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처음 열린 날 - 개천절 그날이 오면
부모산 아침햇살이 널리퍼지고 미호천 맑은 물결 출렁거리는 그날이 오면
90년 역사의 옥산초등학교에서 19년 전통의 총동문 체육대회가 열린다.
대개의 행사가 그러하듯 국민의례에 이어 내외빈 소개
기념사, 축사, 격려사 이런것들 지켜보노라면 단상에서 아무리 침튀겨 가며 진심어린 축하의 말씀 들려주실지라도 그저 다리만 아프고 지루할 뿐이다.(죄송)
하여, 딴엔 요령 좀 핀다고 일부러 뭉기적 거리다 늦이감치 갔건만 아직도 이러고들 있다.
보아하니 뭐 무슨 기념패 전달- 콕 집어 얘기하면 작년 주관기수 회장의 공로를 기념한다 하면서 총동문회장이나 그런분이 주는것 아니겠는가? 아니면 말고..........(또 한번 죄송)
천사들의 국악연주
우리 초등학교 다닐적 왠지 모르게 가슴 두근거리게 했을 만한 여친들인데
"이담에 나도 저런 손녀딸 하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길 나이가 된것이다. 우리는...
저고리 색 만큼이나 고운 선율을 선사하고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꼭 저만했을 나이였다.
꼭 저기쯤 되는 자리였다.
추석 이튿날 잡힌 운동회날이 오면 이맛박에 하얀, 혹은 청색 머리띠 두르고
"우리편아 잘해라 저쪽편도 잘해라 우리들은 다같은 새나라의 어린이"
저 아해들과의 거리는 50미터가 채 안되는데 세월의 강폭은 40년을 넘고도 남는다.
제길헐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이에 관한한 남과 여의 차이가 있을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조물주께서 우리를 세상에 내실적 남과 여, 나름 할일을 구분해서 주신것은 맞는것 같다. 오줌눟는 얘기가 아니다.
밤새 비 내리고 어렵게 개인 오늘
파란 하늘과 운동장 배경삼아 이 보다 더 싱그러운 모습이 있을까?
남동생 챙겨 같이 운동장에 앉은 남매의 모습이 정겹다.
아해야!
내 이르노니 마신 콜라캔은 금방 버릴지라도 누나와의 그 우앨랑은 길이 보전하거라!
어쩌면 늙는다는것은, 늙어서 하는 일이란것은
젊은이들 바라보며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것을 일과로 살아가야 하는것은 아닐까?
그저 건강하시길 소원합니다.
초반부터 무너진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만만치않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족구 2차전까지 갔다가 준결승을 후배들 한테 양보했다.
결승까지 오른 배구 하마터면 우승할뻔했다??????!!
따님은 아닌것 같고 조카 며느리쯤 되나부다.
오랜만에 만나서 예의 차리는것도 좋지만 노인네 팔 떨어지실라!
짧게 안부 여쭙고 얼른 보내드렸으면 좋겠구만.....
학교 뒤편에 마련된 식당
언제고 누구나 입만 갖고 가면 밥도 주고 술도 준다.
김치도 실컷 먹게시리 챙겨준다.
난 김치만 실컷 먹고 집에 와서는 고기만 또 실컷 먹었다.
안해가 그랬다.
김치 실컷 자시는 김에 거기서 고기까지 실컷 자시고 오셨으면 좋았을걸....
아무리 지나간 것은 그리워한다고 하지만
저런 모습 지켜보노라면 맨정신에도 눈물이 난다.
우리나이 벌서 오십을 훌쩍 넘겼다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탄식할 일이다.
잔치란 이런것이다.
남.녀.노.소. 동거동락.... 아니놀고 어쩌리요???
애고 어른이고 이런거 따로 갖고 놀일이 아니다.
막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중심 흐트러지지 않게 버티는 경기인데
쓰러지는것 몰래 손으로 잡아 버티는 어른들 여럿봤다.
잔치는 반칙도 재미있고 애교로 봐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이젠 술도 돗수 낮춰 마실때도 됐지않은가?
가급적 맥주나 막걸리로 해서 먹기 싫은것 억지도 먹듯 조금씩 천천히(씹어서) 마시길....
나으 여친들이여!
하낳두 안늙었다고 듣기좋은 거짓말 이젠 안할란다.
"늙긴 늙은것 같은데 참 이쁘게도 늙어가는구나!"
이걸 우리 최고의 찬사로 받아들여야 할 나이가 됐다. 까짓거 인정하고 넘어가자 뭐 어때서..
시간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이냥 저냥 어지간히 파장이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집에는 가야하는데
냉큼 몸이 말을 안들으니 병아리들 처럼 소복히 모여들 있고나!
그려, 화이팅여!
앞에서 끌어준 친구여!
뒤에서 밀어준 친구여!
멀리서 온 고마운 친구여!
오늘 몸은 오지 못하고 마음만 이 모교 교정에 한나절 머물다 간 친구들이여!
오늘 우리 여기 모인것은
오늘 우리 여기서 헤어지는 것은
우리 건강하자는 약속이다.
우리 열심히 살자는 약속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 우리 다시 오늘 같은 모습으로 만나자는 약속이다.
그런 뜻으로 다같이 오른손 높이 들고 외친것이다.
화이팅!!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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