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 11

미호천의 가을 - 논으로 가는 길

물경 일만 오천년 전이라 했다. 구석기인들이 강변에 무리지어 살면서 벼농사를 지었다한다. 그들이 추수하다 흘린 볍씨 몇 톨이 학자들에 의해 출토되어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 놓은 결과이다. 그 "벼농사"는 이후 흐르는 강물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고 나도 바통 이어받은 주자처럼 강변 따라 자전거 타고 오가면서 농사를 이어갔다. 공룡 같은 트랙터가 "로터리"라 부르는 부수기계 뒤에 붙여 갈아엎은 흙을 휘젓고 간다. 사나흘 기다려 물꼬를 열어 물을 뺀다. 5월 하순경의 일이다. 미호천의 이른 아침은 적막고요다. 새들도 조심스레 날개짓하며 소리없이 머리 위를 날고 자전거 폐달을 밟아가노라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작은 소음조차 조심스럽다. 아직은 잠에서 깨지 않은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계룡산- 십 일월 마지막 날

2020년 11월 30일 정오쯤 동학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 반 남짓 거리다. 하늘에서 우박 떨어지듯 작게는 호박만 하고 더러는 절구통 만한 돌덩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길 오랜 세월 -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어떤 것은 디딤돌로 놓아지고 또 어떤 것은 걸림돌은 걸러지고 해서 난 길 따라 올라오면 남매탑에 다다른다. 전해져 오기를 신라시대 상원조사가 이곳에서 도 닦고 있으매 하루는 호랑이가 울부짖어 살펴보니 입안에 가시가 걸려있어 뽑아주었단다. 대개의 전설이 그러하듯 훗날 호랑이가 아리따운 처녀 하나 등에 업고 데려왔다 하고 사연 많은 그 처자 의남매를 맺고 수도에 힘쓰다가 한날한시에 입적했다는 애달픈 사연이다. 제자가 화장하여 사리를 수습한 다음 탑을 건립하여 남매탑이라 명명했다는 탑 두 개..

논으로 가는 길

1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전경입니다. 시오리 떨어진 남서쪽 농가주택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터전을 옮긴지 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올해부터 시작한 논농사에 재미붙여 날이 새면 그 "두고 온 들녘"으로 자전거 타고 갑니다. 도중에 지나가는 소로리 볍씨 상징 조형물입니다. 일만 오천 년전에 구석기인들이 재배하던 볍씨가 출토된 곳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학자들이 이르기를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견된 일만 일천년보다 대략 사천년이 앞선 최고의 볍씨라 합니다. 워낙 오래전의 일이다보니 사실보다 다소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벼 재배를 오늘에 이르기 까지 이어오는 농부 중 한 사람이다 생각하니 자전거 페달에 힘이 들어갑니다 논으로 가는 길은 미호천 자전거 도로 따라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미호천의 아침은..

어느 농부의 일기- 본논에서 보내는 넋두리

네 이름은 '서안'이라고 했다. 네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나도 잘 몰라. 단지 지난 달 - 조석으로 아직은 쌀쌀한 날 아침이었지 포대 2개에 담겨 이장님 댁에서 우리집 안마당까지 오토바이에 실려 왔다는 것 밖엔. 곧 바로 손 담그기가 아직은 섬득한 찬물속에서 넌 일 주일간 담겨 지냈지 물속에서도 숨쉴 수 있다는 것이 좀은 신기하다 여기기도 했겠다. 어느날 아침에 넌 그 속에서 건져내져 다시 자루에 담겨졌어 그리곤 따뜻한 비닐하우스 속에서 이틀밤을 보냈지 그때 넌 몸이 가려웠던 모양이야 아니면 너도 모르는 네 생명의 신비를 몸소 경험하면서 스스로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네 몸에서 그 간지러움이나 아니면 껍질을 째는 아픔에 네 몸 한 구석에 생의 의지 - 하얀 촉이 나오는 것을 뒤에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