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11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10)마지막 선물 -그림과 그림같은....

시인은 펜으로 시를 쓰고화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거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또는 보는 이로 하여금쓰거나 그린 사람이 숨겨놓은 메시지가 있다. 그것을 찾아 헤아리는 사람들독자건 관람객이건 찾아내어 공감하는 기쁨을 느끼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듯하다. 어린 시절소풍 가서 보물 찾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억지로 맞춰 짐작해 본 것에 근거한 연유다. 일정표엔 벨베데레상궁이라 적혀있었다.구스타프 크림트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인데 현지 가이드샘이 가장 목에 힘주어 설명해 준 대표작이다.설명을 들었을 땐 나름 적잖게 감동하면서 고개까지 끄덕였는데 지금 다시 들여다봐도 그때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한쪽 귀로 들었는데 또 한쪽으로 새 버렸다.가격도 어마무시한 금액을 알려줬는데 아무래도 믿기지 않..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9) 체코 프라하

여섯 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고행이다.아무리 창밖으로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지더라도 끝 모르게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것에 익숙하면 감동도 무덤덤이 된다. 아주 드물게 고운 색씨가 시골로 시집왔다 인물이 고운데다가 소 키우는 험한 목장일을 망설임 없이 장화 신고 앞장선 것이 더 화제가 되었다.아이 낳아서 기르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자주독립의 의지가 생겨났다. 그사이 어느덧 시아버지 회갑이 돌아왔다.동네 원칙주의자로 통하면서도 완고한 시아버지로부터의 경제적 분리 독립을 청원하였다.돌아온 답은 "소나 잘 키우면 됐지 독립은 무슨"택도없다 하시는 말씀에 정은 없어도 의리로 산다 스스로 다짐했다 한다. 그러면서 부른 노래가 "당신은 너무합니다."라는 노랫말이 들어간 "너무합니다" 였다한다.그러다 체념해서..

목전칠십의 동구라파이야기(8)헝가리

유럽은 "잘 사는 나라"로 미국 다음이다.우리 세대 대부분의 인식이 그러했다.넓은 땅덩이 우리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나누듯 나뉘어 하나같이 잘사는 나라 화장실 갈때는 따박 따박 1유로씩 내야하고걱정을 해소한 다음에 그 편안함 보다는 1유로 지불에 대한 불만이 다시금 마음에 채워졌다. 올적소주를 각자 마실만큼 가져오자했다.저녁을 마치고 숙소에 모여앉아 오붓하게 즐기자는 무언의 약속은 빡빡한 일정에 쌓인 피로에누구랄것없이 "오늘은 말고"하면서 차일피일이었다. 그래서 오줌누면서 말했다.칠십이전에 오길 잘했다. 담부터는 심들어서 못댕기겄다. 창밖 풍경은 어디든 아름답다.녹색과 노랑이 어우러진 들판은 말 그대로 동화속 그림이고 눈에 거슬릴듯한 저 송전탑과 선로도 눈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트..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7 (플리트비체와 자그레브)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비가 내렸다.우산을 준비했는데 우산으로 가릴 만큼만 비가 내렸다.장난감 같은 포클레인 고양이도 호랑이과라 했거늘 포클레인으로 인정!이끼가 많은것은 습기탓이렸다. 배암이 있는 것 또한 습기 탓이려니하였다.우리 사는 세상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가 물의 흐름이다.언제 어디서고 물은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 앉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를 던져서 때로는 스스로를 달래가며부수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흘러 흘러 간다.언제고 목적지는 지금보다 낮은 곳으로다. 스무살 노자는 이천 오백 년 전에 이를 상선약수라 칭하였다.놀라운 일이다. 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장점은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데다가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라면 이 거대하고 아름답고 웅장한 장관을..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6)슬로베니아 불레드섬

비가 내렸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소월의 왕십리 중 일부- 기다리던 손은 은쟁반에 모시수건을 마련해 기다려도 오지 않고반갑잖은 손은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아침부터.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까지 배를 다고 건넌다. 지척이니 잠깐이다. 성당이라 함은많은 사람 들이 손쉽게 올 수 있게끔접근성이 우선되어야 할 텐데왜섬에다 이리 크고 높은 성당을 지었을까? 의문은 의문으로 남겼다. 풍경이달 밝은 밤배 띄워 놓고 와인을 마실만하다."공주는 잠 못 이루고"어쩌고 하는 목에 힘주어 노래도 한곡 부를만하다. 우리 도담삼봉이나 쯤 되면배 띄워 놓고 담근 술 마실만하다."청산리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5)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마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할슈타트 마을왼쪽에 높은 산깎아지르듯 솟아있는 비탈과 호숫가 와지선상에 조성된 아주 작은 마을따라서 골목길은 비좁았고 집들은 작았다. 호숫가의 집이 보기엔 좋지만 습기가 장난 아니라는..왜 안 좋은 쪽으로만 요런 생각이 떠 오르는지 문득 사람은 큰 사람 옆에 서면 커지고 나무는 큰 나무 옆에 서면 죽는다.자리 제대로 잡아 뿌리내린 것은 아닌데 용케도 사람들 눈에 들어 저렇게 컸다.사람은 자식 낳아 기르다 어느 시점에서 자식에게 기대고 나무에 정성 쏟아 가꾸다 어느 시점에서 나무에게 기댄다.그것이 여름날 볕을 가려주는 그늘이 되어서건 풍파를 견뎌낸 오랜 세월에 대한 예우에 어쩌면 신령이 깃들었을 것이라는 믿음에 서건 크게 다를 것 없다.목전 칠십!그간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4)잘츠부르크

