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해가 오랫만에 집에왔다.
거실 가득 모처럼 볶는 소리에 끓는 냄새로 찼다.
오늘은 밤일하러 가는날이라 이른 저녁을 독상 받아 먹었다.
안해의 짜글이 솜씨는 사방 이십여리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그 짜글이와 더불어 모처럼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나오려는데 지갑을 열어보니
천원짜리 달랑 한 장 뿐이다.
안해에게 내 보이며 돈 좀 달라했다.
내일 아침을 먹어야 하는 구내식당 한 끼 식사비가 이천오백원
계란 후라이 하나 밥그릇에 얹으면 오백원이 추가된다.
그나마 삼천원짜리로 올려먹은지도 채 한달이 안된다.
안해와 아해들의 전송을 받으며 출근하는것, 실로 오랫만이다.
신발 신느라 구부린 허리춤에 안해가 뭔가를 찔러넣어준다.
엘레베이터에서 꺼내 확인해 보려니 모서리에 걸린 CCTV 카메라가 내려다 보는것 같다.
주머니에 손 넣고 만져보니 족히 대여섯장은 됨직한 촉감에 혼자 흐뭇해했다.
조치원에 주차하고 대합실로 가려다 문득 그 주머니속의 지폐가 생각나
지갑에 옮겨 넣을 심산으로 꺼내보니 천원짜리 여섯장- 있던 천원 보태면 칠천원
계산으로야 후라이 얹은 저녁 두 끼 먹고도 천원이 남는 셈이다.
큰아해는 오늘 저녁먹고 간다했다.
안해는 똑같이 신발 신는데 까지 따라 나설것이다.
아해가 필요없다해도 적어도 오륙만원 어거지로 찔러주겠지
.
.
.
가만 생각하니
그럴때도 되었고 그럴만도 하다.
나도 내일 아침은 역전 앞에라도 나가 오천원짜리 해장국이라도 사먹어야 겠다.
그래도 이천원이나 남는데 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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