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갸기(2)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조강옹 2025. 7. 9. 14:25

 

차에서 가이드가 나누어준 도시락은 식욕이 없고 허기가 지지 않아 먹지를 못했다.

같은 비행기 타고 같은 기내식 먹고 같이 여기에 왔는데 내가 그러면 남들도 그러기는 해 한 가지다.

 

누구랄 것 없이 한 사람이 그렇다 하니 나도 그랬다. 우리도 그랬다. 복창하듯 말했다.

숙소로 난 도로가 좁아서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걸어서 수십 미터  이동했다.

그렇게 든  숙소는 좁았고 냉장고엔  흔한 물 한병 없었다.

 

언제부턴가 집 나와서 잠자리가 얼마큼 깔끔하고 편안한지가 여행의 즐거움에 아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족감은 다행스럽게 아침의  빵이 채워 주웠다.

 

과일의 종류가 다양했고 빵이 특히 맛있었다.

일행 중 튀르기에 여행에서 빵이 아주 맛있어 빵 먹으러 한번 더 가고 싶다고 노래하던 사람이

오늘 아침 이 빵도 튀르기에의 그것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말에 만족도를 더했다.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오래된 체코의 성이란다.

 

내안 혹은 하회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의 전형이다.

강은 철저히 곡선을 준수하며 낮은 곳으로 흐르고 저렇게 마을 하나 인심 좋게 끼고돌면 절경이 나온다.

오래된 것에는 오랜 세월 풍상의 흔적과 더불어 애틋한 사랑 버무려진 전설 하나씩 이어져 내려온다.

망토다리, 이발사의 다리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랴!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야기가 더 애틋하고 

바이올린이나 서양 관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애틋한 사연 어린 곡보다  판소리 춘향가의 회한 섞인 심학규 옹의 쉰 목소리로

토해내듯 오메 나 죽겄다라는 소리가 더 절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햇살 소복이 쏟아내는 마을

스스로의 발소리 외엔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아침 풍경이 참 좋았다. 

 

 

언제부턴가 잠결에 왼손에 주먹이 쥐어지는데 불편이 왔다.

손바닥 새끼와 식지 사이의 라인에 돌기가 솟았다.

아침에 일어나 쥐락펴락 하면 좀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잠결의 그 불편은 계속되었다.

주먹 쥐기가 다소 불편하고 더욱 진행이 되면 어쩌나 싶어 병원을 찾았다.

외우기 힘든 병명을 대면서 원인은 불명이고 스스로 없어지거나 계속 남아있거나 더 진행이 될 수 있다.

지켜보면서 큰 불편이 오면 수술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다  문득 저 십자가의 그리스도가 눈에 띄었다. 

 손바닥에 못 박혀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적 고통이 얼마만큼이었을까?

오래도록 기억하자는 것이 인류의 죄를 홀로 감당키 어려운 손바닥 통증을 견뎌가며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일까?

나도 여기 다녀왔다는 징표로 오래 남기를 바라는 소망이 우선이었을까?

 

 

 

분명코 내포된 뜻이 있을진저!

일천한 안목으로 언뜻  일본인이 연상되고 불길의 징조인 까마귀의 날카로운 부리가 저 눈알을 겨누고 있음에 흠칫했다.

 

지붕에 쏟아진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내어 하수도로 인도하는 신발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

철제였고 뚜껑이 있었다.

아마도 관의 막힘을 방지하기 위한 미니 맨홀이 아닐까?

특이했다.

 

죽마고우!

학교 다닐 적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갈아타야 할 버스 노선 하나를 포기하고 걸어서 다녀야 했다는 가난도 물리쳤고

그 가난 속의 가이없는 사랑을  베푸셨던 부모님도 세상 뜨신지  오래다.

달리 목전칠십이겠는가?

 

휴대폰에 각자 손주 얼굴 프로필 사진에 걸어놓고

틈틈이 들여다보며 다짐한다.

걸음을 멈추지는 말되 더 이상 숨찬 뜀박질은 그만하고 살자!

 

살면 살수록 알듯하면서도 모르는 사이

그럼에도 유행가 가사 하나 틀린 것 없이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나 혼자서는 못살아 헤어지면 못살아"

주문처럼 외면서 돌아보면 지난날이 아득한 목전칠십이다.

 

 

삼 년 전에 내 어머니께옵서 하늘에 별이 되셨다.

아흔다섯 해

내 어머니께서는 가장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셔서 가장 늦게 주무신 세월이다.

 

비할바가 아님에도 

사십 년 넘게 시계추처럼 직장을 오가며 보낸 지난한 세월 헤아리시며

태엽 풀린 시계추 멈추듯 정년을 맞이한 내게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어려서부터 밤잠 설쳐가며 돈 벌어들이느라 욕봤다.

이제 그만큼 벌었으니 더 일할 생각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  찾아 먹어가며 구경이나 댕기거라! 

 

어머니!

여기는 아스라이 먼 동구라파

어머니 유언 지켜가며 잘 살고 있습니다.

 

모쪼록 

계신 그곳에서도 평안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