버스로 한 시간 여모차르트 생가가 있다는 잘츠부르크 가는 곳 마다 각자 역사가 깃든 성당의 규모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생각날정도 너무 컸다.예전에는 부잣집 마나님들이 예배 참석하기 위해 저런 마차를 타고 왔을까?나도 그들처럼 너른 숲 외길로 난 길을 따라 달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따밖 따밖 말 발굽소리가 까닭없이 듣기에 좋아서 호기심이 있었으나 실행에 옮길만큼 간절함은 부족했다. 길거리 풍경화 즐비하게 늘어놓고 파는 곳을 가금씩 지나칠 때 처럼저기서 몇점 골라서 거실에도 걸어놓고 아이들 집에 하나씩 선물하고픈 생각이 든다.앞서와 마찬가지로 실행에 옮길만큼의 간절함은 늘 부족하다.그래서 훔쳐보듯 스쳐 지나갈 뿐이다. 모처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들어온 느낌이다.사람들이 모여있는 풍경이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이야기(3)오스트리아 잘츠감머구트

잘츠감머구트 가는 길은 버스길로 세 시간 삼십 분 창밖의 풍경은 들판이고 마을이고 동화처럼 아름다운데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숨었는지 사람을 보기 힘들다.동화 속이라면 요정이라도 눈에 띄어야 하지 않겠나? 세상의 소들에게 소원을 말하라면 무엇이라 답할까?내가 소라면 응당 "늙어서 죽는 것"이라 말하겠다.세상의 소들은 그 고기가 상위 먹이사슬의 입맛에 맛는 운명으로 늙기전에 도살된다. "워낭소리"라는 다큐영화가 있었다.늙은 영감과 같이 "동지적" 정을 나누며 같이 일하가며 천수를 누렸던 유일한 소모든 소들의 로망이 아니었을까? 제주에 한달 머물며 오름 찾아 돌아댕길적대부분 사유지였던 작은 오름에 한가로이 풀 뜯던 제주의 소들과 더불어우선 보기에는 여유롭고 평화롭기는 매 한가지였다. “소 파소!” ..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갸기(2)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차에서 가이드가 나누어준 도시락은 식욕이 없고 허기가 지지 않아 먹지를 못했다.같은 비행기 타고 같은 기내식 먹고 같이 여기에 왔는데 내가 그러면 남들도 그러기는 해 한 가지다. 누구랄 것 없이 한 사람이 그렇다 하니 나도 그랬다. 우리도 그랬다. 복창하듯 말했다.숙소로 난 도로가 좁아서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걸어서 수십 미터 이동했다.그렇게 든 숙소는 좁았고 냉장고엔 흔한 물 한병 없었다. 언제부턴가 집 나와서 잠자리가 얼마큼 깔끔하고 편안한지가 여행의 즐거움에 아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족감은 다행스럽게 아침의 빵이 채워 주웠다. 과일의 종류가 다양했고 빵이 특히 맛있었다.일행 중 튀르기에 여행에서 빵이 아주 맛있어 빵 먹으러 한번 더 가고 싶다고 노래하던 사람이..

목전칠십의 동구라파 이야기(1) 집 떠나와 동쪽으로 간 사연

자리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우리의 삶도 그러하다.삶의 바탕인 내 집, 내 직장,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사는 나라가 또한 그러하다. 가끔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욕망은 이런 자리를 바꾸어서 보이는 풍경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거지반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 외부 도색을 시작한다고 한다.15층 아파트먼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앞 동의 풍경 동과 동 사이로 용케 바깥세상의 단절된 풍경이 보인다. 곡예사처럼 밧줄 하나 의지해서 외벽에 붓칠 하는 저 사람들이 저 꼭대기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어떠할까?더 넓은 세상, 더 낮아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러면서 짐을 쌌다.빚쟁이 몰래 반봇짐 싸서 야반도주라도 하려는 듯한 이 음모는 실상 오래전부터 계획된 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