 삼십년 넘게 모시고 산 은덕을 이렇게 받는다니까!"아내는 늘 이렇게 감격해 혼자 중..

출렁이 듯 울렁이 듯-소금산 출렁다리

"일하지 않고 먹고사는" 백수의 삶을 살다 보니 지난날을 거슬러 좌표 찍기가 그리 쉽지 않다.삼사 년쯤 전에 다니러 왔던 적이 있었는데도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 격으로 바뀌어 있었다. 케이블카는 공사 중이었고 입구 줄 선 호떡집에서 호떡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맛도 맛이려니와 속이 더워 오는 것이 간식으로선 제격이다.두 개의 다리를 지나는데 저 삼산천교 다리가 더 예쁘다.  이담에 가야 할 곳은 늘 어렴풋이다.저 스카이 타워가 그렇고 차츰 다가오는 인생 종착역 또한 그러하다.어렴풋이 지만 괜찮을 것 같은, 그래서 심장 박동이 잠시 콩콩 급가속 모드로 전환되는 즈음입장권을 할인받기 위해 스맛폰 들여다보며 관광 어쩌고 하는 어플 찾아 헤매는데  안해가 걱정을 한 방에 날리는저 안내판에서 먼저 발견했다.  아마도..

속리산에 단풍이 고울까?

속리산에 단풍이 고울까?익숙한 풍경이다.세심정까지 거리를 가늠하며 천천히 걷는다.저 길에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을씨년스럴까? 이름이 참 좋은 게다가 인물도 고우면 더할 나위 있겠나?세심정으로 가는 세조길물 흐르는 소리 귀에 담아가며 걷는 길오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힘껏 들숨 빨아 "후" 하고 숨쉬기 운동이 절로 나는이제 비로소 산행의 시작이다 아니, 좀 더 가야 한다.이제는 정말 산행의 시작이다.세심정 앞에서 오른쪽으로  감춰놓은 듯 샛길 따라 가면 이 다리가 나온다."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 하지만 천왕봉 겨누어 가는 길은"또 오르기"가 쉽지 않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오매 단풍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

주유천하1-난주로 가는 길

꿈이였던가?티벳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 주위를 둘러봐도 손 드는 사람 하나 없다.수학시간 어려운 시험문제 칠판에 적어놓고 풀어 볼 사람 손들라는 선생님 말씀이나 다름없었다. 망설임 끝에 용기내어 "저요!"손들고 보니 나 혼자였다.티뷔에서 보았던 라싸에 가는가보다 하였다. 결국은 같이 갈 사람을 구하던 이는 불의의 사고로 발을 다쳐 포기했고 여행지는 티벳이 아니라 티벳 가까이 여기저기 알아 본 즉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는 여정이란다.이리저리 꼬이고 엉켜 나를 포함해서 세 노인이 이렇게 일행이 되었다. 그중 한 분은 중국에 오래 거주했기에 중국어에 능통했고 중국무술과 역사와 무술의 고수라 들었다.또 한 분은 파륜궁인가 하는 나중에 여행중에 들었지만 도교의 일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쪽에 오랜기..

주유천하5-낭목사 그리고 짜가나

낭목사 안이다.계곡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백룡강 발원지라했다.궁금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나 뒤돌아 보는 내가 걸어 온 길 모두가 아름답다.중간에서 말을 타라 권유하는 아낙의 표정이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먹고 입고 자는 형편이 우리보다 우리 기준으로 좋지는 않을터행복이란 얼만큼 욕심을 채우느냐에 달리기도 했지만 얼만큼 욕심을 덜어내느냐에도 달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저 표정은 후자의 경우이려니 했다. 낭목사.마을 하나가 그냥 사찰이고 백룡강 발원지가 있다는 말에 여유를 가지고 한 바퀴 둘러봤다.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 혹은 앉아서 쉬는 폼세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이이들에겐 생활 자체가 곧 신앙이란 생각이 들었다.지나가는 스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드리자 흔쾌히 허 해주셨다.티벳 승려들의 승복은 ..

