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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잘 가라,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이른 계절 꽃잎보다 더 슬프게 떨어져간 너바람이 아니었다.이파리 하나 흔들거리지 않는 어느 오후누군가 너를 놓아버렸다.마흔 다섯 이 여름에떨어지는 땡감 하나에도 나는 아파한다. '때'를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너처럼 순서 없이 떨어져갈지라도붙잡고 있는 존재에 대해 간구하지는 않을란다.어차피 이 여름의 하루 하루가측백나무 늘어선 초등학교 옆의 병원에 앉아순서를 기다리면서, 넘겨져버리는 월간지 책장같이 넘어지는 나날 아닌가? 하늘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비까지야 내리겠나만 '툭' 하니 저승에 닿은 소리마흔 다섯 이 여름에 나는 자꾸 눈물이 난다.... 23년전에 긁적이던 시 한 편벌써부터 이때부터 나는 가려웠나보다.육십 여덟 이 봄에 나는 자꾸 등이 가렵다.

삶의 편린 2025.03.22

폭싹 속았수다.

자명종도 잠든 새벽 내 잠은 깨져라!쪽방으로 건너와 네플릭스를 연다.내가 찾았던 제주 이전의 제주 이야기가송송송 벌집처럼 현무암 구멍 속에 잠들었던 이야기애벌레 되어 기어나 오듯 펼쳐지는 이야기 엊그제 이바지 음식으로 받은 찰떡처럼 찰지기도 하고고장이 난 시계가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열겠다며대통령 되었던 조강의 사단장 노태우를 가리킨다.  시집 못 간 갑돌이와 갑순이가 달 보고 울었다는육짓것들의 사랑 얘기와는 사뭇 다르게관식이와 애순이는 장가가고 시집왔다.금명이 은명이 동명이 낳고도 늘 바람 불고 비 오는 제주 어지럽게 어제와 오늘을 오가며 펼쳐지는 시간여행 눈물이 빗물 되어 가슴을 적시다가콕콕콕 위산과다 위벽 헐어내듯 쓰린 속 후벼내는 아픔도 있다. 외돌개에서 서귀포여중 쪽으로 방향 잡고 쪼매가..

삶의 편린 2025.03.16

서울대생들에게 고함

촛불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참으로 암울했던 시대,  극소수의 권력과  그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안그런척 점잖떨고 있거나 선무당 같이 칼춤 추는 어둠의 무리들을 일거에 몰아냈던 희망과 이 땅, 이 나라의 주인이 바로 나와 내 이웃. 우리 모두의 것이란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서로 다짐하는 그런 엄숙하고 경건하기까지한 그런 시간과 그런 장소에 빛나던 촛불이었다. 그 촛불을 너희들이 든다한다. 공정을 외치면서 ‘스승’을 향한 성명서라면서 요구사항이 ‘이리 해라’ ‘저리해라’  훈계하고 가르치듯까지 하면서  과거 우리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밝히던 그 촛불아래 우리가 외쳤던 그 어투에 대상만 ‘독재 권력’이 아니라 ‘스승’으로 바꾸어서 말이다.  그래  언행불일치, 자녀수시입학과정을 비롯한 몇 가지 메뉴..

삶의 편린 2025.03.03

맞절- 아주 짧은 그러나 오래된 이야기

대략 30년 전쯤서울 고속버스터미널모처럼의 나들이에 양복 빼 입고 나선 시골 신사 차에서 내려 가야 할 곳으로 이동 중에길 바닥에 주저앉아 구걸하는 걸인을 지나치기가 좀 그래서지갑에서 1만원(당시 상당히 거액)권 지폐 한 장 꺼내 건넸다.(천 원짜리 지폐를 잘 못 건넨 것인지 아닌지는 기억에 없다.) 뜻밖의 거액에 횡재하고 감격한 걸인이 벌떡 일어나 존경의 염을 뚝 뚝 떨구는 눈빛으로 절절이 치어다 보더니대뜸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시골신사만류할 시기를 놓치고서는황망히 길 바닥 위에서 서로 맞절하여 예를 갖추었다. 오가는 이모두가 가던 길 멈추거나 뒤돌아 보며 구경하는아주 오래된, 그러나 지금도 선명한 기억- 만인은 평등하게 태어났고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존엄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트라우마 단상- 멀리 있거나 혹은 아직 곁에 있거나

