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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7 (플리트비체와 자그레브)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비가 내렸다.우산을 준비했는데 우산으로 가릴 만큼만 비가 내렸다.장난감 같은 포클레인 고양이도 호랑이과라 했거늘 포클레인으로 인정!이끼가 많은것은 습기탓이렸다. 배암이 있는 것 또한 습기 탓이려니하였다.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장점은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데다가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라면 이 거대하고 아름답고 웅장한 장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가랑비의 짓궂은 훼방에도 불구하고 습한 공기 마셔가며 물 부서지는 소리, 흐르는 소리 들어가며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이 생생한 느낌을 어찌 느낄 것이며 추억으로 얼마만큼 간직할 것인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이 거대하고 웅장한 자태에 매료되어 이것만으로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6)슬로베이나 불레드섬

블래드섬 비가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쯤 왔으면 좋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오네기다리던 손은 은쟁반에 모시수건을 마련해 기다려도 오지않고반갑잖은 손은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까지 배를 다고 건넌다. 지척이니 잠깐이다.풍경이달 밝은 밤배 띄워 놓고 와인을 마실만하다."공주는 잠 못이루고"어쩌고 하는 목에 힘주어 노래도 한곡 부를만하다. 우리 도담삼봉이나 쯤 되면달 밝은 맘 배 띄워 놓고 담근 술 마실만하다."청산리 벽계수야"어쩌고 하면서 낮즈막히 시조 한 수 읊조릴만하다. 같은 달이 비추건만 산세가, 풍경이 술을 결정하고 노래를 결정한다.술이 다르니 흥이 다르고 음악이 달라지지 않겠는가?섬이고높은 곳이니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꼭대기에..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5)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마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할슈타트 마을왼쪽에 높은 산깎아지르듯 솟아있는 비탈과 호숫가 와지선상에 조성된 아주 작은 마을따라서 골목길은 비좁았고 집들은 작았다. 호숫가의 집이 보기엔 좋지만 습기가 장난 아니라는..왜 안 좋은 쪽으로만 요런 생각이 떠 오르는지 문득 사람은 큰 사람 옆에 서면 커지고 나무는 큰 나무 옆에 서면 죽는다.자리 제대로 잡아 뿌리내린 것은 아닌데 용케도 사람들 눈에 들어 저렇게 컸다.사람은 자식 낳아 기르다 어느 시점에서 자식에게 기대고 나무에 정성 쏟아 기르다 어느 시점에서 나무에게 기댄다.그것이 여름날 볕을 가려주는 그늘이 되어서건 신령이 깃들었다는 믿음에 의지의 대상으로 서건 다를 것 없다.목전 칠십!그간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화도 자산이요어렸을 적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4)잘츠부르크

버스로 한 시간 여모차르트 생가가 있다는 잘츠부르크 항구의 밤을 찍은 사진은 아름답다.사진에 한해서다.실제 항구의 밤을 보려면 좋은 풍광에 반비례해서 때론 악취에 가까운 비린내를 감수해야 한다. 저런 멋들어진 마차를 타고 숲길로 난 길을 따라 달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다만 시도 때도 없이 말이 배설해 내는 똥오줌과 특유의 맡고 싶지 않은 냄새를 감수해야 한다. 모처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들어온 느낌이다.사람이고 건물이고 나무고 지나치게 크면 탈이 많다. 거대한 성당노예들이 강제로 노역에 동원되고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다 보면 가정이고 사람이고 절단 나는 것은 매 일반이다.종교가 권력을 탐하거나 눈독 들이다 보면 천년만년의 기대가 순식간의 몰락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이야기(3)오스트리아 잘츠감머구트

