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178

주유천하6-문현으로 가는 길목

전날 버스를 예약했기에 운전석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그런데도 중국 인민 아낙과 홍콩영화에 나오는 양아치 유형의 인민이 무어라 큰 소리로 떠든다.아마도 자기 자리라 우기는 것 같은데 기사가 와서 표를 보여 달라하더니 안으로 들어가라 몰아대듯 얘기하자 슬금슬금 멀어져 같다.버스는 70년대 버스처럼 유리창이 심하게 흔들렸고 가는 곳곳마다 차가 서고 사람이 타고 내리고 짐을 싣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추월할 때 추월한다고 빵 (나 추월하니 양보 좀 해)아니다 싶은데 추월할 땐 빵빵(내가 추월하는데 좀 미안해) 커브 길에 마주 오는 보이지 않은 차량한테 빵빵(내가 가고 있으니 혹 거기 있걸랑 속도 좀 줄여)버스 정류장이 다가오면 빵빵(잠시후 버스가 도착하니 늦지않게 탈 준비 해) 다섯 시간길고 지루한 이동 중에..

주유천하4-련보엽칙

거듭 느끼거니와 이곳의 야크나 염소는 우리의 상전이다.가는 길 곳곳에 무리지어 길을 건너면 하릴없이 기다리거나 뒤를 쫒아 길을 내야만 했다.오늘의 일상도 내일의 근심도 일도없는 불교 가르침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아의 지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신심 돈독한 불자가 아니라 이곳의 야크며 염소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전기차 운전자와 협의하여 운전자는 돌아가고 새로이 택시 하나 전세를 냈다고했다.창밖의 풍경은  "산곳곳 물겹겹 아름다운 내 나라여!"자화자찬의 우리 국토예찬이 머슥할 정도로 보기 좋았다.그래도 척박해서 겨우 염소 풀이나 뜯어먹고 사는 땅인걸 자위해 보지만 내내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서릿발 칼날진 ..

주유천하3-감가비경 그리고 샤하석림

어제는 난주에서 4시간을 달려 병영사 그리고 다시금 한참을 달려 라브랑스 사원북경에서 17시간 열차를 달려 서쪽으로 왔는 거리가 1800킬로미터그러다 보니 200킬로 미터 거리는 지척이라 마실 다닌다는 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감가비경- 풀어서 감가라는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 한다.이동중에 찍은 사진 두 컷  전망대로 오르는데 약간의 고산증 증세로 여겨지는 어지럼증이 스쳐 지나갔다.평지에선 볼 수 없는 그러나 조금만 높이 오르면 내어주는 풍경이다 보니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통째로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결과물을 볼수록 더해간다. 그리고 나서 이동중에 병풍처럼 정말 병풍처럼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산이 점점 다가온다.그쪽으로 다가간다는 이야긴데 더 ..

주유천하2 - 병령사에서

오는 길에 길가에 노천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위생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스스로  "개밥"이라며 웃었다.그럼에도 어제 북경에서 고수가 들어간 국수보다 맛나서 나름 만족했다. 경치가 기막힌 곳이라는 거 말고는 아는 게 없이 어딘지 모르고 간다.가는 길이 엇갈렸는지 중국인 기사와 인솔자간 언성이 높아지는 소리에 졸며 가다 깼다.목적지를 확인하고자 잠시 들른, 공원이었다.와중에 화장실이 급해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화장실은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였으며 작은 날파리들이 떼지어 날고 재래식 변기였다.간신히 볼 일을 끝내고 앞으로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에 휴지를 준비해야겠다 생각했다.   맑은 물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  점점 다가갈수록 탁류로 변했다.나루에  내리자 비경이 눈..

회룡포에서 부치는 편지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도 알며 사는 어리석음이여 기막힌 평안함이여 가을 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 유안진의 작정 전문 - 일에서 손 뗀 지 다섯 해 언제부턴가 무작정 살기로 했으면서도 시인의 노래처럼 기막힌 평안함은 없는 듯하였습니다. 작년 내내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다 연말쯤 되어서야 뒤늦은 판단과 결정끝에 허리뼈 어디쯤 드릴로 구멍을 뚫고  튀어나온 디스크를 태워 없애고 나서 소걸음으로 십 리 길 가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졌습니다. 한 해를 그렇게 보내고 맞이한 올여름은 지독시리 더웠기에 도리없이  병든 개처럼 혓바닥 길게 내밀고 헐떡거리..