때론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드러남으로 해서 불편하고 나아가 심히 부끄운 것이 있다.감당하기 어려운 결핍이랄지 열등감이랄지 주체할 수없는 감정오래도록 상처가 되어 남는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상처로 남아 문득 문득 생각나고 그럴때 마다  아프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복받친다. 노래전교생이 600명 남짓한 시골 중학교음악을 가르치시며 교감을 겸직했던 선생님음악 실기시험은 하나씩 불러내서 여러 친구들 앞세서 지정한 노래 한소절씩 부르라 하고채점을 하셨다. 무슨 사정으로 실기 시험을 치르지 못한 나를이튿날 선생님은 현관 앞으로 불러내서 불러보라했다.  선천적 음치로 노래를 잘부르지 못했던 내게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조건에서 치른 시험 결과는중간에 '그만"하고서는 들으라는듯 "너는 공부는 잘하면서..

늦은 안부

근계시하 초동지절에 조강 삼가 아뢰옵니다. 거지반 다 왔을 터인데 동장군은 선뜻 문턱을 넘지 않고 밖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요즘 날씨가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자다 깨 정신이 맑아 오는 새벽이면 수양버들 늘어진 병영사 입구부터 수렴동 연화봉 석굴까지 열흘간의 장정이 완행열차 차창 밖 풍경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퇴직 이후 코로나 팬덤 거치면서 스스로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저하된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기쁘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벼르시던 누이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내 잘못인 양 송구한 마음입니다.  내 생애 소중한 기억이 화석처럼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바닥난 기억력 속의 잔해 박박 긁다시피 해서 사진 붙여 몇 줄씩 얹어보지만, 필치가 예전같지 아니함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월을 비켜가지..

삶의 편린 2024.12.15

걸림돌이거나 혹은 디딤돌이거나

걸림돌이거나 혹은 디딤돌이거나  3층에 있는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옆에 서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인사를 한다.인사가 정중하길래 마스크를 벗고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물었다. "눈이 마추쳤길래 인사드린거에요"순간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렇지!우린 늘 어린 자녀들에게, 손주들에게 어른을보면 인사해야한다 가르친다.그리고 정작 인사하라 가르친 어른에게 인사를 하니 나를 아느냐 묻는다. 그 이전에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데어린 소녀가 내게 뭐라 이른다. 무릎을 낮추고 귀를 귀울이니"안전선에서 물러나시라" 속삭이듯 이른다. 횡단보도 앞에 노랗게 도색된 노란 선차도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하니 이선을 넘지 말란 뜻으로안전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녀를, 손주를 ..

걸림돌

3층에 있는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옆에 서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인사를 한다.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인사가 정중하길래 마스크를 벗고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물었다. "눈이 마추쳤길래 인사드린거에요"순간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렇지우린 늘 어린 자녀들에게, 손주들에게 어른을보면 인사해야한다 가르친다.그리고 정작 인사하라 가르친 어른에게 인사를 하니 나를 아느냐 묻는다. 그 이전에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데어린 소녀가 내게 뭐라 이른다. 무릎을 낮추고 귀를 귀울이니"안전선에서 물러나시라" 속삭이듯 이른다. 횡단보도 앞에 노랗게 도색된 노란 선차도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하니 이선을 넘지 말란 뜻으로안전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녀를, 손주를 가르쳐가며..

사람이 살고있다. - 명품 아파트

자전거는 인류가 개발한 이동 수단 중 가장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이다.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구입후 별도의 유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자연 수명도 길고 남녀 노소 누구나 약간의 훈련(?)만 거치만 누구나 손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별도의 라이센스도 필요없다.주차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자전차로 불리기도 했으며 어린시절 동네에 부잣집에 한 두 대 있을 정도로 소중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그런 자전거가 최저가 기준 십만 원 조금 넘는 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하다.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타다가 버려진, 팔로우를 비롯한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가 오뉴월 밭머리 잡초 자라듯  늘어난다. 관리사무소에는 궁여지책으로 일정기간 공고를 거쳐 폐 자전거를 처리한다.버려진 자전거를 한데 모으면 집게차가 와서 압착하여 그야..

삶의 편린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