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에 다니러 가는 길은 그녀가 다녔다는 초등학교를 지나야 했으므로
안동 산골에서 태어나 시오리 등굣길을 걸어서다녔다는 그녀의 말은 맞다.
영주에서의 신혼 때는 배기량 90cc 오토바이 뒤에 타고 시장가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았고
대략 사반세기전 - 삼백 오십여리 떨어진 시댁으로 와서 눌러살게 되어서는
조치원 어디쯤에서 바깥냥반이 사다준 남이 타던 자전거 하나 얻고서
천하를 얻은듯 기뻐했던 그녀였다.
장터 5일장 보러 가는 길
고속도로 육교 넘을 적 추월하던 오토바이가 부럽다는 말에
역시나 남이 타던 바퀴작은 오토바이 사주던 바깥양반은 바퀴 만큼이나 통이 작은 좀생이였다.
애지중지하던 오토바이, 어느 여름날 누군가 얘기않고 가져가는 통에 탈것이 없어진 그녀에게
이참에 비 안맞는 경차 하나 사주겠다며 역시나 남이 타던 마티즈 사주던 바깥냥반
아무리 경차라 하더라도 "뽀대 나지 않는다며" 조금 큰 베르나 사준것도 남이 타던거였다.
십오층 창문 열으면 아주 가끔씩 아카시야향이 들어오던 오월 어느날
또다시 차를 바꾸어 주겠다며 시내 중고차 시장 사흘간 끌고 다니며 살듯 말듯 말더니
우리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냐 푸념도 하고 왜 맨날 남이 타던거냐 혼잣말도 했다.
여기 저기 전화하고 계산기 두드리더니 뭔가 작심한듯 하였다.
급기야 넥타이 멘 젊은 청년하나 집에 들이더니 이것 저것 묻고 답하면서
서류넘겨가며 사인하더니 닷새만에 그 청년이 눈이 부신 새차 하나 끌고왔다.
키를 받아들고 활짝웃는 모습에 스스로 감격한 바깥냥반 혼자 중얼거렸다.
"잘 저질렀어!
임자도 이제 이만한 호사는 누려도 될 만큼 나이도 먹었고 고생도 했으니께 말여!"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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