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주유천하4-련보엽칙

조강옹 2024. 10. 30. 15:22

거듭 느끼거니와 이곳의 야크나 염소는 우리의 상전이다.

가는 길 곳곳에 무리지어 길을 건너면 하릴없이 기다리거나 뒤를 쫒아 길을 내야만 했다.

오늘의 일상도 내일의 근심도 일도없는 불교 가르침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아의 지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신심 돈독한 불자가 아니라 이곳의 야크며 염소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전기차 운전자와 협의하여 운전자는 돌아가고 새로이 택시 하나 전세를 냈다고했다.

창밖의 풍경은  "산곳곳 물겹겹 아름다운 내 나라여!"자화자찬의 우리 국토예찬이 머슥할 정도로 보기 좋았다.

그래도 척박해서 겨우 염소 풀이나 뜯어먹고 사는 땅인걸 자위해 보지만 내내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넓은 초원
나지막한 능선에서 여여로이 풀뜯는 야크만 구경하다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다.
4520미터 생에 가장 높이 올라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고 자연스레 떠 오는 육사의 절정이란 싯귀였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유구무언 이리저리 휩쓸리듯 허우적대듯 내려다 보아야 했던
그리고 내일은 더 기막힌 곳으로 간다는 예언이 오늘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
매표소에서도 자동차로 이십여분 족히 달려야 도달 한 곳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곳 - 련보엽칙이라 했다.

 

 

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처음 한 곳에서 이틀 묵었고 프론트 여직원들이 반가워했다.

내일은 오늘 본것과 비슷하거나 좀 더 괜찮은 곳으로 간다는

그러나 거기가 어딘지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모르는 중국에서의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