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쉰셋- 9월 첫째주 토요일의 일기

조강옹 2019. 12. 24. 09:01

큰아해가 오랫만에 집에왔다. 

거실 가득 모처럼 볶는 소리에 끓는 냄새로 찼다.  

오늘은 밤일하러 가는날이라 이른 저녁을 독상 받아 먹었다. 

안해의 짜글이 솜씨는 사방 이십여리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그 짜글이와 더불어 모처럼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나오려는데 지갑을 열어보니

천원짜리 달랑 한 장 뿐이다.  

 

안해에게 내 보이며 돈 좀 달라했다.

내일 아침을 먹어야 하는 구내식당 한 끼 식사비가 이천오백원

계란 후라이 하나 밥그릇에 얹으면 오백원이 추가된다.  

그나마  삼천원짜리로 올려먹은지도 채 한달이 안된다.

 

안해와 아해들의 전송을 받으며 출근하는것,  실로 오랫만이다.

신발 신느라 구부린 허리춤에  안해가  뭔가를 찔러넣어준다.

 

엘레베이터에서 꺼내 확인해 보려니 모서리에 걸린 CCTV 카메라가 내려다 보는것 같다.

주머니에 손 넣고 만져보니 족히 대여섯장은 됨직한 촉감에 혼자 흐뭇해했다.

 

조치원에 주차하고 대합실로 가려다 문득  그 주머니속의 지폐가 생각나

지갑에 옮겨 넣을 심산으로 꺼내보니  천원짜리 여섯장- 있던 천원 보태면 칠천원

계산으로야 후라이 얹은 저녁 두 끼 먹고도 천원이 남는 셈이다.

 

큰아해는 오늘 저녁먹고 간다했다.

안해는 똑같이 신발 신는데 까지 따라 나설것이다.

아해가 필요없다해도 적어도 오륙만원 어거지로 찔러주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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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하니

그럴때도 되었고  그럴만도 하다.

 

 

나도 내일 아침은 역전 앞에라도 나가  오천원짜리 해장국이라도 사먹어야 겠다.

그래도 이천원이나  남는데  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