주유천하10-수렴동석굴

대상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가만 생각했다.나날이 보고 듣는 것이 다르니 날짜 가는 줄 몰랐다.집으로 가는 날이 아직은 좀 남았지 않았겠나 싶었는데 온 만큼 되돌아 가는 것이 집으로 가는 길이고 시일이었다.열차타고 꼬박 열 입곱시간 기찻길에 깔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오늘 오후 일정이 "관광"의 마지막이다.  택시를 타고 한 참을 달려 도착한 곳수렴동 석굴이라했다.어딜가나 땅덩어리가 큰 탓에 그리고 그것을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입구에서 매표하고 셔틀버스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비로소 입구가 나온다.정문을 지나며 오른쪽은 규모가 상당한  산에 사찰을 지어놓았고  오른쪽은 마이산을 뻥튀겨 놓은듯한 산벽에  엄청난 크기의 불상을 새겨놓았다.  대충 왼쪽은 도교의 영역이고 오른쪽은 불교의 영역이다.입구에서오..

주유천하9-대상석굴

우리나라에서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수없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불상그리고 산을 병풍삼아 수백개의 불상을 그리듯 새겨 놓은 그들의 불심 진정 고맙고 감사할 때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담아"진정 고맙습니다."  고개숙여 한 마디면 족할 일이지연신 허리굽혀가며 수십 번 인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수백 개의 불상을 바라보면서 문득 동쪽 먼 반도 남쪽  우리 불국사의 석굴암을 생각했다. 산 하나 오르는데 오롯이 건물에서 건물로 이어진 길따라, 계단따라 오르는 길감곡현 대상산 석굴이라 했다.초가집계절따라 볏짚으로 엮어낸 이엉이 노랑에서 잿빛으로 변해가면 이엉이 "썩은새"라 이름이 바뀌고마당질 끝나면 새 볏짚으로 이엉 엮어 단장을 한다. 모양새도 다르게 특별히 공들여 엮어 마지막 마무리 삼아 지붕을 덮는 작업용마루라는..

주유천하8-맥적산

가야 할 길이 멀다기에 일찍 숙소를 나섰다.아침부터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새벽시장거쳐 가다 아침으로 저 장떡 비슷한 것을 먹었다.거부감 제로에 맛도 장떡과 흡사해서 먹기에 좋았고 그만큼 속도 편했다.버스 터미널에서 시험 삼아 저 아재들에게 전화기 번역기를 들이밀며 화장실 위치를 물었다.단 한 마디 말도 없이 화장실 있는 쪽을 손가락질로 가르쳐 주었다.자기들끼리는 언성 높여 대화하며 이리 다소곳한 이유를 모르겠다.다만 번역기가 유효하다는 사실 하나 확인했을 뿐이다. 버스로 한나절 끝에 도착한 곳신장 쪽이 가깝다고 했던가?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의 아낙 모습이 저러했다.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훤칠한 키, 사위가 하얗게 아우라가 일 정도로 뛰어난 미모인지라잠시 음흉한 마음으로 몰카로 찍었다. 한쪽이 열리면..

주유천하7-문현천지

내 생애 언제 이런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오는 첫날부터 메모를 했다.천장 낮은 열차안에서도 숙소에서 룸매이트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휴대전화기로 불 밝혀 가며 오늘 아침부터 이동 중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대한 느낌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다음 사진 바라보며 정리하고 편집하고 해서 두고두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모든 일정을 마치고 북경으로 오는 열차 안에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열차에서 내릴 적 배낭을 올려놓은 3층 침대칸 발밑에 있는 소지품 빠짐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내렸건만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깨달았다. 머리맡에 마지막 순간까지 메모하고 그냥 베갯머리에 그대로 놓고 내렸음을.이렇게 허무하고 이렇게 맹랑한 일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주저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