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은 아니지만 오늘도 어둠을 밀어내고 퇴근한 아침
모처럼 일백오십만이 모여사는 충북에도 비 같은 비가 내린다.
뒷 창문을 열면 각리 초등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운동장에 고인 물을 가늠하여 그날의 강수량을 짐작하곤 했는데 날이 갈수록 오차의 범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른쪽 어깨 쑤시는것과 종합하여 분석하면 기상대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로 일기예보 챙겨 들을 일 없으니 나쁘지 않다 했는데 입소문이 기상대까지 흘러갔던지 당직 선답시고 나와서 늦잠 잔 기상대 직원이 오늘 강수량이 얼마냐고 전화로 물어오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믿거나 말거나.
오늘같이 비가오면 생각나는 것이 심수봉은 "그때 그사람"이겠지만 난 칼국수와 막걸리다.
안해는 이곳에서 유명한 이*칼국수 집에 가자 하였지만 난 집에서 끓여먹자했다.
요리에 관한한 노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평소의 신념과 그 예술에 대한 창작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났기떄문이다.
내가 요리한다 하면 안해는 긴장한다.
아직까지 요리를 포함한 부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자기를 말미암지 아니하고는 해서는 아니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삼십분 안에 이루어질 공에 대하여 자기도 이름을 걸고자 꼭 저렇게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불을 댕기고 칼국수 사러 간다.
조강표 칼국수가 추구하는 예술은 아주 간단하다.
최소한의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우려내는 것.
청량고추 두 개 씨 빼서 올려놓고 우리집 냉장고의 팔할을 차지하고 있는 저 쇠고기-
양이 워낙 많은지라 뭉턱 썰어내도 표나지 않겠지만 요리에선 "적당"이 최고의 선이라는것 가심팩에 새기자
김치가 좀 시었다.
노모께서 좋아하지 않으시기에 물에 헹궈 행주 짜내듯 단단히 짜낸다.
가위로 잘게 썰어 넣으면 먹기도 좋고 따라서 남기지도 않는다.
간은 새우젓으로 한다. 그냥 덜어 넣으면 잔해가 국물에 떠돌아 다니게 되므로 공기에 따로 덜어 물을 부어 희석시킨 다음 조심스레 희석된 국물을 냄비에 따라 넣으면 좋다.
고추장 두 술 물 끓을 때 떠 넣는다. 왜 넣느냐고 간혹 질문하시는 분덜 계시는데 요리의 방법이랄지 비법이랄지 이거 말도 전해주고 전해들어 되는 일이 아니다.
묵묵히 따라하다보면 자연스레 깨치는 날이 있으려니 하고 생각없이 따라하는 사람만이 이후 요리를 통해서 보다 나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뿌듯한 날도 있으리니
믿거나.........말거나
국물은 좀 싱겁다 싶게 간을 해야한다.
칼국수 자체에 이미 적지않은 염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끓여야 하느냐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칼국수 맛의 팔할은 면빨에 있으되 드 때에 대해서 달리 요령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본인이 스스로 가늠해서 할 일이다.
그래서 일찌기 새겨놓은 이장의 어록이 있지않은가
요리는 1%의 노력과 99%의 영감에 의해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고.....
도공은 자신이 빚고 구워낸 도자기가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았을때 가차없이 깨뜨린다.
요리사 또한 자신이 요리한 음식이 원하는 때깔이 나오지 않은 가차없이 부어버린다.
싱크대에...........
식탁 중앙의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는 일단 참석은 했지만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냉장실로 도로 들어가야 했다.
가만 생각들 해 보시라!
소문난 칼국수 집 치고 밑반찬 구색갖춰 내놓는 집 보았는가?
칼국수는 그릇 하나 비우는것으로 족하다. 굳이 더 필요한게 있다면 냉수나 한컵 드시고 이를 쑤시거나 배 두드리고 가면된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이야기를 판사아닌 사람들도 종종한다.
요리에 대한 평가는 그릇이 한다. 국물 한 방울 남지 않은 빈그릇을 보면서 요리사는 비로소 식자에게 감사하고 자신에게 대견해한다. 혀는 말로서 거짓을 이야기 할수 있을지 몰라도 맛에관한 한 거짓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저렇게 비워낼 뿐이다............
일전 쇠고기가 우리집 냉장고의 팔할을 차지하고 있다하였더니 이장네 냉장고는 사과박스만할것이라는 풍문이 나돈다 하기에 한 방 눌렀다.
왼쪽 문짝에 일부 견과류와 건어물을 제외하고 보시는 바와 같으니 꼼꼼히 살펴보시길.....
백일장 주제도 그러하거니와 요즈음 우리는 가을을 이야기한다.
굳이 겨울이 온다면 봄 또한 머지 않으리라는 싯구가 아니더라도
우린 이미 머지 않은곳에 있는 겨울을 걱정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가을이 이미 우리곁에 와 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이나 눈 내린 날은 칼국수를 먹자 했더니 누군가 또 묻는다.
그럼 둥근 해가 반짝 뜬 맑은 날에는 뭘 먹어야 하느냐고...
쯧, 답답하긴..
그런 날은 멸치국물 우려내서 잔치국수 먹으면 될것을...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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