강화기행 - 석모도 보문사

북극에 펭귄 모여 살듯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빼곡히 모여 산다. 한강수 바다에서 서로 만날 적 맨 먼저 나와서 맞이하는 곳 -강화도 석모도는 어미닭 뒤에 숨은 병아리처럼 강화도 뒷편에 꽁꽁 숨어있는 형상이다. 청주에서 아침 먹고 한나절 달려 끼니 때우고자 들렀던 곳 -외포항이라 했다. 구색 맞춰 갈매기가 날고 항에 배 몇 척 졸고있으니 참 멀리도 왔구나하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었던가?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매표소 창구에 손가락 두개 펴 넣으면서 "공짜로 절 구경 좀 댕길라구 설 때마다 떡국 두 그릇씩 부지런히 먹어 됐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단박에 칠십으로 올려놓으면 헛심켜서 어떡하나!" 입장권과 함께 안에서 키득하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전에는 절이 도..

강원기행- 민둥산 가는 길

강원도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강원도를 사랑한다. 스무 살 젊은 시절, 적잖은 기간을 지금은 태백시로 명칭이 바뀐 철암, 황지, 문곡 등지에서 지낸 적이 있고 그 시절, 가끔씩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과 계곡 그리고 척박한 땅을 일궈낸 분지와 옆 등성이 고랑 낸 밭을 쳐다보는 것을 나는 좋아했다. 이른 아침 충북선에서 갈아 타 태백선으로 이곳까지 오면서 몇 컷 담은 그림은 "산천의구"란 말 그대로 변치 않은 나의 강원도에 대한 사랑이기에 반갑고 정겹고 애틋하기까지 했다. 하여, 민둥산 역에 내렸을 때 철길에 조금씩 흩뿌리는 가랑비마저 나를 반기는 것이라 여겼다. 비는 옷 젖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늘고 뜸해서 노란 은행잎을 더 노랗게 그렇잖아도 산뜻한 거리는 더 ..

강원기행(2)- 고성 왕곡리 마을에서

어느 집 처마 밑에 걸려 미이라처럼 말라가면서 생전에 살아 움직였던 것은 죽어서 움직이지 아니하고 살았으되 죽은 듯 움직이지 않던 것은 아직 죽지 아니하고 "씨앗"으로 걸리었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작은아들이 제 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 동해 바닷길 따라 달리다가 이정표보고 다녀갔다면서 가보자 해서 들른 곳 - 왕곡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일하러 들로 나간 내 어릴 적 동네처럼 텅 빈 마을, 내 숨소리 내가 들으며 훔쳐보듯 기웃거리는 것이 한편 불편하고 한편 조심스러웠다. 한발 한발 까치발걸음 옮겨가며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서 내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대한 추억이 저 옥수수 씨앗 같이 기억 속에서 죽은듯 살아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씨앗”이 다시금 부활하듯 되살아나 잠시잠깐 오래된 과거 속으로의..

회룡포 - 불행한 추억 하나

차량이 후진으로 이렇게 빨리도 다가올 수 있구나! 운전자가 미쳤구나!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그 짧은 순간 뇌리에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충격음이랄지 파열음이랄지, 얼핏 들었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우야노! 이를 우야노!" 아내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무릎엔 깨진 유리 알갱이가 범벅이 되어있었고 아내는 넋이 나가있었다. 급경사 오르막이었고 왼쪽으로 100도쯤 급 커브길이었다. 앞 차량에 후진등이 켜져 있었다. 너무 안으로 돌다 보니 회전반경이 나오질 않아 후진하려는 줄 알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창문을 내리고 어서가라 손짓했다. 문이 열리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밖에 나와서 보니 차는 처참하게 찌그러져있었다. 몬스터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치고 내 몸..

무주기행 - 덕유산 설국을 가다.

2022년 2월 17일 목요일 오전 11시 무주 곤돌라 매표소 앞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깐 타고 올라가는 것인데...." 왕복 요금이 결코 적지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에 다소 불만에 찬 표정으로 표를 구입합니다. 곤돌라 탑승장으로 가는 길은 스키장 입구이기도 합니다. 낯선 풍경이 다소 이국적으로 느껴질 만큼 생소했고 그만큼 멀리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일순 유럽 어디쯤 왔다고 착각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승강장으로 이동합니다. 생각보다 긴 거리 생각보다 많은 시간 내려다 보면 멀어져 가고 올려다 보면 다가오는 풍경을 번갈아 감상하면서 오는 즐거움은 매표장에서 적잖은 요금 결재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풍경이었고 시간이었습니다. 따라서 "오길 잘했다." "요렇게 가볍게 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