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마치고
안해가 사과를 깎는데
작은 아해가 한 마디 한다.
“이번 사과 맛...대가리도 없더라”
아해가 소리 낸 대로
이장 귀에 들리는 대로 옮겨 적으니
“이번 사과 맛...때가리도 업떠라”
이 말은 맛없음을 표현할 적 안해가 즐겨 쓰는 말이요
어미 따라 말 배운 아해를 나무랄 일이 아니다.
잠시 생각 끝에 조강 가로되
우리가 맛없음을 이야기 할 적 “맛대가리 없더라” 하고 먹은들
본디 없는 제 맛이 돌아올 리 없거니와 기왕 먹는 것
“이번 사과는 맛이 좀 덜하더라” 하면
그나마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은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맛이 좀 덜하다고 해서 입맛이 한결같지 아니하고
영양분도 따라 적지는 않을 터이니
우리 기왕에 먹는 것, 먹어야 하는 것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하면서 먹으면 그나마 괜찮치아니하겠는가?
모자 묵묵히 따라 고개 끄덕이는데
한쪽 집어 입에 넣고 먹어보는데
아삭 아삭 소리 요란하니 그런 대로 먹을 만한걸 가지고........
조강.
'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쉰셋- 9월 첫째주 토요일의 일기 (0) | 2019.12.24 |
---|---|
내정자 여러분께 혹은 국민 여러분께 (0) | 2019.12.24 |
여름날의 일기- 5만 8천원이거나 6만원이거나 (0) | 2019.12.24 |
아반테를 만난 여인 (0) | 2019.12.24 |
그래 잘왔다 잘왔어 (0) | 2019.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