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편린

늦은 안부

조강옹 2024. 12. 15. 13:05

가을과 겨울사이

 

근계시하 초동지절에 조강 삼가 아뢰옵니다.

거지반 다 왔을 터인데 동장군은 선뜻 문턱을 넘지 않고 밖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요즘 날씨가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자다 깨 정신이 맑아 오는 새벽이면 수양버들 늘어진 병영사 입구부터 수렴동 연화봉 석굴까지 열흘간의 장정이 완행열차 차창 밖 풍경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퇴직 이후 코로나 팬덤 거치면서 스스로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저하된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기쁘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벼르시던 누이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내 잘못인 양 송구한 마음입니다.

 

내 생애

소중한 기억이 화석처럼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바닥난 기억력 속의 잔해 박박 긁다시피 해서 사진 붙여 몇 줄씩 얹어보지만, 필치가 예전같지 아니함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월을 비켜가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 자위도 해봅니다.

 

그래도 경력에 비해 진전없는 사진찍기와 글쓰기를 취미로 삼아 천천히 늙어가겠노라. 다짐하면서 누이와, 누이가 맺어준 관장님의 인연으로 인해 남길 수 있었던 사진을 보내 드리게 됨에 다소나마 위안이 됩니다.

 

보내 드리기 편리함에 카드형으로 보내 드리니 필요 없는 사진일랑 삭제하시고 될 수 있는 대로 큰 모니터로 보면 그나마 보기 좋을 듯하니 그리하옵소서!

 

건강이 예상보다 쉬 치유되는 듯하여 안심이고 이 안심의 결과가 어디든 같이 배낭 메고 세상 나들이할 날이 있으리라 욕심내어 봅니다.

 

경험으로 보건대 건강의 회복은 시간이 절반 도와주고 여유로운 마음이 나머지 절반을 뒷받침하는 듯하니 노구를 오래 보존함에 이를 유념하옵소서!

 

늘 드리는 말씀이 되어 민망하긴 하오나 언제 홀연 마음 내어 다녀오리라 다짐은 있다는 말씀드리면서 간곡히 바라옵나니 부디 건강 챙겨가시면서 내내 안녕하소서!

 

20241215일 아침

 

미호강변 15층 아파트먼트에서 조강 상서

'삶의 편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생들에게 고함  (1) 2025.03.03
꿈= 늙어서 죽는 것  (0) 2024.12.17
사람이 살고있다. - 명품 아파트  (1) 2024.11.28
아주 늦은 답신  (0) 2024.05.27
사모곡2- 이승에서 여쭙는 안부  (0)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