잘츠감머구트 가는 길은 버스길로 세 시간 삼십 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면 창밖의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창밖의 풍경은 들판이고 마을이고 동화처럼 아름다운데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숨었는지 사람을 보기 힘들다.동화 속이라면 요정이라도 눈에 띄어야 하지 않겠나? 3시간 30여분 그림 같은 풍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넓은 초원의 한 귀퉁이길을 곧게 내도 되는데 왜 저리 아리랑길을 내놓았는지 알 도리가 없다.다만 곧게 난 길보다 훨씬 아름답고 운치가 있었다. 어릴적 만화책에서 읽었던 기억에 의하면외침이 있을 적 동네에 다다르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길을 저리 구부려 놓았다고그 사이 도망가거나 숨거나 할 여유가 있을까? 억지로 꿰 맞춰 보지만 내가 봐도 억지다.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갸기(2)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차에서 가이드가 나누어준 도시락은 식욕이 없고 허기가 지지 않아 먹지를 못했다.같은 비행기 타고 같은 기내식 먹고 같이 여기에 왔는데 내가 그러면 남들도 그러기는 해 한 가지다. 누구랄 것 없이 한 사람이 그렇다 하니 나도 그랬다. 우리도 그랬다. 복창하듯 말했다.숙소로 난 도로가 좁아서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걸어서 수십 미터 이동했다.그렇게 든 숙소는 좁았고 냉장고엔 흔한 물 한병 없었다. 언제부턴가 집 나와서 잠자리가 얼마큼 깔끔하고 편안한지가 여행의 즐거움에 아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족감은 다행스럽게 아침의 빵이 채워 주웠다. 과일의 종류가 다양했고 빵이 특히 맛있었다.일행 중 튀르기에 여행에서 빵이 아주 맛있어 빵 먹으러 한번 더 가고 싶다고 노래하던 사람이..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1) 집 떠나와 동쪽으로 간 사연

자리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우리의 삶도 그러하다.삶의 바탕인 내 집, 내 직장,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사는 나라가 또한 그러하다. 가끔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욕망은 이런 자리를 바꾸어서 보이는 풍경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거지반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 외부 도색을 시작한다고 한다.15층 아파트먼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앞 동의 풍경 동과 동 사이로 용케 바깥세상의 단절된 풍경이 보인다. 곡예사처럼 밧줄 하나 의지해서 외벽에 붓칠 하는 저 사람들이 저 꼭대기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어떠할까?더 넓은 세상, 더 낮아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러면서 짐을 쌌다.빚쟁이 몰래 반봇짐 싸서 야반도주라도 하려는 듯한 이 음모는 실상 오래전부터 계획된 거사였다...

농사 좀 안 짓고 살다 죽었으문 좋겄어유

나이 들수록 재미없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티뷔라 했다.맞는 말이다.내가 좋아하는 야구중계외에 꼭 봐야겠다싶은 프로그램이 없다. 놓친 뉴스는 유튜브를 통해서 보고그나마 레거시 언론의 뉴스보다 김어준의 겸공이나 매불쇼를 통해 그들이 걸러준 소식을 보는 경우가 많다. 무료한 일요일 한낮무심코 튼 티뷔에 전국노래자랑이란 프로그램이 방영중이었다. 충청도 남자 남희석의 짓굿고 다소 능글맞은 사투리로 진행하는 것이 같은 충청인으로 반갑고 익숙해 질 무렵 예산 나보다 두 살 많은 그러나 나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시골할머니가 나왔다.중간에 가사를 잊고 땡또 한번 기회를 주었는데 또 박자를 놓쳤는지 땡이다.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을 하소연하듯 속상해 죽겄다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이 할머니무심고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물..

삶의 편린 2025.07.01

거 누구 없소?

칠십을 목전에 두고동구라파열두 시간의 비행에여섯 시간의 버스 이동에 간간이1유로 적잖은 돈 내어가면서생리적 걱정을 해소시켜가면서 드는 불만은문제의 그 1유로의 유료보다고갈 난 체력에이제라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보다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다는... 그 사유가늙어가서가 아니라이미 많이 늙어서라는 생각 때문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로뚝뚝 흐르는 총기에 넘치는 에너지우리의 젊은이들이 이곳에서도자신감과 충만한 에너지 동력 삼아나름 열심인 모습이 참 든든하고 보기 좋았더랬습니다. 잠시 잠깐햇살 머리에 이고서성이는 뒷모습조차참 엘레강스한 김샘 덕분에구라파 여행 무사히 잘 댕겨왔다는늦은 전갈 이제야 보내면서 늙어지면 왜 이리 혀가 길어지는지 쯧. 그나저나 대한민국의 머심애들은 죄다 눈 감고..

삶의 편린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